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헬륨을 이용한 극저온 상태의 실험 중 우연히 발견
BCS 이론으로 설명, 고온 초전도체에 대한 한계

출처: 픽사베이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보낼 수 있을까? 20세기 초중반의 물리학자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절대로 불가능하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전선을 만들 때에도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리를 사용하며 반도체 칩은 구리보다 더 손실이 적은 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물질로 만들든 간에 작게나마 반드시 물질 내부에 전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전기저항이 존재하고 저항으로 인해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독일의 물리학자 게오르크 옴(Georg Ohm, 1789~1854)는 유명한 '옴의 법칙'을 만들어 저항을 나타냈으며 저항의 단위는 그의 이름을 따 '옴'을 사용한다. '옴의 법칙' 전자기학의 기본적인 법칙으로 여겨졌었다. 초전도체가 등장하기 전까지.

출처: 위키피디아, 액체 헬륨

초전도체 현상은 저온 상태의 물리학을 연구하다 우연히 발견되었다. 1911년 카메를링 오너스(Kamerlingh Onnes, 1853~1926)은 세계 최초로 기체 상태로만 존재하던 헬륨을 액체 상태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헬륨이 액체가 되기 위해선 온도가 대략 4K(섭씨 -269도) 정도가 되어야 하며 오너스는 이를 이용해 고체 수은의 온도를 극저온으로 떨어트린 다음 전기 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는 4.2K의 온도에서 고체 수은의 전기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관측하였고 이후 많은 물질에서 동일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런 극저온 상태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초전도 현상이라 부르며 전기 저항이 사라진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출처: 위키피디아, 마이스너 효과

물질이 임계온도보다 낮아져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면 아주 특이한 성질을 많이 띠게 되는데 그중 하나로 물리학자 발터 마이스너(Walther Meissner, 1882~1974)가 발견한 마이스너 효과가 있다.

어떤 물질에 자기장을 걸어줄 경우 자기장을 따라 자기력선을 그리면 물질을 투과하는 형태로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초전도체에서는 다른 현상을 보여준다. 자기력선은 초전도체를 투과하지 못하며 물질을 갑자기 초전도체로 만들 경우 내부를 투과하던 자기력선이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내부에 자기력선이 지나지 못하는 것은 다시 말해 초전도체 내부에서 자기장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며 초전도체는 외부의 자기장에 반발하는 완전반자성을 가지게 된다. 이 반자성의 존재가 단순히 전기저항을 0으로 만든 상태와 초전도체를 구분하는 지표가 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초전도체의 반자성

초전도체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물리학자 존 바딘(John Bardeen, 1908~1991), 리언 쿠퍼(Leon Cooper, 1930~), 로버트 슈리퍼(Robert Schrieffer, 1931~2019)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의 이론은 각자 이름의 맨 앞 글자를 따 BCS 이론이라 부른다.

물질 내부의 전자들은 모두 -전하를 띠기 때문에 서로 밀어내려는 척력인 쿨롱 힘을 받는다. 하지만 초전도체에선 좀 다른 상황이 일어난다. 바로 초전도체 내부의 전자들은 서로 끌어당겨 쌍을 이룰 때 더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며 이 쌍을 쿠퍼쌍이라고 부른다.

BCS 이론에 의하면 이온 격자에서 전자가 움직일 경우 + 전하를 띤 이온은 전자가 움직인 방향으로 쿨롱 힘에 의한 인력을 받는다. 하지만 이온은 전자에 비해 너무 무거워 한 번 끌려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이온이 끌려간 곳은 이온이 몰려 +전하를 띄게 되고 그곳으로 전자가 끌려오게 되어 쿠퍼쌍을 형성한다.

하지만 모든 전자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른다. 즉, 같은 상태에 동일한 전자가 들어갈 수 없어 필연적으로 쿠퍼쌍은 서로 반대 방향의 스핀을 가지는 전자 2개가 쌍을 이루게 된다. 서로 반대 방향의 스핀은 서로 상쇄하여 쿠퍼쌍은 스핀이 0인 입자와 같아지고 마치 보존과 같이 행동한다.

출처: Nobelprzie
존 바딘, 리언 쿠퍼, 로버트 슈리퍼

보존은 전자나 양성자와 같은 페르미온과는 달리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르지 않아 같은 에너지 준위에 여러 개의 입자가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쿠퍼쌍은 다른 입자들에 관계없이 어떤 에너지 준위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는 이온의 에너지 준위에도 얼마든지 쿠퍼쌍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고전적인 직관을 이용해 이해하자면 입자가 돌아다니면서 다른 입자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적인 전자기 이론에 의하면 전기 저항은 물질 내부의 전하들이 다른 전하와 충돌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전자들이 쿠퍼쌍을 이루면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지 않으므로 전기저항이 0이 된다.

출처: Nobel Media

BCS 이론을 통해 세 물리학자는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BCS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견되어 BCS 이론은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그 현상은 바로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인데 BCS 이론에서 말하는 쿠퍼쌍을 이루기 위해선 30K 이하로 온도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30K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후 초전도 현상의 임계 온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BCS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고온 초전도체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현대 물리학에서도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로 아직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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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과학] 저항 0, 에너지 손실 없는 미래 물질 - 초전도체, 1972 노벨 물리학상: BCS 이론

액체 헬륨을 이용한 극저온 상태의 실험 중 우연히 발견
BCS 이론으로 설명, 고온 초전도체에 대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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