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성호, 윤상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여기 평소에 보기 드문 연극이 있다.

여러 명의 배우가 참여하는 작품이 아닌 단둘이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배역 이름이 실제 배우 이름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기한 연극이 작품성도 인정받아 지난해 늦가을 상까지 받았다.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배우상(윤상호), 2관왕에 오른 것이다. 

 
이 연극의 이름이자 무대는 카운슬링을 해주는 '흑백다방'. 다방을 운영하는 '성호'는 아내의 기일에 서울에서 온 손님 '상호'를 만난다. 이들에겐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내용의 연극 '흑백다방'. 이 작품의 두 주인공, 정성호와 윤상호를 4일 오후 최종 리허설이 열린 스튜디오 76에서 만났다. '내 이름으로 연기하는 2인극의 맛'은 어떤 맛일까? '흑백다방' 테이블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연극을 감상하는 것이 우선이다.

각자의 배역 소개를 해 달라. 

ㄴ 정성호 : '정성호' 역할을 맡은 정성호다. (웃음) 예전엔 시대의 또 다른 희생자라 할 수 있는 형사였다. 젊은 날 비슷한 또래 학생을 폭력적으로 심문했다. 그래서 감옥에 다녀오고 지지부진한 삶을 살게 된다. 그나마 사람을 잘 꿰뚫어보고 파악하는 형사 때 능력을 살려 카운슬러로 사는 역할이다.

윤상호 : '윤상호' 역할을 맡은 윤상호다. (웃음) 마음의 상처를 받고 흑백다방에 카운슬링을 받으러 온 역할이다.

작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았다.
ㄴ 정성호 : 상호 씨도 그랬고, 차현석 연출가도 그랬고, 상을 얻겠다는 정확한 수치를 포함해 관객의 반응도 미지수인 상태에서 세상에 처음 내놓은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희 반응도 미지수였는데, 우려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기분이 정말 좋았다. 덕분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탄탄해졌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통해 다시 11일까지 스튜디오 76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ㄴ 윤상호 : 초연 때 시간이 부족한 덕에 제대로 하지 못한 연기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졌다. '2인극 페스티벌' 공연 자체가 짧아서 많은 분이 못 보셨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

   
 
본인의 이름으로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 연극이 처음이다. 느낌이 궁금하다.
ㄴ 정성호 : 작품 섭외를 받을 때 각본과 연출을 모두 한 차현석 연출을 2년 전쯤 우연히 만났다. 당시 "그동안 나온 작품을 보고 출연을 염두에 둔 상태로 작품을 쓰고 있다. 스케쥴이 맞으면 같이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 말로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이었다. 실제로 1년이 지나고 "작품이 써졌으니 연습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배역 이름도 내 이름을 그대로 쓰니 영광스러웠다. 초연할 때 캐릭터의 이름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을 걸고 하니 부담스러웠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윤상호 : 처음엔 어색했다. 실제의 내가 따로 있고, 극 중 인물 '윤상호'는 따로 있는데 주변에서 "윤상호!" 이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줬다. 워낙 팀원도 좋았고, 연습을 꾸준히 하니 익숙해지면서 내 옷처럼 맞았다.

이번 작품은 소통을 많이 내세운다. 카운슬러 역할을 맡은 정성호가 생각하는 소통은?
ㄴ 정성호 : 소통은 '오픈'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보유한 난제로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몸과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을까?"가 있다. 사람이라는 자체가 완전히 자기 몸과 마음을 열어놓을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이 소통이라고 본다.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떤 일을 하던, 힘이 있던, 힘이 없든 간에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어 놓는 지점이라면 어떤 대단한 논리가 아니라 사소하더라도 소통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도 어떤 논리로 화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 논리가 아닌, 그런 논리 없이도 막연하게 차 한 잔 마시고, 노래 한 곡 마시는 그 순간엔 소통하고 있다고 본다. 그냥 당사자의 마음이 짧게라도 열려있는 순간이 잠시라도 있다면 그것이 소통이라 본다.

소통과 관련해서 본인이 극 중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를 실제로 받는다면?
ㄴ 윤상호 : 이 작품은 피해자, 가해자로 나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보통 일방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이해해 주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피해자 또한 가해자를 좀 더 이해를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의 아픔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한 시대의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 또한 마음의 상처를 분명히 받았을 테니 서로 이해하는 그 지점에서 소통이 시작되는 것 같다. 완벽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사람도 나만큼 아팠으리라는 것을 견지할 거다.

