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나무도 푸른 가지를 뻗을 수 있다

[문화포토] 능숙한 총질과 현란한 액션으로 팀원들을 리드하고 구출하며 돌격하는 이가 있다. 팀원들은 모두 그를 따르고 존경하지만, 단지 게임 속 모습일 뿐 현실 속 그는 게임 팀원 정모에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평범한 백수이다. 주인공인 '권유(지창욱)'는 PC방에서 우연히 울리는 핸드폰을 줍게 되고 주인에게 주기 위해 한 오피스텔에 찾아간다. 사례금을 받은 권유는 기분 좋게 집에서 잠들고 깨어났을 땐 영문도 모른 채 미성년자 살인 강간을 한 범죄자가 되어있었다.

1급 강력범들만 수감되는 교도소, 갑작스러운 사건도 억울한데 교도소를 통제하는 권력자에게 눈 밖에 나기까지 한다. 갖은 고생 끝에 가까스로 탈옥에 성공한다. 권유를 범인이라 가리키는 증거는 완벽하지만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일어났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파헤치며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를 도와주는 것은 바로 게임 속 팀원들. 현실에서 가진 그들의 능력과 기술로 사건을 추적하며 반격한다.

어쩌면 이미 조작된 도시에서 사는 우리에게 영화 속 범죄는 어쩌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풍자하는 사회 고발 영화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기존 한국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도심 속 화려한 전투 장면과 게임 액션을 현실적으로 담은 새로운 시도의 액션 영화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범죄 스릴러에 가미된 화려한 판타지 액션은 적당한 발란스를 맞춰주며 영화를 다채롭게 만든다. 

게임 속 리더로서의 카리스마, 현실의 초라한 백수, 누명에 씌어 억울하게 범죄자가 된 청년,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까지, 배우 지창욱은 첫 스크린 데뷔라고 하기엔 능숙한 액션과 연기 능력을 인증하며 권유 역을 소화해낸다. 지창욱의 잔잔한 목소리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채우는 천상병 시인의 '나무'는 젊은 층 관객들에게 영화 속에 담고자 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현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청년들의 모습으로 사회의 주류인 권력자들로 인해 힘겹게 살아가지만, 이미 '조작된 도시'의 사회를 구해낸다. 누군가에게는 범죄를 뒤집어씌워도 되고 사라져도 상관없는 '썩은 나무'일지라도 그들이 힘을 모으면 세상을 뒤집고 권력을 휘두는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PC방을 전전하는 백수, 대인기피증 해커, 특수효과 막내 스태프 일지라도 첨단 기술과 기득권층을 위한 도구는 아니며 함부로 대하여 져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영화 '조작된 도시'는 가벼운 오락 영화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비주류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당일 개봉을 앞둔 '조작된 도시'는 9일 새벽 4시를 기준, 예매율 26.5%로 지난달 흥행작이자 같은 CJ E&M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사 영화인 '공조'를 앞서고 있다.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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