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하늘을 제외한 모든 것이 캔버스가 될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벽면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거리의 낙서로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나의 예술로서 인정받는 '그래피티'다. '그래피티'는 벽이나 교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하여 낙서처럼 긁거나, 그린 그림을 말한다. 본래 가난한 흑인, 반항적 청소년 등의 '거리 낙서'로 시작되었다. 이 후 힙합문화 확산되면서 대중들, 특히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는 건물의 벽면을 비롯하여 전시, 디자인까지 이루어지며 하나의 트렌디한 감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 ⓒ닌볼트 공식홈페이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를 만나보았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작가 닌볼트는 영화 's 다이어리', '사이코메트리'를 비롯하여 국내 다양한 방송, 뮤직비디오, CF 등에 그래피티작업을 왕성히 펼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피티 작가로 우리나라의 그래피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삶과 그래피티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ㄴ 안녕하세요.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입니다.

'닌볼트'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인가요?
ㄴ 진짜 너무 많이 들은 질문이네요. 예전에 어렸을 때 만화제목을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너무 어렸을 때 지어서, 좀 나이가 들어서 바꿀려고했는데 너무 오래쓰다보니까 그 이름으로 알려져서 바꿀 수가 없었어요.

이름이 마음에 안드시나요?
ㄴ 솔직히 마음에 안들어요(웃음)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ㄴ 퍼포먼스 공연을 발전시켜서 초대형 그래피티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구상은 다 끝났고, 얼마전 공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연을 앞으로 뭐해야할지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머릿속 구상은 다 끝났고 실천만 하면 돼요

그래피티를 언제부터 시작했고,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ㄴ 그림은 한 5살 때부터 시작했어요.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죠. 근데 아버지가 그림그리시다가 일찍 돌아가셔서 집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몰래몰래 혼자서 그려오다가 그래피티를 처음 접한건 17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흑인이 자기이름을 스프레이로 막 쓰곤 도망가는데 경찰이 잡을려고 총을 쏘며 쫓아가는 걸 봤어요. 근데 저는 이게 범죄행위가 아니라 '아 스프레이로 표현해서 그리면 굉장히 멋진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그게 '그래피티'인지도 몰랐어요. 그 이후로 형들한테 스프레이를 빌려서 사서 뿌리기 시작했어요. 그게 여기까지 오게됐어요.

 

그래피티 작업을 어떻게 배워나갔나요?
ㄴ 누구한테 배울 수는 없었어요. 독학이라는게 상당히 재밌는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지만 자기 스스로가 더 빠져들기만 한다면 가능해요. 저같은 경우는 미술 같은 서적들을 많이 봤어요. 대학생들이 보는 서적들을 어렸을 때 보니까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구요. 그렇게 공부를 독학으로 하고, 그것을 그래피티에 접목을 시켰어요.

미술의 역사를 보면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그림자체를 배울 수가 없었어요. 집에서 워낙 반대가 심하고, 돈도 없었거든요. 학원은 갈 여력도 없었고, 학교도 대학교는 못간다는 전제하에 그림을 그렸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그래피티를 택한 건 당연한거죠. 도저히 붓으로 해서는 대학교 갈 돈도 안되고, 생계유지도 안됐으니까요. 그래서 뭘 할까, 어떤 장르로 쭉 나갈까를 고민하다가 일찍 결정을 했어요. 17살에요.

그래피티란 장르는 당시에 알려진 것이 전무했을텐데, 어떻게 확고한 결정을 할 수 있었나요?
ㄴ 스프레이를 처음 사서 뿌렸을 때, 그 느낌이나 촉감이 '아 이건 충분히 가능성있는 도구다'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많이 혼났죠. 사람들은 다 낙서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작업을) 다 끝냈을 때, '이건 낙서가 아니라 작품이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앞으로 이 분야가 잘되겠구나' 하는 생각? 그때는 그래피티란 단어도 몰랐죠. 한 3년은 그래피티란 말도 모르고 그렸던거죠.

