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15년 전 미제연쇄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어느 신도시에, 병원 도산 후 이혼한 의사가 흘러들어왔다. 아무 연고도 없던 그는 조용히 쥐죽은 듯 그 도시에서 살아갔지만, '해빙'은 이 전락한 의사의 불안정한 심리와 잠식되는 모습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 설명은 영화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수연 감독의 제작의도를 돋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해빙'은 지난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중 하나인 일본 대 파라과이 경기와 같았다. 이 경기는 분명 진행되었지만, 내용과 결과를 기억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빙'도 분명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었으나,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진웅을 비롯하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분명 뛰어났고, 조진웅의 롱테이크 신이 인상 깊었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너무나 욕심부려 이것저것 가져다 반영하다 보니 정작 내용이 희미해졌다.

하나 확실한 건, 미제연쇄살인 사건의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해놓고선, 영화 초반에 차창 밖에 보이는 공사장 바리게이트에 '화성시'라 적혀있으니 메시지 전달은 글렀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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