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生] "표현의 자유와 판단의 자유는 누구에게 있는가?"…'더러운 잠' 작품 훼손, 문화예술인 모였다
[문화 生] "표현의 자유와 판단의 자유는 누구에게 있는가?"…'더러운 잠' 작품 훼손, 문화예술인 모였다
  • 문화뉴스 박다율
  • 승인 2017.02.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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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한 예술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뉴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차용한 마네의 '올랭피아'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패러디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 관한 논쟁이 심해지고 있다. 국회의사당에 전시된 작품은 훼손됐고,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은 6개월 직무 정지를 당했다.

국격 훼손, 여성 혐오, 성적 비하를 주축으로 '더러운 잠'을 향한 비난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예술인들의 입장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더러운 잠'의 작가 이구영은 "정확하게 풍자를 한 작품일 뿐"이라며, "여성 폄하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표현의 자유'는 모든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를 비롯해 생활 속에서 눈짓 하나 손짓 하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국민을 향해 있었다. '표현의 자유'가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릴 자유'도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 국민보다 먼저 정치에 평가받고 훼손당한 작품 '더러운 잠'에 대해 예술인들이 분노했다.

이에 6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곧, 바이 전작가연대', 문화연대, 한국민속예술인총연합 등 총 56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한 예술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한국 민예총 수도권 이사장인 정세훈 시인이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 민예총 수도권 이사장인 정세훈 시인은 "인류는 창세 이후에 꾸준히 모든 예술 활동을 동원해서 활동을 펼쳐왔다. 보다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해서였다. 그런 차원에서 예술인들이 부당하고, 부정하고 독재적인 권력과 정치에 당당히 맞서 꾸준히 투쟁해왔다"며, "자고로 예술을 아는 정치와 권력은 정직과 헌신으로 민중의 상징이다. 반면에 예술을 모르는 정치와 권력은 부정과 부당한 방법으로 독재를 일삼으며 민중을 농단한다. '더러운 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가 예술을 존중하고, 예술다운 예술을 지향하는 나라가 되길 원하는 입장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곧, 바이 전'에 참가한 김종도 미술가는 "국회의사당은 국민의 공간이다. 어떠한 작품도 걸릴 수 있으나, 그 작품이 훼손되는 것은 안 된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나의 작품을 파괴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야만적 행위다"며, 작품 훼손에 대한 비난을 가했고, "작품이 '추하다' 느끼는 것과 '아름답다' 느끼는 것은 개인 호불호의 영역이다. 작가는 이상을 꿈꾸고 재해석하며,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지향한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으로 촛불을 드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작가의 순수한 뜻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더러운 잠'의 작가 이구영은 "'곧, 바이전'은 22명의 블랙리스트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진행했다. 그런데 보수 단체 회원의 손에 '더러운 잠' 작품이 파손됐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통령을 감히 이렇게 표현하냐"는 뜻으로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상황이다"며, 작품 훼손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더러운 잠'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표창원 의원에게 내린 징계는 편협한 관점 때문에 나타난 일이다. 새누리당은 공범인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해 여론몰이로 상대를 비판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모습에 날 선 눈빛을 보내야 한다"며, '곧, 바이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 '더러운 잠'의 작가 이구영이 취재진에게 성명서 중 일부를 발표했다.

사회를 맡은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의 송경동 시인은 "얼마 전 김기춘과 조윤선이 구속됐다. 이들이 문화 예술인 1만 명 규모의 블랙리스트를 사찰했다는 게 밝혀졌다. 이런 시기에 국회에서 해야 하는 일은 어떠한 징계를 내리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밝혀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정 조사를 구체적으로 하고, 그 과정과 사실을 밝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특검에서도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은 작품 훼손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징계가 아니라 블랙리스트 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해당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이다"고 국회의 대응을 꼬집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문화연대 공동 대표 임정희 평론가는 "'더러운 잠' 사태가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해가 얼마나 협소하고 왜곡됐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나라 헌법뿐 아니라 세계 인권에도 명기됐다. 한국 국민에게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인간에게 표현의 자유가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하며, 보편적인 권리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고, "이번 '더러운 잠' 사태는 실질적으로 서로 다른 표현을 통해 이견을 제시한 게 아니라 한 작품을 충돌의 이미지로 몰고 간 것이다. 블랙 리스트 특검 수사와 같이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국회는 실제로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중재하거나 보여주는 매개 역할을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자마자 새누리당의 농단에 넘어가서 문제를 없애느라 급급한 추악한 형태를 보였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또한, "예술적 표현은 정치적 도구가 아님을 밝힌다. 우리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본질적 자유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권리나 자유가 보장되기 바란다"며 예술의 자유를 주장했다.

