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단편극 페스티벌 '작당모의(作黨謀議)'가 지난 1월 20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그 중 '갈매기' 4막, '각하, 우리들의 각하!', '학원전쟁'을 다녀왔다.

극단 가변, 안톤 체호프 작, 이성구 연출, '갈매기' 4막

단편 페스티벌이라, 극단 가변은 '갈매기' 4막만을 공연하기에, 전체 줄거리를 소개한다. 1막엔 뜨레플레프가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아르카지나는 아들의 희곡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이 때문에 화가 난 뜨레플레프는 공연을 중단한다. 뜨레플레프가 자리를 떠난 사이 니나는 뜨레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니나는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금방 자리를 떠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마샤는 도른에게 자신이 뜨레플레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2막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카지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소린과 도른은 논쟁을 벌인다. 아르카지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샤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던 뜨레플레프와 마주치지만, 뜨레플레프는 뜨레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자리를 떠난다. 뜨레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뜨레고린은 창작에 대해 괴로움을 토로하지만 니나는 그에 대한 동경과 함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친다. 뜨레고린은 뜨레플레프가 사냥한 갈매기를 보며 새로운 소설을 구상한다.

3막에선 뜨레플레프와 뜨레고린의 사이는 악화하여 있고, 결국 뜨레플레프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했다. 아르카지나와 뜨레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뜨레고린에게 메드베첸코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카지나와 뜨레플레프가 만나고, 뜨레플레프는 아르카지나에게 붕대를 걸어달라고 요청한다. 두 사람은 뜨레고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충돌하지만, 곧 화해하는 듯 보인다. 아르카지나는 완전히 떠나고, 뜨레고린은 놓고 온 물건을 찾으려다 니나와 마주친다. 니나는 배우가 되기로 했다고 고백하고, 뜨레고린은 그녀와 재회하기로 약속한다.

4막에선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뜨레플레프는 소설가가 되었고 니나는 뜨레고린과 연인이 되어 그의 사생아를 낳았지만 아이는 죽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온 상태다. 메드베첸코와 마샤는 결혼했다.도른의 부름으로 아르카지나와 뜨레고린이 소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있던 뜨레플레프는 돌아온 니나와 마주친다. 니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하고, 뜨레고린은 그녀와 재회하기로 약속한다. 뜨레플레프는 아직도 니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만, 니나는 혼란스러워하다가 자리를 떠난다. 권총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놀란다. 도른은 뜨레플레프가 자살한 것을 확인하고 뜨레고린에게만 이 사실을 알린다.

무대좌우에 의자를 가로 놓아 출연자들이 앉아 대기한다. 무대 왼쪽 배경 가까이에 소형 피아노가 한 대 보이고, 오른쪽에는 식탁과 주위에 의자를 쌓아놓았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필기도구와 종이가 그 위에 펼쳐져 있다.

연극은 도입에 마샤가 술잔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흐느적거린다. 메드베첸코가 마샤에게 집으로 가자고 권하지만, 마샤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다. 뜨레플레프가 등장해 자신의 테이블에 앉아 집필을 시작한다. 도른과 함께 아르카지나와 뜨레고린, 그리고 소린이 등장하고, 뜨레고린은 뜨레플레프에게 다가가, 작품이 좋다며, 사람들이 작가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하고 아르카지나에게로 간다. 뜨레플레프는 뜨레고린이 자신의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를 않고, 빈말로 그런다는 것을 알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뜨레플레프의 분노와 고뇌는 그가 의자를 이리저리 옮기고 마치 개울을 건너가듯 의자를 밟고 움직이는 행동의 연속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모두 중앙탁자주위에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시작하고, 놀이가 한창일 때 조명이 어두워지면, 카드놀이를 하던 일행은 무대 좌우의 출연자석으로 가서 앉는다. 드디어 니나가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뜨레플레프는 니나를 반기고, 아직도 니나를 열렬히 사모하고 있음을 밝히지만, 니나는 저편 방에서 카드놀이를 한 뜨레고린에게만 여전히 관심을 기울이다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다. 뜨레플레프는 낙심과 절망에 빠져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 벽에 상체를 기대고 앉는다.