처음에 그림은 어디서 시작했나요?
ㄴ 처음에는 그릴 데가 없으니까 공장이나 폐공장의 벽, 굴다리같은데도 그렸고, 맨 처음에는 제 방에서 부터시작했죠. 문 닫고 창문 열고.. 락카 냄새 때문에 쓰러진 적도 있죠(웃음)

그 때 그렸던 그림들이 그 장소에 그대로 남아있나요? 다시 가본적 있으세요?
ㄴ 그래피티 하는 사람들의 벽이 오래 지속되질 않아요. 다 누가 덮거나 지워버리거나 하거든요. 지워지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마음에 안들면 지우고 처음부터 시작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지우는 걸 두려워하는 순간 자기발전이 없어진다고 보거든요. 그냥 남길 그림을 그리려면 캔버스나 화폭에 그림을 그리면 되지 왜 굳이 벽에 그리겠어요. 그정도는 다 각오하고 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보이지 않는데요. 보통 수입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ㄴ 많은 곳에서 찾아요. 그래피티가 트렌드화되가면서 2000년도부터 시작해서. 해외에서 전시도 하고,영화부터 CF, 일반매장, 가게 안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말 그대로 하늘을 제외한 모든 게 다 캔버스에요.

 

독학을 해서 그림을 배웠는데,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는 것과 다른 특징이 있나요?
ㄴ 저는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지식을 모르는건 아니에요. 저한테 배우는 제자들한테도 "나는 배운게 없다. 알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고 말해요.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다른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게 아니다"고 말해요. 왜냐면 스케치를 따로하지않거든요. 스케치를 그리면서 연습을 처음부터 하지않아서.. 스케치를 해야지 더 정확하긴 해요. 그렇지만 실제로 벽에다 스케치를 하진 않아요. 그림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이죠. 저도 나중에 지나서야 알았어요.

하지만 저한테 그림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스케치를 정확하게 하는 법을 알려주죠. 왜냐면 스케치를 하지 않고 그리는건 집중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초보자들에게 힘들기 때문이에요. 기본 한 10년 정도는 해야 (그래피티)구조나 전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어서요. 처음 배우는 친구들한테는 너무 어렵게 다가가질 않길 바라기도 하고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ㄴ항상 힘들었어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것은 거기서 선두를 지키면서 가장 어렵게 길을 가야하거든요. 지금은 가장 나이가 많은 축이에요. 근데 그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이끌어가는게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금전적인 부분이 만족스럽지 않긴 하지만 문화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발전시켜나간다는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업의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ㄴ그림만 항상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의 끈을 놓지 않는거죠. 특별히 놀지 않는 이상 '새로운 것이 뭐가 있을까' 하며 그림 생각을 해요. 어쩔 때는 1번부터 10번까지 다 적어나가다보니까 영감이 떠오를때도 있고, 지나가다 문득 떠오를때도 있고요. 어떻게 떠오르는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림에 실력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집요하게, 매일 손이 망가지고 정신이 지끈지끈할정도로 아이디어 구상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잠깐 놓으면 안되요. 자기 머리가 터져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학대하면서 이끌어내는게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을 하면서 겪으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ㄴ 락카가 겨울에 폭발을 해서 그림이 반이 지워졌을 때요. 근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퍼지는 느낌이. 그래서 그걸 오히려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죠. 그림도 상당히 잘나왔고 우연하게 이루어진 신선한 작업이었어요.

그림에 있어서는 그런 우연을 겪기 쉽지 않아요. 먼저 스케치를 다 해놓고 색깔도 정해놓고 구조를 파악하고 그대로 그려나가니까요. 뜻하지않은 그런 경우에서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아, 이럴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 때 그 (페인트가) 튀는 느낌에서 영감을 얻어 다른 작품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래피티를 스프레이만 이용해서 그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생각이 트이는 계기가 됐었죠. 도구의 틀, 상황의 틀을 깨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피티를 낙서와 예술의 경계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ㄴ 맨 처음에는 낙서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더이상 낙서 라고 만은 할 수 없죠. 그래피티 안에는 많은 자을들이 있어요. 지금은 그 장르 하나하나들이 고유 스타일로 자리잡았어요. 그리고 그래피티를 대중이 인정하고 있고, 미술 갤러리에서도 상당히 고가의 작품들이 팔려나가고 있고. 너무 많은 대중문화들에 스며들어있는데, 어떻게 이게 낙서라고만 할 수 있겠어요? 이젠 낙서가 아닌 예술이죠.

마지막으로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ㄴ 생각에 그치지말고 실천에 옮기세요. 사람들은 항상 머릿속에 생각을 하고 움직이게되요. 때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해요. 안된다는 생각은 나쁜거에요. 된다고 생각해도 안되는 일이 많아요. 사람들은 저에게 "너는 꿈만 있다. 그건 안될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세상은 안된다고 말하는 거짓말쟁이가 너무 많아요. (웃음)

문화뉴스 방보현 기자 ba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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