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이은주

[문화뉴스]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빈자리는 크게만 느껴진다. 그렇기에 지금도 일부 관객들은 '그녀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필자 또한 그녀의 이름 앞에 '故'를 붙이지 않는 이유 또한, 그녀가 아직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편의 주인공은, 스물다섯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여배우, 이은주다.

   
 

'오! 수정' 수정 역
- 이은주가 충무로에서 실질적으로 자신을 알리게 했던 영화가 2000년에 개봉한 홍상수의 흑백영화 '오! 수정'이었다. 그녀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석·문성근과 함께 주연배우로 캐스팅되었고, '오! 수정'은 칸 영화제 초청작 및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채택되면서 명성을 크게 얻었고, 그녀는 갓 스물의 나이에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게 되었다. '오! 수정'은 지금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명작으로 남아있다.

   
 

'번지점프를 하다' 인태희 역
- '오! 수정'과 함께 이은주는 또 하나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병헌과 함께 '번지점프를 하다'에 출연하였고 그녀의 역할은 '서인우(이병헌)'의 첫사랑이었던 '인태희'로 극 중 '인우'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었다. 영화는 50만 명 관객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하였고, 그녀는 과거에 출연했던 '카이스트' 이후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되었다.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이은주는 본격적으로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연애소설' 김경희 역
- 영화계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은 그녀의 차기작은 차태현·손예진과 함께 작품한 '연애소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은주가 나온 영화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기도 한다. 우정과 사랑, 그 묘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세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심이 되었던 인물이었던 '경희'를 만약 이은주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소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필자 이외 많은 이들이 이은주가 나온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연애소설'을 꼽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영신 역
- 한국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이은주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녀는 '이진태(장동건)'의 연인인 '영신' 역을 맡으면서 영화 1,000만 관객 동원에 일조했다. 다만, '번지점프를 하다'부터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계속 극 중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 때문에 "이은주는 왜 죽는 역할만 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그녀의 팬들도 있었다고.

   
 

'안녕! 유에프오' 경우 역
- 이은주가 여태껏 출연했던 영화들에 비하면 '안녕! 유에프오'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거나 진부한 영화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녕! 유에프오'는 당시 흥행하는 로맨틱 코미디 형식과는 달리 순수하고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로맨스를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경우' 역을 맡은 그녀는 상대 배우 이범수와 함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나아가 사람 간 의사소통을 그려내면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주홍글씨' 최가희 역
- 영화에선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에선 '불새'로 자신의 전성기를 찍고 있던 이은주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녀가 생을 마감하게 된 이유가 된 작품. '주홍글씨'가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고 극 중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으나, 이은주 개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극 중 노출 씬과 트렁크씬은 그녀에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유발케 하였고, 결국 이 작품 이후로 우리는 두 번 다시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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