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빅 히어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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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로봇 개발자인 대학생 타다시는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를 동생 히로에 남기고 사고로 사망합니다. 히로는 자신이 발명한 마이크로봇의 복제품을 활용해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마스크와 조우합니다. 히로는 베이맥스에 무술 기능과 전투 능력을 부여해 마스크에 맞섭니다.

슈퍼 히어로물의 요소

마블의 원작 만화에 기초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는 원제 'Big Hero 6'가 말해주듯 히로와 베이맥스 등 6명의 히어로가 악역 마스크의 음모를 분쇄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슈퍼 히어로 장르답게 이미 영상화된 마블과 DC의 슈퍼 히어로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사와 대저택을 보유한 부잣집 외동아들 프레드는 배트맨을 연상시킵니다.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에서는 프레드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슈퍼 히어로로 활약했던 마블 세계관의 창시자 스탠 리임이 밝혀집니다. 마블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답게 스탠 리가 직접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초능력을 지닌 아버지의 과거가 집약된 숨겨진 공간을 아들이 찾아내는 전개는 '스파이더맨 2'의 고블린 부자와 유사합니다.

허니 레몬의 캐릭터 디자인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스칼렛 위치로 출연한 엘리자베스 올슨의 외모와 흡사합니다. 마이크로봇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마스크의 능력과 움직임은 '스파이더맨 2'의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 3'의 샌드맨, 그리고 '매트릭스' 삼부작의 센티넬을 합친 듯합니다. 바퀴를 고속 질주와 더불어 무기처럼 사용하는 고고의 능력은 '트론'을,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순간이동장치는 '더 플라이'의 세계관의 바탕이 되었던 동일한 장치를 연상시킵니다.

일본적 요소, 압도적

'빅 히어로'는 미국의 슈퍼 히어로의 외형에 충실하지만 일본적 요소가 보다 압도적입니다. 애당초 원작 만화에서 빅 히어로 6는 일본 정부를 비롯한 일본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히로와 타다시의 하마다 형제는 이름부터 일본적입니다. 히로 하마다라는 이름은 '신기동전기 건담W'의 주인공 히이로 유이와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의 주인공 시로 아마다를 합친 듯합니다. 히이로는 '히어로(Hero)'의 일본 발음에서 비롯된 작명입니다.

서두에 등장하는 로봇 조종자의 이름 '야마', 히로의 동료 '와사비'와 '고고' 역시 일본적인 이름입니다. 야마가 조종하는 로봇은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하는 외양입니다. 야마와 히로가 겨루는 로봇 격투는 '리얼 스틸'을 연상시키는데 '리얼 스틸'은 주역 로봇 이름이 '철완 아톰'의 아톰과 동일할 정도로 일본적인 영화였습니다.

 

공간적 배경 샌프란시스코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국의 대도시입니다. 서두의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비추는 장면은 '조디악'의 오프닝을, 거리의 언덕과 트램은 '더 록'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근 미래의 샌프란시스코의 대교는 일본 신사의 문인 토리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입니다. 번화가 곳곳에는 게와 초밥 등 일본식 식당 간판이 눈에 띕니다. 이모의 카페를 겸한 히로의 집 앞 거리에는 일본의 상징인 벚꽃으로 가득합니다.

본편은 물론 엔딩 크레딧에도 재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상공에는 일본의 연과 유사한 풍력발전기가 가득합니다. 히이로의 팀 6명이 마스크와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에 등장하는 경차 역시 일본적인 소품입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라멘과 일본식 도시락도 등장합니다. SF 걸작 '블레이드 러너'에서 서기 2019년의 LA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적 요소가 가득한 도시로 재해석한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베이맥스, 일본 로봇의 후계자

주역 로봇 베이맥스의 외형은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를 연상시키지만 그가 배우는 무술은 일본의 카라테입니다. 천재적인 개발자인 혈육의 유품으로 압도적인 성능 로봇을 주인공이 물려받아 살육에 사용할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점에서는 '마징가Z'의 서사의 얼개를 답습합니다. 로봇은 인간의 활용 여부에 따라 선과 악 어느 쪽도 될 수 있다는 설정은 '철완 아톰' 이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입니다.

히로가 개발한 베이맥스의 수트에서는 '로켓 주먹'이 발사되며 결말까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베이맥스의 로켓 주먹도 마징가Z의 로켓 펀치와 유사합니다. '로켓 주먹'의 한글자막은 '로켓 펀치'가 보다 자연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 이동 장치의 내부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로봇과 눈물겨운 이별을 하는 소년 주인공을 묘사하는 장면은 '짱가(원제 '아스트로 강가')'의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기동전사 건담'의 건담을 연상시키는 V자형 안테나를 지닌 로봇도 등장합니다.

 

프레드가 착용하는 코스튬은 슈퍼 전대 시리즈의 악역 코스튬을 연상시킵니다. 그의 집에 벽에 걸린 6개의 가면은 6명이 한 팀이 되는 슈퍼 전대를 결성한다는 암시입니다. 악역 마스크가 착용하는 마스크 또한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가면과 흡사합니다. 마스크에 접근하기 위해 히로와 베이맥스가 밤에 몰래 외출할 때 이모가 시청하는 TV 드라마에서 “살아있다! 살아있다!”를 외치는 대사는 마스크의 정체가 서두에 사망한 인물 중 한 명임을 암시합니다. 한편 히로의 방 벽시계에 그려진 로봇은 '로보트 태권V'의 태권V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매니악한 세부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빅 히어로'는 디즈니의 작품답게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폭력 묘사는 담백해 어린이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유머 감각과 관객의 감정선을 세련된 방식으로 자극합니다.

단편 'Feast'

'빅 히어로'에 앞서서는 단편 애니메이션 'Feast'가 공개됩니다. '포식'을 뜻하는 제목답게 유기견 출신의 보스턴 테리어 윈스턴이 청년 제임스를 만나 함께 살게 된 뒤 인간의 음식을 포식하며 보내는 세월을 묘사합니다. 제임스는 윈스턴 덕분에 연인과 이별할 위기에서 벗어나 결혼에 성공합니다. 제임스의 아기가 윈스턴에게 미트볼로 자신에게 가까이 오도록 유도하는 결말은 'E.T.'에서 소년 엘리엇이 E.T.를 M & M 초콜렛으로 유혹해 자신에게 가까이 오도록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반려견에게 인간의 음식을 주는 장면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너무나 즐겁고 긍정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자막으로 짧게 경고하지만 어린이 관객은 물론 일부 성인 관객조차 반려견에 애견용 사료가 아닌 인간의 음식을 먹여도 좋다는 뜻으로 작품을 수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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