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각 지자체에서 시작
빠르고 안전하게 질좋은 물건 구입할 수 있어 인기
농산물에 이어 수국과 도시락 회까지, 판매 품목 확대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드라이브 스루’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에 탄 채로’(drive), ‘지나가면서’(through) 안전하게 검사하는 ‘승차 검진’ 방식이 큰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일반 진료소를 이용할 때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이 방식은 실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승차 검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부터 부활절 계란까지 … 일상 속 드라이브 스루

대청호에서 진행된 ‘내리지 말고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는 벚꽃길’ 캠페인
(자료 제공 : 대전광역시 동구청)

지난달 31일, ‘세계에서 가장 긴 벚꽃길’을 자랑하는 대전 대청호에서는 진귀한 광경이 연출됐다. 대전시 동구 관계자들은 “이왕 오신 거 그냥 지나가유”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대청호 ‘내리지 말고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는 벚꽃길’ 캠페인을 홍보했다. 벚꽃이 유명한 경북 경주와 전남 보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스루 벚꽃 구경’이 진행됐다.

그런가 하면 ‘드라이브 스루 종교활동’을 하는 곳도 많았다. 부활절을 맞아 지난 12일 포항 중앙교회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달걀’을 나눠주었고, 서울 온누리 교회와 씨티 교회는 차에 탄 채 ‘승차 예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강원 속초와 경기 안양, 경남 창원 등의 지자체는 ‘드라이브 스루 도서·장난감 대출 서비스’를 시행 중이고, 광주광역시교육청과 대구 동부교육지원청은 같은 방식으로 학교 및 학원에 방역 물품을 배부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며 일부 학교에서는 신학기 교과서 또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배부한 바 있다.


■ '드라이브 스루'의 정석, '드라이브 스루 마켓'

용인시에서 진행된 '드라이브 스루 마켓' /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자료 제공 : 용인시청)

그런 가운데, 최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는 분야가 있다.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다.

‘드라이브 스루’에 ‘마켓’(시장)이 접목된 ‘드라이브 스루 마켓’은 '차에 탄 채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며 학교 급식용 농산물 공급이 중단되자, ‘처치 곤란’ 상태가 된 농산물들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지금은 활어회부터 화분까지 판매 물품이 다양해지고, 시장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 열리는 곳에 찾아가 차 안에서 주문 및 결제하고, 차량을 이동하면서 물건을 받는다. 이때도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판매자가 물건을 차량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판매자와 소비자의 접촉이 없기에 위생적이고 안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차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바로 받을 수 있어, 시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이러한 까닭에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서 반응이 좋다. 농가는 쌓인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진행하는 대다수 지자체에서 현금은 물론 지역 화폐와 상품권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난 기본소득’ 활용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자체의 특색있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

1. 용인 '드라이브 스루 마켓'

용인시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추가 진행했다. / 사진은 백군기 용인시장
(자료 제공 : 용인시청)

용인시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적극 활용하는 지자체 중 하나다.

지난달 27일 용인시와 농협중앙회 용인시지부가 공동으로 ‘용인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의 요청이 쇄도하며 이달 8일과 21일에도 추가 판매를 했다.

‘용인 드라이브 스루 마켓’에서는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부터 딸기와 수국까지 다양한 품목이 평소 대비 20% 정도 저렴한 금액에 판매됐다. 행사 시작 한 시간도 안 돼 다 팔리는 물건이 생기는가 하면 판매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차들이 1km 넘게 줄을 서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행사 이후, 시민들은 맘카페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행사 참여 인증 사진을 남기고 후기를 공유했다. 판매자로 참여한 한 농민은 “농산물 출하 시기가 됐음에도 판매처가 없어 걱정했는데,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개최해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2. 포항과 노량진의 '회 드라이브 스루 마켓'

포항 미곶・구룡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진행된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마켓'
(자료 제공 : 포항시청)

수산물을 판매하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도 있다.

경북 포항시와 포항시 어류양식협회는 지난달 14일부터 22일까지 ‘강도다리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어민을 돕는다는 취지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포항 강도다리 회’를 판매했는데,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준비된 물량이 전량 판매되기도 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지역 횟집과 유통업체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접목하고 다양한 판로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도 지난달 26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을 운영 중이다. 특히 차량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도록 ‘워킹 스루’ 즉, ‘걸어서’(walking) ‘지나가면서’(through)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 또한 도입했다. 애플리케이션 '싱싱이'를 이용하면 모둠회와 전복 등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을 살 수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최소 이번 달까지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비스 연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드라이브 스루'의 장점을 활용할 예정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러한 '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두고 시민들은 대체로 “양도 많고 신선하다”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3. 강원도 '산나물 팔아주기 드라이브 스루 마켓'

강원도에서는 '산나물 팔아주기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 열렸다.
(자료 제공 : 산림조합중앙회)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축제' 개념으로 활용하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는 이달 18일부터 5월 3일까지 ‘산나물 팔아주기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연다.

청정 산나물을 주로 판매하는 이 행사는 강원도 내 시·군에서 동시에 열린다. 특히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평창휴게소 등 지역구분 없이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에서 주말마다 ‘드라이브 스루’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일정 금액 이상 구매자에게는 ‘공기정화 나무 화분’도 증정하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최문순 강원 지사와 가수 김장훈 씨가 함께 춘천 특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2만 원 이상 사면 공기정화식물을 준다길래 넉넉히 샀다.”, “생각보다 향이 좋으니 다들 사러 가세요”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행사가 시작된 이달 18일에는 약 700kg의 산나물이 모두 판매되며 기대를 더 했다. 강원도는 ‘산나물 팔아주기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고 30t가량의 산나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4. 전국 방방곡곡 '드라이브 스루 마켓'

전남 장성군에서 진행된 '로컬푸드 드라이브 스루 마켓'
(자료 제공 : 장성군청)

이 밖에도 많은 지자체가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적극 활용 중이다.

전라북도는 납품하지 못한 급식용 농산물 5.5t을 최대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내놓아 전량 판매했고, 장성군은 ‘로컬푸드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운영해 지역 농산물 소비를 권장했다. 이용자에게는 작은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홍성군은 아욱, 두부, 요구르트 등 8개 품목을 내놨다. 전남 완도군의 경우에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광어와 전복회를, 제주도는 농산물꾸러미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했다.


■ '로컬푸드부터 도시락 회까지', '드라이브 스루 마켓'은 계속된다.

신속하면서도 접촉을 최소화하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
(자료 출처 : 장성군 공식누리집 갈무리)

'드라이브 스루 마켓'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은 용인시는 “코로나19를 극복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산청군은 이달 11일부터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매주 주말, '산청군 로컬푸드 행복 장터'에서 드라이브 스루 판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 열린다. 광주시는 이달 24일부터 ‘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소비 촉진 행사’를 열고 매일 도시락 형태의 회를 40% 이상 할인된 금액에 판매한다.

판매자를 도우며 구매자가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것 외에도, 시간적 측면에서는 '신속', 대인 관계 면에서는 '접촉 최소화'라는 장점 덕에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다양한 방향으로 더욱 확대될 '드라이브 스루 마켓'의 진화가 기대된다.

-----

용인부터 제주까지, 방방곡곡 '드라이브 스루 마켓'의 진화

-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각 지자체에서 시작
- 빠르고 안전하게 질좋은 물건 구입할 수 있어 인기
- 농산물에 이어 수국과 도시락 회까지, 판매 품목 확대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