본인이 시간이 흘러 이런 '흑백다방'을 운영한다면? 

ㄴ 정성호 : 저는 아주 좋다. 작품 설정이 1970~80년대 스타일의 다방으로 구성됐는데, 이대로 꾸미면 괜찮을 것 같다. (웃음) 옛날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서를 나누면서, 신세대들이 오면 우리 때의 정서를 이야기해주며 지금 이 느낌 그대로 운영하고 싶다.

연기 발성 톤이 인터뷰할 때에도 묻어난다. 평소에도 이런지? 

ㄴ 윤상호 : 앞서 극 중 인물과 실제 나는 따로 있다고 말했지만, 완벽히 없는 캐릭터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평소에도 말을 더듬는다. 뼛속 깊이 내향적인데, 사회생활을 해야 하다 보니 말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엔 말을 잘 못 하는데 그런 부분을 연기로 끄집어냈다.

   
 
2인극이다 보니 연기의 합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ㄴ 정성호 : 원래 오래전부터 무대에서 보면서 저 배우와는 한 번 제대로 합을 맞춰보고 싶었었다. 작년 말에 만나 이 작품의 연습을 하게 될 때가 기억난다. 어떤 배우하고 상관없이 내가 연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을 지켜보고,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한다. 연습이 쌓이고 공연 때까지 반복 훈련이 되다 보면 어느 정도 합을 맞추는 것이 짜진다. 그러면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 된다.

윤상호 배우 같은 경우는 항상 그 에너지가 생생하므로, 공연 내내 익숙하게 연습된 대로 받아넘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닌 것 같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합을 받아내는 것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하는 배우다.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우리가 연습한 대로 타성에 젖지 않게 해주는 상대 배우겠다. 합을 딱딱 맞추며 한 달, 두 달 재공연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본다. 바로 그 상황에 맞는 반응으로 연기하는 것을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그만둘 때까지 이런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윤상호 : 저는 성호 씨를 예전에 같이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도박을 하면 사람 성격이 다 나온다"는 말처럼 (웃음) 작품을 하다 보면 성격이 다 나온다. 성호 씨를 같이 하면서 보면, 신사의 인격으로 '나보다 완성이 된 배우'같아 보였다. (옆에서 웃음) 진짜 그런 생각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건 배려해야지" 생각을 하고 배려하는데, 성호 씨는 자연스럽다. 그냥 자기 것만 내세우지 않는 인간적인 신뢰가 연습하면서 쌓이는데 작품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점이 정말 좋고, 실생활에서도 언제든지 좋은 작품이 있으면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동지를 만났다.

정성호 : "서로 어떻게 합을 맞추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칭찬이 된 것 같다. (웃음)

윤상호 :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니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는 것 같다. (웃음)

   
 
두 배우 모두 2인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인극 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ㄴ 정성호 : 2인극은 굉장하다. 2인극은 어느 정도의 경력이나 어느 정도 공력이 갖춰져야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배우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장르다. 연극은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데, 2인극은 호흡을 나누면서 두 사람한테만 관객이 집중된다. 도망갈 곳도 없고, 의지할 것이라곤 상대 배우밖에 없다. 물론 출연진이 많은 작품도 마찬가지이지만, 2인극은 극 전체를 두 사람이 의지해서 끌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와 다르게 다른 배우와 호흡을 섞고 나눌 수 있는 묘미도 느낄 수 있으니, 배우로 도전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

윤상호 : 쉴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주체적으로 연기할 수 있다. 다른 극을 할 때, 조연인 경우엔 비중이 작으면 상대가 연기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는데, 2인극은 그런 쉴 틈이 없어 체력적으로, 감정적으로 거의 소진을 하게 된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체력과 감정을 소진하는 자체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과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정성호 : 이런 2인극의 참 맛을 지면과 자리를 통해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 담긴 많은 이야기가 더 많은 곳에 거론되어 졌으면 좋겠다.

윤상호 : 포스터 사진이 인상을 쓰고 심각하게 나와서, 딱 보시면 어렵거나 심각한 연극이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이 있다. 그런데 '2인극 페스티벌' 할 땐 웃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좀 더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뭔가 가슴을 터치할 수 있어서, 부담을 갖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 문화뉴스 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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