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F등급(F-Rated) 여성 서사 영화 6편 추천
[문화뉴스 MHN 최지원 기자]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섬유노동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의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날로, UN은 1975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여성 서사 영화 6편을 추천한다.
소개할 6편의 영화는 모두 F등급 영화(F-Rated)이다. F등급이란? 영화에 내적 혹은 외적으로 여성의 의식이 반영되어있는지를 판단하는 특수한 등급을 말한다. 여기서 F는 '여성(Female)'을 의미한다. F등급은 2014년 영국의 배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사용되었으며, 배스 영화제 측에서 남성 중심의 영화를 판가름하는 벡델 테스트와 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붙이는 A등급 마크에 착안하여 이러한 등급을 만들었다.
F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이 있다.
1. 여성 감독이 연출했는가? 2.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는가? 3. 특정화 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가? 이 중 1 혹은 2를 만족하는 영화는 F등급으로 분류되며 1~3을 모두 만족하는 영화는 트리플 F등급 'Triple-F-Rated'으로 따로 분류한다.
F등급의 사랑스러운 영화 6편을 소개한다.
1. 소공녀
소공녀(Microhabitat,2017) | 감독,각본: 전고운 | 주연: 이솜, 안재홍
3년 차 가사도우미 '미소'(이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이다.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소공녀'. 충무로에서 남성 중심의 영화가 제작되면서 좋은 여성 캐릭터의 부재에 대한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던 때,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사랑스러운 영화 '소공녀'가 등장하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의 현실적인 고민을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영화 '소공녀'를 추천한다.
2.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The Truth Beneath,2016) | 감독,각본: 이경미 | 주연: 손예진,김주혁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앞둔 정치인 부부가 선거기간 동안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영화에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그 모습은 전형적이거나 틀에 박힌 모성성에 갇혀있지 않다. 광기, 불안, 히스테릭을 쏟아내는 폭발적 에너지는 연홍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연홍은 그러한 강한 힘으로 서사의 가장 중심에 서서 영화의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이경미 감독 특유의 강렬하고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영화.
3.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해(Take Care Of My Cat,2001) | 감독,각본: 정재은 | 주연: 배두나,이요원,옥지영
'고양이를 부탁해'는 정재은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스무 살이 된 단짝 친구들이 세상을 알아가고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태희(배두나), 혜주(이요원), 지영(옥지영), 명랑한 쌍둥이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는 단짝 친구들이다. 영화는 인천의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의 동창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이들의 삶에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티티가 끼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보여준다. 스무 살의 웃음과 아픔,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스무 살의 고민을 세심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제까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능동적 주체로 재현했다는 이유로 여성 영화인 모임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에 선정됐다. 또한 여상을 졸업한 주인공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는 수도권 주변 도시 '인천'의 모습을 다양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이기도 하다. 20년 전 배두나, 이요원 배우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
4. 자유연기
자유연기(The Monologue,2018) | 감독,각본: 김도영 | 주연: 강말금
'자유연기'는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의 단편영화로, 결혼과 출산, 육아로 연기를 쉴 수밖에 없었던 여배우 '지연'(강말금)이 어느 날 영화감독의 연락을 받고 오디션을 보러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른바 '경력단절'의 '여성'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지연이 독박 육아와 살림을 하며 생기는 일상적인 사건들, 그리고 배우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 2018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관객상, 그리고 같은 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쟁 작품상, 관객상을 수상하며 가능성과 영화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연의 오디션 독백 장면에서 강말금 배우는 섬세하고 밀도 높은 감정선으로 연기를 펼쳐나간다.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진 말들을 마구 내뱉고 자신의 모든 감정을 토하는 마지막 '자유연기'의 순간에서 지연이 전하는 감동을 만나보자.
5. 땐뽀걸즈
땐뽀걸즈(Dance sports Girls,2017) | 감독: 이승문 | 출연: 이규호,김현빈,박혜영,박시영,심예진,김효인,이현희,배은정
'땐뽀걸즈'는 2017년 KBS 제작의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다.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의 댄스스포츠 동아리인 땐뽀반의 동아리원들과 담당 교사 이규호 씨가 주연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거제 여상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한다. 그런 소녀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꿈이 피어오르고 있는데, 바로 '댄스스포츠'에 대한 열정이다. 영화는 청소년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차차차를 배우는 땐뽀반의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록 취업도, 진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열여덟 소녀들은 진지하게 춤을 추며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삶을 살아간다.
6. 판타스틱 소녀 백서
판타스틱 소녀 백서(Ghost World,2000) | 감독: 테리 즈위고프 | 주연: 스칼렛 요한슨,도라버치,스티브 부세미
'판타스틱 소녀 백서'는 2001년 독일에서 제작된 테리 즈위고프 감독의 코미디 영화다. 이니드(도라 버치)와 단짝 친구 레베카(스칼렛 요한슨)는 지겨운 고등학교에서 막 해방된 18세 소녀들. 무료함을 달랠 장난을 궁리하는 게 그들의 하루 주요 일과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를 놀리고 모르는 부부를 미행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두 소녀는 사회 주류에 편입된 ‘모범 인생’을 비웃고 냉소적인 독설을 즐긴다.
이 영화의 재미는 플롯이나 줄거리보다 이니드와 시모어 등 영화 속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 있다. 획일화된 소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비주류’ 캐릭터인 이니드와 시모어(스티브 부세미)는 매력적이다. 영화 속 세상에서 캐릭터들은 각자의 성장을 이루어나간다. '독특한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소녀들이 감각하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보자. 독특한 이야기와 더불어 무려 10대 시절의 귀여운 스칼렛 요한슨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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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기념, 여성 서사 영화 6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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