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가족? 우리가 무슨 가족이야. 남보다 못한 존재지'
 
우리 가족을 돌이켜보면 우린 어떤 모습일까. 화목하고 다정한? 아니면 남보다 못한?
영화 '그래 가족'은 영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현실 남매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가족이 다 화목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사채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사는 삼 남매 경우는 더욱 그렇다. 쌍둥이 아이가 있는 집안의 가장이지만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가진 건 힘밖에 없는 장남. 악착같이 공부해 기자가 됐지만 결국 흙수저 인생이라 금수저에게 밀려난 되는 둘째.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목표도 없이 알바하며 살아가는 셋째. 인물 하나하나가 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짠내나는 캐릭터다. 아버지 장례식에서도 장례비 1/n을 이야기하고, 영정사진 준비도 안 하는 것 역시 남 같은 존재인 가족들의 현실적 모습이 아닐까.
 
   
▲ 왼쪽부터 첫째 '성호', 둘째 '수경', 셋째 '주미'
 
이런 현실 남매 상황을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건 갑자기 나타난 막둥이 넷째의 등장이 있기에 가능하다. 영화 속 막둥이 '오낙'은 가장 비현실적 캐릭터다. 11살 나이에 무색하게 어른스러운 넷째는 청소, 빨래, 음식등 못하는 게 없고, 형, 누나들의 무관심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함으로 가끔은 형, 누나들을 화나게 하기도 감동을 주기도 하는 인물이다. 영화가 그렇듯 이런 캐릭터의 등장은 생전 연락 한번 하지 않던 삼 남매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가족으로써 한걸음 성장해 나가게 한다.
 
   
 
이렇듯 어린아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는 '과속스캔들', '7번방의 선물'들도 있다. 과속스캔들 속에서는 '기동', 7번방의 선물에서는 '예승'이가 가족 혹은 교도소 수감생들의 화합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그래, 가족' 역시 '오낙'이 삼 남매, 아닌 사 남매를 하나로 이어준다. 세 영화 모두 아이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이지만 '그래, 가족'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우선 둘째 '수경'이 자기 대신 뉴욕 특파원에 가게 된 후배의 뒤를 캐내기 위해,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낙이를 이용, 첫째 '성호' 역시 보험금을 노리고 낙이를 키우려다가 생각처럼 안 되자 다시 둘째에게 맡기는 등 아이를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불편했다.
 
물론 현실적 남매라 갑작스럽게 생긴 막둥이를 이용하려 한 모습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삼 남매가 하나가 되게 되는 사건은 사실상 큰 알맹이는 없고, 결국, 막둥이가 아버지 무덤 앞에서 흘리는 눈물로 감동이 자아내 감동을 쥐어짜는 식의 결론으로 밖에 가지 못했다.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데 현실적인 캐릭터들은 너무 현실적인 모습들만, 비현실적 캐릭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만 나아가 따듯한 가족의 감동,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에 대한 공감 그 중간지점에서 멈추어진 느낌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래, 가족'이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현실적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 자신의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관객은 자신처럼 느껴지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삼 남매가 한 테이블에 앉아 별 이야기 없이 술을 마시는 장면은, 아무리 남보다 못한 존재여도 가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보인다. 그래, 가족이니까.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가족 남매 코미디 '그래, 가족'은 2월 15일 개봉한다.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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