한정애 사진전 '박물관 박물지', 2월 25일부터 류가헌

출처=갤러리 류가헌

[문화뉴스 MHN 이성훈 기자] 한정애 사진전 <박물관 박물지>, 2월 25일부터 류가헌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건물 옥상에서 잎을 따먹으려는 듯 버드나무를 향해있다. 옆에 선 육식공룡은 경계하듯 건물 뒤를 바라보고 있다. 전남 보성에 있는 ‘공룡박물관’이다. 건물 입구에 대형 화분만큼 커다란 찻잔과 찻주전자가 놓여 한 눈에도 그 내용을 알 수 있  ‘한국차 박물관’, 역시 모형이나 벽화로 그림이 그려져 박물관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등대박물관’ ‘돼지박물관’ ‘부엉이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이름만으로 내부풍경을 상상해야 하는 ‘알프스 얼음보석궁전’ ‘SOS 뮤지엄’ ‘와보랑께박물관’ 등도 있다. 

전시관, 체험관, 문학관 때로는 공원이나 연구소로도 명명된 이 박물관들은, 지역색을 담은 관광시설로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것부터 기존 박물관의 사전적 의미를 벗어난 채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만든 작은 사립 박물관들까지, 그 규모와 형식조차 다양하다. 

출처=갤러리 류가헌

이들 박물관들이 전시품을 수집해 한 자리에 모은 것처럼, 사진가 한정애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각양각색 박물관들을 사진으로 수집했다. 2년 여 동안 전국 8도의 박물관 100여 곳을 촬영해 <박물관 박물지>를 만든 것이다.  

“다수의 작은 박물관들은 우리 동시대 대중의 관심과 문화를 담고 있는 매우 유니크한 시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전이 어렵고, 사회문화적 기록으로서 남겨지기도 어렵습니다.” 한정애 작가가 그동안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박물관들을 기록하게 된 것은 <경기아카이브연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무수히 많은 박물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스러져가는 세태도 작업에 이끌린 이유다. 바로크부터 로코코까지 다양한 서양의 양식을 허술하게 차용한 키치(kitsch)면서 거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들이 뒤섞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양식을 이루었다. 이 또한 우리시대 문화의 한 자화상이었다. 

출처=갤러리 류가헌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막상 작업하는 과정은 지난했어요. 전국곳곳을 누벼야하는 일이어서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혼자 운전을 하고 다니느라 물리적으로도 힘겨웠습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건물들 사이나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서 한 장의 사진 안에 외관 전체를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사다리를 놓고 적게는 5장 많게는 20여 장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을 나누어 촬영 한 후 각각의 컷들을 포토샵으로 연결해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했으니, 촬영 후반 작업도 녹록찮긴 마찬가지였다. 오늘 2월, 작업의 결실들을 모아 <박물관 박물지>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을 묶기까지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출처=갤러리 류가헌

‘박물지博物誌’는 원래 고대에 지어진 책의 제목이자 자연계의 사물이나 현상을 종합적으로 적은 책을 가리키는 큰 용어다. 하지만 그 시대에 사진술이 발명돼있었다면 누구라도 이 시각언어를 박물지의 문장으로 사용치 않았을까? 사진가 한정애가 이 땅의 작은 박물관들을 촘촘히 기록하고 <박물관 박물지>라 명명한 까닭이다.

전시는 2월 25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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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사진전 '박물관 박물지', 2월 25일부터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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