   
▲ 문화연대 공동 대표 임정희 평론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부위원장인 변우균 연출가는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건을 접하고, 예술 교육을 하는 강사들도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 심각하고 엄중한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사건을 접하고, 그에 대한 예술인들의 의견을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유를 밝히고,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천부적인 기본권이다. 우리 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저항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그들에게 손해배상 청구하고, 모든 법적 책임을 물어서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것 인식시켜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기본권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의 1분 발언에서는 박재동 만화가가 "작품 하나에는 작가의 표현 자유가 담겨 있고, 관객은 작품에 반론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것도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훼손할 권리는 없다며, "'더러운 잠'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작품은 작가의 생과 같은 것인데, 생명과 같은 작품을 테러했다는 것이다. 작품을 훼손하는 것은 사람 한 명을 테러하는 것과 같다. 작품과 그에 대한 반대 생각은 모두 인정할 수 있지만, 테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작품 훼손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 박재동 만화가가 "테러 행위"라며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해 비판했다.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한 예술인들의 발언에 이어, 한국민족극운동협회의 윤만식, 민족서예인협회의 여태명 그리고 한국민족춤협회의 장순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진석 미술가의 퍼포먼스와 함께 '창작 표현의 자유 수호와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한 예술인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표현의 자유에 조종을 울린 천박한 정치인들은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다시금 비통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묻는다. 이 땅에 표현의 자유는 과연 존재하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이제 정의롭지 않은 권력자와 그 주구들 그리고 눈치나 보고 있는 보수야당들에 얻어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우리의 자유는 본디 우리 것이었고 따라서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자유는 우리 스스로 지켜나갈 것이다. 그것이 도도한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가르침이고 오늘의 광장이 복습시킨 명백한 가치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의 마타도어의 표적이 된 그림 '더러운 잠'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와 조르노제의 작품 '비너스의 잠'을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태연하게 머리 손질이나 하면서 수수방관한 현직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풍자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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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작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엄연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이 갖는 함의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감은 채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한 식물 대통령만 문제 삼으며 본질을 호도하고 심지어는 작품까지 훼손했다.

   
▲ 이진석 미술가의 퍼포먼스가 기자회견 후 진행됐다.

풍자란 본디 약자들의 공격 전략이다. 지니고 있는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약자들이 온갖 물리력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탄압과 수탈을 일삼는 권력가들을 타격하기 위해 고안해 낸 효과적인 응전방식이다. 따라서 풍자는 숨은 칼날이면서 동시에 집요하고도 유쾌한 공격방식이다.

해당 작품을 보면서 칼에 베인 듯한 고통을 느꼈다면 그들은 스스로 부당한 권력의 편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현재 국정농단의 실체를 알고 있는 대다수 국민은 오히려 유쾌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벌어진 이러한 야만적인 폭거를 바라보면서 몇 가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작품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넘어 훼손까지 자행한 자신들의 행위를 마치 "부당한 흐름을 응징한 정의의 투사"인양 코스프레를 하는 동시에, 선의를 가지고 편의를 제공한 표창원 의원에 대해 사퇴압력을 가하는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들의 공격 속에는 적반하장을 넘어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번 사건이 단지 예술에 대해 무지한 몇몇 친여 성향 인물들의 천박성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최근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수세국면을 이번 사건의 침소봉대와 왜곡을 통해 일정 부분 희석하려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음모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국민의 뜻으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목불인견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자당의 국회의원이 연루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엄중한 문제임이 분명함에도 정당 지지율의 유지에 급급하여 '표현의 자유'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표창원 의원만 당윤리위원회에 회부해 6개월의 당직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 기자회견 이후 이진석 미술가(위 사진 왼쪽)가 '더러운 잠' 훼손 항의 퍼포먼스를 펼친 후 취재진에게 선보이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권력은 누구를 위한 권력이란 말인가. 예술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치환한 천박함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속 보이고 국민의 뜻과 반하는 하류 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는 데서 과연 저들에게 수권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눈치 보기의 행태는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이 문제를 '여성혐오'라는 문제로 치환하여 공격하는 무지와 몰지각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여성이기도 하지만 민생을 파탄 낸 보통명사로서의 '나쁜 정치가'이고 당연히 풍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갑자기 대통령의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여성혐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태도는 예술과 정치를 둘러싼 여성주의적 감수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직접적 폭력을 정치적 이권을 위해 악용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해당 작품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은 작품에 대한 훼손, 철거, 검열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비평과 토론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

무능과 위선 함량 미달의, 파렴치한 대통령과 그 권력에 기생하는 온갖 정치 건달들과 부역자들에 의해 농단 당해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이 땅의 정치와 국민의 권리와 헌법의 가치들이 국민 스스로가 밝힌 촛불을 자양분으로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이때, 새로운 희망의 불꽃 위에 찬물을 끼얹는 여야정치인들의 행태는 역사가 기억하고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의 주인은 당연히 국민이다. 따라서 위임해준 권력을 남용하거나 전회를 일삼는 권력가와 정치인들에게 빌려준 권력을 회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국민이다. 지금은 예술적 풍자를 통해 '우아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이러한 국민의 경고를 두려워하지 않을 경우 그 부당한 권력과 천박한 정치의 끝은 지금보다 훨씬 냉혹할 것임을 명백히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 예술가들은 비통한 마음을 추스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중한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 작품을 훼손한 새누리당 외곽조직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 훼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라.
-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당의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에 부화뇌동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 작품에 대한 비판적 의견개진을 넘어 개인과 그의 가족의 인격을 모독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검경은 즉각 조사하여 그 책임을 물어라.

2017년 2월 6일
기자회견 참가 단체 일동

[글]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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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박다율 | 1004@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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