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작가
대표작 '운명', 13년 간의 성찰

임레 케르테스/제공 노벨상 공식페이지

2002년 수상자: 임레 케르테스

임레 케르테스는 1929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목재상을 하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후에 가혹한 운명에 처해진다. 

10년 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세계대전이 발생했고 작가는 14세의 나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 후로 독일 부헨발트와 차이즈에서 수용소 생활을 했고 종전 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간지 편집인, 공장 노동자, 프리랜서 작가, 번역자로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동시에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의 철학을 공부했으며 중년의 나이에 첫 소설인 '운명'을 탈고한다. 

13년 동안 집필된 그의 첫 작품 '운명'은 어린시절 겪었던 유대인 수용소 체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차 대전을 통해 인류가 경험했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문학이자 인간성에 대한 깊은 탐구가 담긴 작품으로 임레 케르테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출처 픽사베이

 

대표작: '운명',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임레 케르테스가 경험한 홀로코스트 생활은 그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는데 일례로 그는 종전 후에도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그러나 동시에 홀로코스트 생활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도 했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거듭 실패했지만 오랜 기간의 성찰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비극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임레 케르테스 문학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홀로코스트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로서 개인적인 차원의 비극을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홀로코스트를 인류 전체가 숙고해야 할 인간성에 대한 탐구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것이 13년에 걸쳐 집필된 '운명'이 홀로코스트 문학 가운데 가장 성찰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유이다.

다시말해 홀로코스트 문제는 단순히 종전에 의해 끝나버린 전쟁범죄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선과 악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홀로코스트 문제는 우연이 아니며 인류가 오래 전부터 인간성을 상실해왔기 때문에 발생했던 비극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홀로코스트를 직접적인 배경으로 하지 않는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청산'이 '운명'과 함께 홀로코스트 문학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그는 전후 사회가 홀로코스트 시대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이유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작가가 바라본 사회는 여전히 비인간성이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비극이 언제든지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30년 전에 출판된 책이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민과도 부합한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성범죄들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됐다. 이 책 역시 비인간적인 우리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임레 케르테스의 작품은 홀로코스트 경험을 인류 보편의 문제로 확장시킴으로써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메세지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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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 다시보는 노벨문학상 2002년 수상자, 임레 케르테스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작가
대표작 '운명', 13년 간의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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