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작·연출 오태석(吳泰錫 1940~)은 충남 서천출생으로 배재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숙식을 해결할 목적으로 연희극회에 들어가게 된 게 결국 그가 연극을 하게 된 계기다.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된 후, 40여 년 동안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서 총 6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집필 연출하며, 한국의 전통적 소재와 공연기법을 활용한 창의적인 연극으로 독자적 연극 세계를 구축한다. 또한,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되살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언어에 담긴 문화와 정신을 전승하기 위해 전국의 사투리 (함경도, 제주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수집하고 이를 연극언어로 발전시키는 공연을 통해 한국어의 총체적인 무대 언어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대표작으로는 '초분'(1973년), '태'(1974년), '춘풍의 처'(1976년), '자전거'(1984년), '부자유친'(1989년),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0년), '내 사랑 DMZ'(2002년), '만파식적'(2005년), '용호상박'(2005년), '백년언약'(2009년) 등이 있으며,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어, 폴란드어 등 전 세계적으로 20여 권의 희곡집이 발간되었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1992년 동아연극상, 1993년 대산문학상, 2005년 미국 LA 세계비교극문학회 초청공연,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중 전회매진이라는 기록을 수립한다. 이번 공연은 제목을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바꿨다.

무대는 배경 막에 사람 키 높이의 단을 만들어 출연자들이 그 위에 늘어서기도 하고, 그 앞으로 폐기물 같은 사각의 뻥 뚫린 목제 조형물 여러 개를 2중으로 가로 늘어놓고, 그 앞 객석 가까이에 역시 사방 4m 크기의 공간을 수조나, 저장탱크처럼 만들어 놓고, 외곽에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 조형공간은 후에, 정구장처럼 그물로 차단막을 가설하고, 공으로 목표물을 맞히면, 물이 분수처럼 객석을 향해 분사하게 되어 있어, 객석 세 개의 앞줄에는 두꺼운 비닐을 들어올려, 관객이 뿜어 나오는 물을 막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이 조형물은 그 위에 뚜껑을 덮고, 중앙에 긴 널판을 세로 이중으로 놓고, 한 출연자가 널판 위에 올라간 다음, 다른 출연자가 뒤에서 뒤쪽의 널판을 잡아당기면, 앞쪽 널판이 밑으로 내려가, 출연자가 그 아래로 떨어져, 인당수 깊은 물로 뛰어들어가는 듯싶은 극적 효과를 발휘한다. 의상도 상복 같은 한복에서부터, 현재 젊은이들이 입고 다니는 일상복, 또는 근로자의 작업복, 그리고 평상복차림으로 다양한 의상으로 설정된다. 음악은 화상을 입고, 수술부위의 붕대를 푸는 장면에서 푸치니 작곡 오페라 토스카의 명 아리아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타령과 최근 대중음악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용왕이 등장해 펄펄 뛰는 물고기를 손으로 내려쳐 죽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심청이가 동행하고, 정세명이라는 청년에게 지갑을 날치기당한다. 용왕을 그를 붙잡아 다리를 절도록 만든다. 정세명은 음악을 틀고 구걸하며 거리를 기어 다니는 걸인 행각을 벌이다가, 화염병 공장에 들어가 일하다가 시위에 인한 방화로 안면에 중화상을 입어 괴물처럼 된다. 그 후 공이 객석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쳐놓은 그물에 가까이 서서, 매 맞는 사람 노릇을 하다가 인신매매 일당의 선체에 함께 타 인신매매 여인들을 하나하나 물속에 빠트리고는 결국 그 자신도 바닷물에 빠져 죽는다.

그를 따라다니는 심청이, 그리고 용왕의 생각과 처신이 우리 평범한 인간과 별로 다름이 없어 친근하게 느껴지고,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처녀들의 모습이 저마다 개성이 있고, 어여쁘기가 이를 데가 없으며, 마치 카바레의 쇼걸 같은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용궁의 선녀 같은 자태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코러스 장면에는 웬만한 합창단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노래 실력까지 보인다. 그리고 그녀들이 저마다 자신의 빚을 갚아주기를 학수고대하듯 기다리다가 방송촬영 헬리콥터가 접근하자 구조보다는 카메라에 자신들의 모습이 곱게 잡히기를 열망하는 모습에서 객석은 폭소의 바다가 된다. 대단원에서 모두 심 청이 처럼 하나하나 물속에 뛰어들고, 이를 말리며 절규하듯 통곡하는 심청이의 애절한 모습에, 천둥·번개와 함께 노도가 밀어닥치며 배를 뒤집어엎으려 할 때, 일찌감치 바닷속으로 몸을 감추었던 용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천지 사방이 평온해지는 장면에서 극은 마무리된다.

송영광, 김준범, 이승배, 윤민영, 정지영, 이승열, 임민지, 유재연, 천승목, 조원준, 배건일, 이준영, 김봉현, 박지훈, 안종민, 박화영, 이보다미, 조유진, 김지혜, 이병용, 김유미, 김명준, 임주은, 이신호 등 출연자 전원의 오케스트라 단원 같은 호흡일치와 연기의 조화, 그리고 좋은 연기는 연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안무지도 강은지, 기획 오준현·정지영·윤민영, 무대감독 전혜연, 사진 이도희·신귀만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연출의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친 대중적이면서도 한 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의 탄생이었다.

 
- 공연명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 공연단체 극단 목화
- 작·연출 오태석
- 공연기간 2015년 1월 29일~2월 8일
-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