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고발한 전 베트남 영사의 자기고백서

괴짜 공무원을 만나다

사실 저는 19938월 외교부 근무를 시작한 이래 20182월 조기 명예퇴직하기 전까지 약 25년간의 기간 중 주호치민총영사관(2회근무, 14) 및 주베트남대사관(3) 등 총 17년을 베트남에서 근무했습니다. 19958월 주호치민총영사관에서 부영사로 제가 첫 해외 근무를 시작할 당시 총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복종, 갈등, 저항의 과정을 영사일기 형식으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그 후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사진출처=김재천

 

자서전을 쓰게 된 이유를 듣다

내가 겪은 일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싫었고, 내 자신에 대한 채찍과 격려를 위함이었습니다. 아울러, 36살에 늦깍이 장가를 가면서 얻은 두 아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장차 두 아들이 아버지가 쓴 영사일기를 읽으면서 사회에 나가서 겪을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갈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구요.

당초 영사일기는 저의 아픈 경험, 슬픔, 자괴감, 좌절, 비관 등 제 인생에 있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제 인생의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들이 솔직하게 고스란히 적혀 있는 비밀일기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자책만 하고 지냈던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 영사일기에 수록된 그 어두운 면은 밝은 면으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는 노무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부처에 자체 혁신안 마련을 위한 혁신토론방을 마련하였고, 제가 그 토론방에 실명으로 거침없이 여러 혁신안을 쏟아내었고, 이러한 행동을 통해 저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이후 그분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관련 모든 서적 탐독을 통해 깊이 알게 되었고, 제가 공무원으로서 고민했던 많은 부분들이   고 노무현대통령님께서 이미 오래전부터 고심하셨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하였고, 즉시 우리 부부는 노사모 가입과 노무현재단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공무원으로서 최초로 고발하게 된 것은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은 일등을 포함 제 내면에서 끓고 있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증과 이명박 부정부패 정권과 박근혜 무능정부에 대한 분노가 저로 하여금 희생을 감수하는 용기를 갖게 했고, 무엇보다도 이미 고인이 되신 노동운동 1세대 지도자에서 목회자로 변신한 아버지의 가르침과 아내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01611JTBC 인터뷰 이후 저는 처음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여 제가 겪은 일들과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저의 정체성을 알게 해준 노무현정부 당시 마련된 각 부처 혁신토론방(외교부도 설치)에서 제가 올렸던 혁신안과 우리정치 사회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올려져 있습니다. 제 자서전 성격의 당초 영사일기 내용은 책으로 발간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업데이트된 내용들이 추가되고, 기존 영사일기의 일부분만을 발췌하여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영사일기는 당초 발간목적이 아니었지만, 영사일기를 토대로 내용을 추가로 내용을 보완하여 제가 공무원을 퇴직하면, 책으로 내고자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사일기 내용에는 저의 가슴 아픈 경험을 적시하다 보니 비난받아 마땅할 관련자들의 실명이 거론되었고, 그것도 아주 구체적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책의 분량이 매우 많았고, 또 시중에 책으로 발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아내의 의견도 있었기에 몇 년에 걸쳐서 여러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하여 왔습니다.

 

자서전은 대중 앞에 자신의 발가벗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우려의 부분도 있다고 여겨졌기에 선뜻 책을 내기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제 성격상 내용을 상세하게 적다보니 저의 부끄러운 부분을 빼고서 책을 낸다는 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었고, 내가 쓰고 싶은 것만 골라서 책을 낸다는 것은 아예 책을 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저는 아내와 이야기한 후, 저의 한()이 담긴 여러 에피소드 대부분은 빼고, 미래지향적이고 저와 같은 방향과 가치관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긴 저만의 색깔을 가진 자서전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원고가 완성된 후 교정, 교열 그리고 책 디자인 과정에서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6개월 만에 책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1년 전 검사내전을 출간한 출판사 관계자가 저를 찾아와서, 여성과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무겁지 않게 저의 베트남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관련 책을 써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쓰고 싶었던 책을 먼저 쓰지 않고, 특정 독자층의 입맛에 맞는 책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1-2개월 고민 끝에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제가 쓰고 싶었던 책 괴짜공무원의 파란만장 분투기을 쓰고 나서 소위 베트남에 대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쓸 것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시간이 1년이 지난 지금이 된 것입니다.

