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으면 가까워질까요?" 소리를 잃고 싶은 보리의 이야기, '나는 보리'
배우들 입 모아 "따뜻한 영화"...한글 자막에 강릉 풍경까지

영화 '나는 보리'는 햇살 같은 영화다 / 배급=영화사 진진

[문화뉴스 MHN 최지영 기자] '나는 보리'는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영화계를 녹일 햇살 같은 영화다.

지난 3월 코로나 여파로 개봉이 미뤄졌던 영화 '나는 보리'가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공개됐다. '나는 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 가족 사이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소원으로 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제로 농인 부모를 둔 장진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농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슬픈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출연 배우들은 입을 모아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보리 역의 배우 김아송은 "요즘 따뜻한 영화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포근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전했고, 정우 역의 배우 이린하는 "찐으로(?) 따뜻한 영화입니다"라는 어린이다운 발랄한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로 '나는 보리'는 보리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아역 배우들의 깜찍한 대사와 표정으로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미소를 유발한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특별한 것 같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실제로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보리 가족의 모습을 강릉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수어로 대화하는 보리 가족의 모습 / 배급=영화사 진진

기존의 한국 영화와는 다르게 '나는 보리'에는 기본적으로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수어로 전달되는 보리 가족의 대화를 청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이유도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청인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이 사용하는 수어가 눈에 익으며 자연스러워지고, 한국어와 함께 보이는 한글 자막이 어느새 익숙해진다. 

구석에 자리한 동그라미 속에만 존재하던 수어 통역사가 대변인의 옆에 직접 서고, 수어를 활용한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수어는 조금씩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농인과 그들의 자녀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영화 '나는 보리'는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친절한 해설서가 되어준다. 

특히, 보리의 동생 정우의 "친구들이 모두 수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는 마음 한쪽을 울린다. 들리지 않는 귀를 인공적으로 듣게 하는 것보다 청인들이 농인의 언어를 배우려 노력하는 쪽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아이의 시선으로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나는 보리'는 강릉을 배경으로 한다 / 배급 = 영화사 진진

 

'나는 보리'의 특별한 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강원도 강릉의 풍경을 담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강릉 단오제와 같은 축제의 생생한 모습은 물론이고 주문진 바닷가와 장덕리 은행나무 등 아름다운 강원도의 풍경을 극장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 '나는 보리'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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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 얼어붙은 영화계 녹일 햇살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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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들 입 모아 "따뜻한 영화"...한글 자막에 강릉 풍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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