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탈식민주의 작가 V.S.나이폴
대표작 '미겔스트리트', '세계 속의 길'

[문화뉴스 MHN 노만영 기자] 최근 이태원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 감염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사람 간의 접촉이 줄어든지 수개월이 지났고 배낭여행은 커녕 수학여행도 제대로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 시대'가 지속될수록 사람과 세상에 대한 경험이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의 명작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체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지난 20년 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세계에 대한 간접체험의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제공 노벨상 공식페이지

 

2001년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V. S. 나이폴)

카리브해 남쪽에 위치한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19세기에 영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다수의 인도인들이 이곳으로 진출하게 된다. 나이폴 역시 인도 이민자 3세 출신으로 1932년에 영국령 트리니다드 섬에서 출생했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줄곧 영국에서 생활하며 소설가로 활동해왔다. 첫 소설 '신비한 안마사'로 영국의 '신인작가를 위한 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겔 스트리트', '세계 속의 길'를 통해 식민지하의 원주민들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들을 깊이있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탈식민주의의 원류이자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를 비판했다. 기존 탈식민주의 담론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와의 대립 구도를 통해 피지배인들의 정신문제의 원인이 식민지배에 있음을 밝혀왔는데, 나이폴 작품은 피식민지 주민들의 내부 갈등에만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 내면에 대한 천착을 통해 탈식민주의 소설의 특수성을 극복하고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평을 받으며 카리브해의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겔 스트리트/출처 민음사

 

대표작: 미겔 스트리트

'미겔 스트리트'는 나이폴이 어린 시절 경험한 미겔 거리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각 주민들의 삶이 열 여섯편의 연작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마지막 편에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미겔 스트리트를 떠나게 된 경위를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과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유년 체험을 바탕으로 논픽션에 가깝게 서술됐으며 동네 주민들을 개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성장한 주인공이 몰락한 고향을 떠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두 작품 모두 하층의 보잘 것 없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묘사는 사뭇 다르다. 어리석은 관촌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문구 작가와 달리 나이폴이 미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냉소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트리니다드의 식민지배 역사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시골마을인 관촌은 식민지배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의 유입이 없었던 곳이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의 오랜 공동체 정신과 사회를 통제하는 구질서가 뚜렷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트리니다드 섬의 미겔 스트리트는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배로 사회 구조에 큰 변화들을 겪어왔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동체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인 간의 갈등이 훨씬 심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겔 스트리트 속에 묘사된 트리니다드 섬의 현실은 어쩌면 오늘날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될 수 있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개별 존재가 겪게 되는 갈등을 들여다 보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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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 다시보는 노벨문학상, 2001년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

카리브해 탈식민주의 작가 V.S.나이폴
대표작 '미겔스트리트', '세계 속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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