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생호 건축사ⓒ문화뉴스 MHN 이지숙 기자

[문화뉴스 MHN 우지혜 기자] 건축가를 뜻하는 영어 단어 Architect는 그리스어로 최고책임자를 뜻하는 arkhi와 건축업자를 뜻하는 tekton이라는 딘어가 합쳐져서 발전된 단어이다. 건축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여 책임진다는 단어의 뜻을 통해 고대 사람들이 생각했던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각 분야에 걸쳐 분업화가 진행된 것은 건축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는 시행사, 시공사, 설계사무소, 구조사무소 등의 기존의 업계 플레이어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컨설팅, 컴퓨터 기반 기술 컨설팅까지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되었다. 건축가가 건축 전반의 행위을 책임지기 보다는 과정의 한 부분에서의 역할을 하게 되어 최고책임자라는 단어의 의미와는 사뭇 달라졌다. 또한 아파트 문화가 발달되고 건축이 건축 그 자체보다는 부동산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경향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 건축가가 설 자리를 좀먹어 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건축사사무소 상생호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대표인 김생호 건축사는 건축사로 살아가는 것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용인뮤직하우스, 오산의 연묵재, 터키 이스탄불의 ALI SAMI YEN 타워 등 수 많은 설계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사사무소 상생호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대표인 김생호 건축사를 만났다.

사진=용인주택 후경ⓒ문화뉴스 MHN 이지숙 기자

김생호 대표가 우리를 이끈 곳은 경기도 용인의 용인뮤직하우스였다. 용인 도심을 지나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서 한적하고 주택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계곡과 언덕 사이에 위치한 용인주택에서 바로 눈에 띈 것은 고급스러운 청고벽돌 마감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벽돌에서 건축주의 취향을 읽을 수 있었고 내부 공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현관을 지나 한 발자국 움직였을 때 주의를 휘어잡은 것은 거대한 원목 테이블도 아닌, 벽 전체에 걸쳐서 정원을 한눈에 받아들이는 유리 창도 아닌 그 반대편에 위치한 ‘음악 계단’ 이었다. 전통적으로 공용공간으로 여겨지는 거실과 개인 공간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그 경계에서 또 다른 사랑스러운 공용공간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사진=용인주택의 음악계단ⓒ문화뉴스 MHN 이지숙 기자

음악계단의 바닥은 집의 기본적인 바닥색보다 한 톤 무거운 색으로 꾸며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하얀 계단 공간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계단 공간의 위쪽에는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하얀 벽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게 했다. 음악 계단 옆에는 길게 주방이 있고 이층으로 올라가면 안방과 게스트 공간이 있다. 용인주택의 구석구석을 김생호 건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살펴본 후 거실으로 내려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진=용인주택의 거실 전경ⓒ문화뉴스 MHN 이지숙 기자

건축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건축법에 대한 서비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시행부터 시공, 거주, 관리까지 모두 참여한다. 시공 시작 후 설계의 의도를 원활한 전달하기 위해 결국 현장에서 상주하게 된다. 건물의 설계자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착과 욕심이 그를 고된 현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주로 소규모 주택이나 공공기관 설계를 진행해온 김생호 건축사는 운영철학으로 무엇보다 건축주의 생각이 많이 묻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건축주의 표면적인 요구사항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집어서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간단한 예시로 실내공기조화기(에어컨, 이하 공조기)의 설치를 요구했던 건축주의 본 목적이 환기였다면 공조기가 꼭 설치될 필요는 없고 다른 방식의 환기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주가 이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환기를 위해 공조기를 설치하게 되는 비효율적 설계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건축가로서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것으로 협력을 뽑았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프로젝트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구조, 전기, 기계, 통신 소방 등 최소 10개에서 20개의 업체와 같이 협력해야 한 프로젝트가 수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축 프로젝트에 있어서 아카데미 건축에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건축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세 가지를 벗어나게 되면 건축사의 독선으로 이어지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없는 것이다.

인터뷰동안 재밌게 농담을 던지고 천진난만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김생호 건축가였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건축주와 의견을 조율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유머감각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김생호 건축가와 함께 일하게 될 날을 상상해본다.

 

--

[MHN 인터뷰] 상생호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김생호 건축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