일행이 중앙탁자로 다시 자리를 옮겨 카드놀이를 시작하면, 한방의 총소리가 울린다, 일행이 놀라며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닥터 도른이 소리 나는 곳으로 가서 뜨레플레프의 자살을 발견하고, 일행에게 다가가 자신의 가방에서 화학약품이 폭발하는 소리라며, 뜨레고린을 손짓해 부른다. 도른은 뜨레고린에게만 뜨레플레프의 자살을 알리고 아르카지나를 데리고 어서 여기를 떠나라고 권한다. 뜨레고린이 카드놀이 테이블로 향하고, 일행의 웃으며 떠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수민, 김태겸, 방수미, 배우진, 손니나, 송선미, 이재식, 이현서, 정세령, 황준혁 등 출연자 전원의 오케스트라 단원 같은 호흡일치와 호연이 극의 분위기를 마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이끌어 간다.

극단 아우라의 공동창작, 성준현 연출의 '각하, 우리들의 각하!'

무대는 대통령의 담화발표장면으로, 긴 직사각의 입체 조형물 세 개를 무대중앙에 가로놓고, 그 뒤에 금발의 여성출연자가 등장해, 훈장이 달린 백색의상에, 마치 곡마단의 피에르 같은 입술분장을 하고, 커다란 안경을 썼는데, 가짜 눈썹 하나는 거꾸로 매달려 얼굴 오른쪽에 붙어있다. 마이크는 보이지 않지만, 연설이 확성기를 통해 전달되듯 들린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담화내용을 미리 녹음해 놓고, 녹음에 맞춰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는 것이라는 게 밝혀진다.

출연자는 가끔 재채기하고, 안경을 벗고, 가방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안경을 꺼내 보이기도 하고,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며 입술 분장을 지우고, 거꾸로 달린 눈썹과 제대로 달린 눈썹을 떼어내기도 하면서, 담화인지 연설인지를 계속하지만, 남이 써준 원고를 미리 녹음하고 거기에 입을 맞춰 벙긋거리는 것이라, 내용도 들을 만한 게 없고, 한담이나 잡담 비슷해 관객에게는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출연자가 피에르 같은 기괴한 분장을 지우고, 눈썹을 떼고, 금발까지 벗어버리나, 검은 천으로 머리를 감싼 얼굴 모습이 드러나는데, 무척 예쁜 얼굴이라 객석에서 남성관객들의 감탄하는 소리와 함께 관심이 배가도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우혜림이 각하로 출연해 1인극을 독특한 성격창출로 이끌어간다.

극단 청동시대의 강병주 작·연출의 '학원 전쟁'

무대 왼쪽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사무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무대 오른쪽에도 책상과 의자가 있고, 배경 오른쪽에 등퇴장로가 있고, 오른쪽 벽 객석 가까이에 학원 문이 있는데 꼭 닫혀있다.

연극은 도입에 미모의 여원장이 왼쪽 테이블에 절단된 어묵을 펼쳐놓고 먹기 바쁘다. 남자 선생이 등장해 다가간다. 2인은 학원생 관련 이야기를 하는데, 원생이 없어 부근에 원생이 많은 학원 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며, 그쪽 학원 학생을 이쪽으로 유인하는 행동을 벌이는 것으로 소개된다. 그래서 이쪽으로 왔는지, 양 갈래로 머리를 딴 여학생 한 명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나간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부근 학원 원장인 듯한, 남자의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용인즉 자신의 학원 학생을 떡볶이로 유혹해 이쪽 학원으로 다니도록 데려왔다며, 확인하려고 왔다며 문을 열라고 소리를 지른다. 여원장과 선생은 아니라고 잡아떼며,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소리친다.

그러자 잠시 후 상대 학원원장이 배경 오른쪽 등퇴장로에 드릴을 들고, 등장해, 조립을 풀어 문을 열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곧바로 드릴 소리와 함께 닫힌 문이 해체되기 시작한다. 여 원장은 남자 선생에게 여학생을 숨기든지, 삼층 창문에서 여학생을 묶어 아래층까지 내려보내라고 시킨다. 남자 선생이 부산을 떨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니, 여 원장은 자신이 직접 여학생을 감추려고 달려간다. 문이 뜯기고 상대학원 원장이 들어온다. 그러나 한 사람의 학원생도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어리둥절해한다. 그러자 열린 문으로 여학생이 들어온다. 몸에는 밧줄이 감긴 채다. 여학생은 상대학원 원장에게 인사하며, 다시 그 학원에 다닐 것임을 약속한다. 상대학원 원장과 여학생이 떠난 후, 이쪽 학원 원장과 남자 선생이 낙담한 모습과 함께 아예 떡볶이 장사로 직업을 바꿀 뜻을 내비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한상철, 김성태, 최현섭, 최건영, 이조은, 이권섭, 강민지 등이 출연해, 좋은 연기와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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