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브이튜버 '키즈나 아이' 이미지와 음성을 통하여

 

출처: 하츠네 미쿠(Hatsune Miku) 공식 홈페이지

[문화뉴스 MHN 윤자현 기자] 청록색 양갈래 머리에 은회색 교복과 같은 의상은 하츠네 미쿠의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하츠네 미쿠는 실존 인물이 아닌 보컬로이드이다. 보컬로이드는 악기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야마하(Yamaha)가 개발한 음성 합성 엔진과 이를 활용한 이미지 캐릭터이다.

하츠네 미쿠가 신곡을 출시할 때 사람의 녹음은 필요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우의 목소리를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음에 해당하는 발음을 삽입하여 노래를 ‘부르게’ 된다.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이름의 뜻은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이다. 하츠네 미쿠를 제작한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프로듀서 사사키 와타루는 “(보컬로이드가) 인간의 대용이나 모방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어떻게 보컬로이드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일까? 사람들은 어떻게 아티스트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출처: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의 배반'(La trahison des images)

사진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팬이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을 보고 난 후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치게 된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사진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지나쳤을 무언가를 기록한다. 사람은 사진에서 2차원 영상을 넘어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진을 생각했는데, (중략) 나는 지시 대상, 욕망된 대상, 사랑하는 육체만을 보곤 했기 때문이다.”

‘밝은 방(Lucid room)’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실제의 대응물이자 실제와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 보았다. 파이프의 사진을 보면 사람은 파이프를 생각하고 파이프가 찍힌 사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사진은 대상을 가리키고 있고 우리는 사진을 통하여 대상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사진을 통하여 연예인은 사람들의 일상에 등장한다. 대중은 마치 그 사람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출처: 영화 'Her'의 장면. 주인공 Theodore는 인공 운영체제 Samantha와 사랑에 빠진다.

목소리

목소리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목소리는 말이 담고 있는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사람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의 뇌에는 목소리를 감지하는 청각 피질이 있고 목소리를 들을 때 뇌파는 특정 패턴을 나타낸다. 사람은 목소리로 개개인을 표상하고 구분한다.

전화를 할 때 전화하는 대상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은 수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사람과 교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로 하는 채팅보다 사람 목소리의 음색, 성량, 고저 등이 전달하는 정보를 생동감 있고 개성 있게 만들어준다. 목소리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의 존재를 인식시켜주고 같은 가상의 공간에 머무르도록 도와준다.

 

출처: VLive BTS 채널 '태태 FM 6.13'

영상

사진과 목소리가 합쳐져 움직이는 영상을 만든다. 현대 사람은 영상과 높은 친밀도를 보인다. 2019년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월평균 23시간이고 이는 2018년 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영상매체의 흐름에 맞춰 연예인은 기존의 방송매체에서 벗어나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여 일상 브이로그와 공연 준비 단계 등을 공개한다.

팬들과 소통 과정에서 팬들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통해 점차 이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유튜브, V앱 등 개인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대중은 연예인의 일상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이들에게 친분을 느낀다.

 

출처: 키즈나 아이(Kizuna AI) 유튜브 채널 'A.I.Channel'

브이튜버(V tuber)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데뷔했다. 그는 IT 업체가 개발한 캐릭터로 데뷔 앨범이 20만 장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의 인공지능 엔터테이너로는 유튜버의 역할을 가상 캐릭터가 대체하는 브이튜버(Virtual youtuber)가 등장하고 있다. 브이튜버는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의 준말로 유튜버의 역할을 가상인물이 수행하는 방송인을 뜻한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브이튜버 채널은 5000개 이상이 개설되었다. 현재 브이튜버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키즈나 아이(Kizuna AI)의 구독자 수는 2020년 기준 269만 명이며 보컬로이드의 주된 배경이 되는 일본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캐릭터는 사생활 영역에서 물의를 일으킬 걱정이 없어 팬층의 와해 가능성이 낮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게임,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보컬로이드와 브이튜버는 IT 기술의 산물이고 산물은 다시 IT 기술을 발전시킨다. 보컬로이드는 성우의 목소리를 저장하는 라이브러리를 두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음성 합성 기술(TTS system)을 발전시켰고 브이튜버처럼 캐릭터로서의 보컬로이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MMD)을 발전시켰다.

과학에서 도구의 발명이 과학계의 도약과도 가까운 발전을 이루어낸 것처럼, 현대에는 IT 기술의 발전이 대중의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때로는 제작자로, 때로는 진실된 팬으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한 번 팬이 된 이상 팬들은 아티스트의 작업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를 한 사람으로서 대하며 작업 외의 삶 또한 응원하게 된다. CG 캐릭터가 대중을 팬으로 만드는 과정은 실제 인물인 아티스트가 팬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캐릭터에 생생한 인격이 형성되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대상이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홀로그램 같은 존재라고 해도 대중은 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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