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어느 날 나타난 누군가가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미드나잇'은 공포정치가 펼쳐지는 1937년 소련을 배경으로 한다.

엘친의 2007년 작 'Citizens of hell'을 뮤지컬 '쓰루더도어'와 '투모로우 모닝'의 작사, 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와 영국 극작가 '티모시 납맨'이 만나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은 악몽같던 1937년이 끝나고 새로운 1938년이 다가오는 것을 기념하려는 한 부부와 그들을 찾아온 손님(비지터)이 만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비지터 역에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 출연 중인 정원영과 고상호, 남자 역에 배두훈과 '팬텀싱어'로 스타덤에 오른 백형훈, 여자 역에 전성민과 김리, 멀티 & 코러스 역에 박주희, 도정연이 출연한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최근 '힐링'물이 대세인 대학로에서 보기 드물게 인간 내면의 악한 마음을 지독하게 파고든다. 겉보기엔 그저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한 부부가 낯선 방문자로 인해 추악한 진실과 마주한다는 이야기는 강렬한 색채의 연출과 맞물려 관객들의 심장을 찌른다.

   
▲ 여자 역 김리

비지터는 당시 공포정치의 표상으로 불리는 '엔카베데'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비지터는 말 그대로 그들의 마음속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를 비춘다. 비지터의 폭로는 중후반으로 달려가며 점점 부부를 뒤흔들고, 낯설게 만든다. 이들이 극 초반부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대비되며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낯설게 만든다.

   
▲ 남자 역 백형훈

뮤지컬 '미드나잇'은 불편한 작품이다. '평범한 사람의 선택'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악함을 말하는 의도도 그렇지만, 10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하룻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음에도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관객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사소한 정보들을 수집해가며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고, 마지막 장면 역시 열린 결말을 의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인 작품이 '미드나잇'이다. 친절하고 가슴 따듯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최근 뮤지컬 계에서 이보다 인상적인 작품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모르는 내용을 추리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인 대본 위에서 펼쳐지는 불편함은 관객에게 극장을 나설 때도 한 번 더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비지터는, 남자는, 여자는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곧 우리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 비지터 역 정원영

최근 2년간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연극 '엘리펀트 송' 등에서 감성적인 소년 연기로 인상 깊었던 정원영은 이번 '미드나잇'을 통해 또 한 번 내공을 과시한다. 단순히 차갑거나, 악마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기존의 본인 이미지를 뒤집어 놓은 듯, 복잡하고 악랄하며 유쾌한 비지터를 너무나 인상적으로 소화한다. '노크, 노크, 노크'로 대표되는 인상적인 후렴구 또한 귀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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