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원작자 지오르고스 란디모스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영화와 텔레비전 연출을 공부했다. 1995년 이후 일련의 무용 비디오, 텔레비전 상업광고, 음악 비디오, 단편영화, 극장공연용 연극 등을 연출했다.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 '키네타'(2005년)는 토론토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두 번째 작품 '송곳니'(2009년)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바로 영화 '송곳니'를 연극화하면서 '안전가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무대는 한 집 안의 거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침대, 딸의 침대, 교제상처럼 생긴 사각의 식탁, 책상과 의자, 출입구 등이 삼단 높이와 공간 속에 가지런히 배치되고, 벽면이 없는 건물구조지만, 상수 쪽 이집 대문은 실제 문 크기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도 대문 안쪽에 놓이고, 바퀴가 달린 커다란 우유박스는 오토바이 뒤에 매달아 이동을 한다. 현관 입구에 야구방망이 여러 개를 넣을 수 있는 통이 있고, 자주 야구방망이로 훈련을 받듯 구호와 함께 휘두르기를 계속한다.

연극의 내용은 두 딸과 한 아들, 아버지, 어머니가 한집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한다. 집 밖에는 무서운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가르친다. 단어의 뜻을 맘대로 고쳐서 아이들에게 교육한다. 고양이를 괴물이라 가르치고 갈빗대가 부러져야만 거듭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아들의 성적 욕구를 만족하게 해 주기 위해 아버지의 여비서 김 양과 주기적으로 동침하도록 한다. 막내딸의 성년식을 오라비와의 동침으로 치르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태도다.

이 연극은 가부장시대의 표상일 수도 있고, 독재에 관한 연극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하고 가족들을 통제 억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독재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연극이라 할 수도 있다.

자식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울타리라는 물리적 한계다. 자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제한적 정보만을 얻는다. 아버지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려는 용기를 감히 내지 못한다. 하지만 큰딸은 용기를 내어 탈출을 감행한다.

   
 
딸이 탈출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건, 비서 김 양이 준 비디오다. 그 비디오를 보고 큰딸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대중문화를 억압하던 시절,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원동력은 언더그라운드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대중문화를 만든 계기가 됐다.

이 연극은 한 편의 코미디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어찌 저렇게 살까 싶기도 하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연극 속에서의 가족은 재미있다고 느끼고 만족스러워하면서 살고 있다. 이게 바로 문제다. 연극 속 두 딸과 아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 이외에 다른 세상을 전혀 보지 못했기에, 자신들이 가장 행복한 인생살이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가끔 TV를 통해, "우리 조선인민공화국은 지상의 낙원이야요"하고 말하던 것이, 이 연극을 보면서 비교하게 된다.

연극에서 집을 뛰쳐나가려 하는 딸이 거듭나기 위해 자신의 갈비뼈를 강제로 부러뜨리고 몰래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매단 커다란 우유박스에 숨든가 해서 몸을 감춘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남은 자식에게 더욱 엄격하고 제한된 생활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에 순응하는 가족의 일상이 되풀이되면서 연극은 마무리된다.

박경찬, 박설헌, 박세인, 노기용, 김미수, 김수정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드라마터그 전강희, 조연출 최민경·이도연, 무대감독 김미란, 무대 의상디자인 이시하, 무대테크 양정우, 무대크로 샤인오드 문재호·윤성호·하재성, 개크루 박미르, 조명디자인 조희란, 조명보 윤해인, 조명크루 라성연 서지혜, 소품디자인 이수빈, 분장디자인 조은, 음악감독 조용욱, 음향오퍼 강지연, 포토그래퍼 이지락, 기획 박근희 서현진, 그래픽 디자인 한혜나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극단 신세계의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작, 김현경 역, 김수정 각색 연출의 '안전가족'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공연명 안전가족
- 공연단체 극단 신세계
- 원작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 번역 김현경
- 각색·연출 김수정
- 공연기간 2015년 1월 29일~2월 1일
-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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