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0 '조작된 도시'

   
 

[문화뉴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금주 개봉하는 영화 '조작된 도시'다. 이번달에 가장 많은 상영관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평을 남겼는가?

두 사람은 '조작된 도시'를 시사회로 먼저 접했을 텐데, 당시 기억을 떠올려 영화가 어떠했는지 알려달라.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영화를 보기 전과 후가 이렇게 확연히 다른 영화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예고편을 먼저 접했을 때는 솔직히 기대보단 실망감이 컸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배경과 뻔해 보일 것 같은 전개, 그래서 과거 크게 망했던 미스테리 액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떠올랐고 이 영화도 안될 영화인가 싶었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 기대치가 낮아져서인지, 의외로 영화가 "꽤나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심어두었던 다이너마이트가 연쇄폭발이 일어나듯, 여기저기서 시선을 빼앗는 장면과 장치들의 향연이었다. 예고편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한 걸 반성하고 반성한다. 이래서 '영알못' 꼬리표 떼기가 힘든가보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사실 개봉 전 기대치가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박광현 감독이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0여 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감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촬영 후(크랭크업 2015년 12월)에 개봉이 계속해서 늦어진 것도 불안요소였다. 여기에 지창욱이 '큰 예산' 영화 주인공으로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티켓 파워'가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도 박광현 감독에겐 '팝콘이 터지는 장면'을 멋있게 보여줬던 '웰컴 투 동막골'의 향기가 짙게 남아 있었다. 또한, 지창욱도 온전히 한 영화를 이끌 힘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단순히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뼈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 역시 의미가 있다.

   
 

이것만큼은 '조작된 도시'에서 장점이라고 엄지 척 치켜들 만한 게 있었던가?
ㄴ 양 : 단연 카체이싱 장면이다. 우리나라 카체이싱 장면은 21세기 들어 제작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거대해졌다. '용의자'에서 공유가 선보인 카체이싱 장면이나, 청룡영화상 촬영상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한 '아수라'의 빗길 카체이싱, '공조'에서 첫 울산대교를 활용한 카체이싱 장면이 손에 꼽히는데, '조작된 도시'만큼이나 카체이싱을 메인으로 깔고 간 영화가 있을까?

외국 영화에선 '촬영지 유닛'이나 '세컨드 유닛'이 있다. 부차적이나 필요한 장면을 위해 팀을 추가하는 경우다. 그런데 '조작된 도시'는 '카체이싱 유닛'이 따로 활동을 펼친다. 덕분에 주인공의 경차인 마티즈는 그야말로 슈퍼카가 되어 날뛴다. '분노의 질주'가 개봉되기 전에 선보여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안재홍이 연기한 '데몰리션'은 현장의 실제 특수효과를 담당한 팀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선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펼친 명장면이 고스란히 패러디되어 재현된다. 엄청난 오마주를 웃음과 함께 보여주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쌀알을 뿌리는 그 장면은 오래간만에 보는 명액션 장면이다.

   
 

석 : 양 기자가 언급한 카체이싱 연출 공감한다. '공조'와 '아수라'에서 선보였던 카체이싱을 합쳐도 '조작된 도시'만큼 못하다. 카체이싱 이외에 '권유' 역을 맡았던 주연배우 지창욱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필자에게 지창욱의 이미지는 그간 그가 드라마에서 연기하면서 쌓아온 이미지였다.

특히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웃어라 동해야'에서 선보인 그의 친숙하고 훈훈한 이미지가 강력하게 박혀있었다. 드라마로 입지를 다졌던 지창욱이지만, 영화에선 뚜렷하게 존재감을 보였던 적이 없기에 주연배우로서는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조작된 도시'를 보고 나서, 박광현 감독이 괜히 지창욱의 합류를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한 게 아니었다. 역시 명장이 뛰어난 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지창욱이 그렇게 액션배우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출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카체이싱도 솔직히 지창욱이니까 가능했던 것이고, 어둠 속에서 조폭들과 싸우는 씬도 그였기에 가능했다. 첫 주연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그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셈. 그 외 강렬하게 기억 남는 건, 10분도 안되는 분량인데도 신스틸러급 존재감이었던 김슬기와 흑인부부였다. 이런걸 축구용어로 '슈퍼서브'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조작된 도시'의 단점은?
ㄴ 석 : 박광현 감독이 이 '조작된 도시'의 화끈한 액션을 터뜨리기 위해 초반을 너무 지루하게 설정한 것부터 실수였다. '권유'가 조작된 사건의 올가미에 걸려 누명쓰고 교도소까지 빠른 전개로 나간 건 좋았으나, 교도소 장면을 너무 자세하고 오래 끌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부분을 많이 지적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영화 전개에 있어서 많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평이 극명하게 호불호로 갈리기도 했을 것이다. 2시간 넘는 분량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든든한 배급사가 지탱해주고 있으니, '공조' 때처럼 여러 단점이 있음에도 관객몰이 하겠지만 말이다.

양 : 뼛속까지 '수원 삼성 블루윙즈' 팬인 배우 김상호의 '역할'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미쓰 와이프', '소원' 등 영화에서 보여준 선한 이미지 때문일까?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장면임에도 미소가 나왔다.

어느 정도 극에 몰입해서 영화를 보려고 하니, 극의 후반부엔 다시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마덕수' 캐릭터의 위치가 오정세가 연기한 '민천상'과 비교가 되는 점이 사뭇 아쉽다. 어중간한 캐릭터보단 확실한 위치에서 극을 이끌어갔다면 어땠을까?

'조작된 도시' 총평은?
양 : ★★★ / 동막골에서 팝콘이 터지는 장면을 만든 그 박광현 감독의 상상력이 터지는 순간, '스노든'과 '빅 브라더'로 함축되는 주제 의식도 상업영화에 적절히 어울려진다.
석 : ★★★ / 초반에는 자괴감 들 정도로 이걸 왜 봤나 후회했지만, 중후반부터 예상을 웃도는 화력으로 폭발한다. 그 폭발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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