 

201828년 공무원정년을 남기고 조기 퇴직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긴 후에 베트남에서 보낸 17년의 추억도 생각나고 해서 지난 추억을 더듬으면서 책을 쓰고자 하니 쉽지 않았지만, 과거 써 놓은 영사일기와 꼼꼼히 모아 놓은 자료가 있었기에 책을 완성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 내 출판시장이 침체되어 있고, 출판사들이 선뜻 자신들의 비용으로 책을 내는 경우는 유명작가나 외국 번역 서적 등 시장성이 좋은 경우이고, 자서전은 시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 스스로의 비용으로 자가 출판을 해야 했습니다. 모든 일들이 책을 내고자 했던 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저를 도와주는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이 기회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책의 내용과 특징에 주목하다

 

책은 본문(10)과 부록 편으로 나뉘며 총 360 페이지입니다. 독자들의 책에 이해를 돕기 위해 삽화와 현장감 있는 사진이 담겨 있으며, QR 코드가 있어서 동영상 및 관련 자료를 실감나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매년 3천만 명의 해외출국자 및 760만 해외동포들이 해외에서 우리나라 격에 맞는 제대로 된 영사 민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규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은 이미 저자가 15년 전에 우리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내용이기도 한 데, 책의 제 7장의 소제목 미래지향적 영사민원 및 재외동포정책 제안(영사처 설치)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우리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심도 있게 논의 해 볼만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8장 재외동포교육 및 사건, 사고업무 에피소드는 생생한 경험을 묘사하고 있어서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이 현장감 있는 내용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는 요즘, 수많은 해외여행자들과 교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제9장 및 제 10장을 통해 저자는 아버지의 노동운동,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우리정치 및 기독교에 대해 쓴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으며, 직장 내 갑질문화 및 우리사회 정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의도가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사회의 변화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라는 자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자각은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스로 공부하고 똑똑해지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일부 무책임한 언론과 정치인들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권리를 찾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이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저는 베트남에서 17년 동안 교민들과 해외여행자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러 난관을 극복해보려 노력했지만, 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매년 약 3천만 명이 출국합니다. 그리고 해외에 750만 재외동포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160여 재외공관(대사관 및 총영사관)의 이들에 대한 영사민원서비스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칩니다.

 

그 원인은 해외 영사민원업무를 외교부에서 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의 예산에 묶여 급증하는 해외 영사민원업무는 개선될 수 없습니다. 영사민원업무를 외교부에서 떼어서 별도의 총리실 산하 영사처를 만들어서 외교부예산과 별도의 예산과 인원으로 독립적으로 운영(소방청과 같이)하면서 외교부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우리나라 격에 맞는 해외 영사민원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 영사민원서비스가 어떤 것이 있는지 제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해외 영사 민원서비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정치권이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 책의 내용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정부이후 해외 영사민원서비스 개혁 등 외교부 개혁주제를 거침없이 쏟아내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책에도 내용 언급).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공익이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의 가치, 그 분이 저를 용기 있는 행동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 집단인 외교부에서 25년간 지내면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었고, 바른말을 많이 하다 보니 25년간 한 번도 승진(승급)하지 못했고, 소위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갑질이 다반사였던 생활이었기 때문에 저는 감히 을의 애환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상관의 무조건적인 복종, 그리고 갈등, 극복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사회정의에 대한 태도, 공익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독자들이 제 책을 통해 공감하고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용기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도전해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 좋은 것을 만들어 주고, 그리고 그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더 나은 것을 만들어 줄 때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나 환경에 있다면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주위의 격려가 아닌가 싶다

- 본문 제1. 공익제보에 대한 생각 중에서 -

 

박리디아 기자 goly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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