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7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우면당 재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이 2015년 11월 국립국악원 기획공연인 '소월산천'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출가 박근형을 제외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박근형 연출가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풍자극인 '개구리'로 '특정 정치 성향에 따른 정부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어 박근형 연출가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5 창작산실-우수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 심사 당시 자진사퇴를 강요받기도 했다.
 
2015년 '소월산천' 공연 당시,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단장(현재 주영국 한국문화원장)은 공연을 주도한 국악연주단체인 '앙상블 시나위'에게 협업단체로 이름을 올린 극단 골목길이 출연하는 연극 부문을 빼고, 공연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극단 골목길은 박근형 연출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단체다. '앙상블 시나위'는 국립국악원의 요구를 거절한 후, '소월산천' 공연을 취소했다. 또한, 이 사실을 안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 역시 항의 차원에서 자신이 출연 예정이었던 공연을 취소하며, 1인 항의시위를 펼쳤다.
 
   
 
 
이와 관련해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국립국악원에 있는) 풍류사랑방도 자연음향으로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실험하고 있었다"며 "요일별 공연을 하고 있다. '소월산천'도 '금요공감'에 참석했다. 콜라보를 하게 되어 있었는데, '앙상블 시나위'를 초청했다. 과에서 파악한 바로는 '앙상블 시나위'를 초청했고, 공연 내용을 1~2주 전에 확인했다고 들었다. 박근형 연출의 극이 들어와서 과에서 당황했고, 용호성 단장님도 조금 당황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원장은 "당시 나는 그 시점에 KBS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일이 있어서, 미국에 가 있었다. 이쪽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다. 국악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예술가들이 예술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정치에 연관되는 것을 싫어한다. 여러 가지 공간의 문제, 기획의 문제, 연출자의 문제로 얽히기도 하지만, 약간의 '긁어 부스럼'이 좀 되지 않았느나는 생각을 한다. 정리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직접 혼자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연계되니 정리가 조금 안 됐다. 그러면서 정영두 씨도 이해를 잘 못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잘 풀어보려 노력했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김해숙 원장은 "어쩌다 보니 소낙비를 맞은 것 같다. 사사로운 이야기겠지만, 업무 보고를 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나겠는가? 정부가 강압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여러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공연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공연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거는 굉장히 단순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용호성 단장님을 만났는데, 단장님이 특검에서 '블랙리스트' 관련해 말씀드렸고,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해숙 원장은 '블랙리스트' 지시에 대해 "국립국악원의 경우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저희도 사실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저희가 자발적으로, 좋아서, 신나서 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를 하면, 소속 기관이어서 그런 부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있다. 국가 세금을 쓰기 때문에, 절대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 기관의 입장에서 내가 100% 혼자 처리할 수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문체부의 배제 지시에 대해서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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