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미의 관심사' 리뷰
편견을 다루는 영화의 시선
이들의 '진짜' 관심사는 무엇일까

[문화뉴스 MHN 경어진] 초미(焦眉), 눈썹에 불이 붙은 것과 같이 매우 위급함. 흔히들 ‘초미의 관심사’는 이처럼 다급하고 위급한 상황에 관심이 쏠리는 주제를 일컫는다.

돈을 들고 사라진 막내를 찾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라며 오랜만에 모인 모녀의 하루를 다룬 영화 ‘초미의 관심사’. 엄마(조민수 분)와 순덕(김은영 분)의 관심사는 정말 ‘돈’이 전부였을까.

'초미의 관심사'에는 색채나 재질 등 의상 대비를 통한 인물 갈등이 잘 드러난다.
(자료 제공 : 레진스튜디오)

이 작품 속 모녀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이를, 출연진은 잘 표현한다. 배우 조민수와 김은영의 캐스팅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엄마는 등장과 동시에 눈빛만으로 택시 기사를 당황하게 하는가 하면 자신을 칠 뻔한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외워서라도 끝까지 응징한다. 파출소에 찾아가서는 “우두머리 나와”라고 당당히 외치는 사람이다. 딸 순덕은 이런 엄마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 이들은 그야말로 ‘상극’이다.

의상에서도 드러난다. ‘블루’라는 자신의 활동명처럼 순덕은 파란 정장을, 엄마는 이에 대비되는 빨간 코트를 입고 다닌다. 막내를 찾는 하루 동안 싸우기 바쁘다. 서로 유대감도 없어 보인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 컷
(자료 제공 : 레진스튜디오)

이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막내의 취미가 뭔지,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어떤 알바를 하고 어떤 일탈을 즐기는지 하물며 누구와 연애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자기 친언니를 ‘롤모델’이라 부르며 자랑했다는 것도, 그래서 그의 일터에서는 모두가 순덕의 노래 가사를 안다는 것도 모른다. 순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엄마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야, 늘 강해 보이던 큰딸이 사실은 눈물이 많다는 것을 듣는다. 순덕이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알지 못한다. 순덕 역시 엄마에게 관심이 없다. 엄마가 어떤 ‘꿈’을 꿨고, 왜 그 꿈을 포기했는지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보이는 게 다일까. 얼핏 보기에 서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사실 서로를 가장 ‘최대의 관심사’에 두고 있다. 여기저기 참견하는 엄마의 ‘관심’이 결국 이들에게 좋게 작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길 잃은 외국인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까지 엄마가 과할정도로 내보인 ‘관심’들은 결국 이들 가족에 대한 서로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관심의 시작에 ‘타인’이 있었다. 벌써 5개월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가 지쳐가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타인’을 ‘타’(他) 그 자체로 정의한다. ‘다름’을 인식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 영화는 그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타투 집 사장은 타투를 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그는 “동물 병원 원장이라고 다 동물을 키워야 하냐”고 반문한다. 누군가는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소심하고, 또 누군가는 생긴 것과 달리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생긴 게 다른데 가족 맞냐는 질문에 “여성스러운 게 뭔데? 가족은 꼭 같아야 해?”라고 묻는다. 더 본격적인 ‘다름’도 다룬다. 동성애가 전면에 등장하고, 드래그 아티스트도 나온다. 한국 사람 이름이 ‘마이클’이고 누가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사실 한국 국적이다. “Why don't you speak English?"(너는 왜 영어를 못 해?)라는 편견 섞인 시선에 “그야 당연히 여긴 한국이고 나는 한국인이니까.”라고 답하기도 한다. 최근 ‘이태원 발 코로나’로 또 다른 ‘편견’에 갇힌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이들을 두고 영화 속 누군가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였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결론은 결코 ‘비정상적’이지 않다. 편견 섞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에 당당히 맞서 싸우고 끝내는 “오늘 하루 어땠냐”는 질문에 “아주 좋았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극이 진행되며 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주목할 만하다.
(자료 제공 : 레진스튜디오)

‘Jazzy Misfits'.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재즈 부적응자’라는 의미다. 영화 전반에 재즈 음악이 나오기 때문만은 아닐 터. 대체 ‘초미의 진짜 관심사’가 무었이길래 '재즈'를 다루는지, '부적응자’라는 단어는 왜 붙는지, 과연 이 사람들은 편견에 맞서 어떤 ‘관심’을 보여줄지 주목할 만하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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