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목사 아내 넘어 교회 여성 지도자, 민주화운동 활동 조명

봄길 박용길/사진출처=연합뉴스

 

[문화뉴스 MHN 윤승한 기자]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내이자 평생을 교회 여성 지도자,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박용길(1919∼2011) 여사의 전기가 출간됐다.

목사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였던 문 목사는 59세 때인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처음 감옥에 들어가 77세에 세상을 뜰 때까지 총 여섯차례, 10년이 넘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그가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실천적인 삶의 후반기를 보낼 수 있었던 건 옥바라지를 했던 아내 박 여사의 역할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씨는 문 목사가 감옥에 있는 동안 가족 중심의 구속자 석방 운동을 벌이면서 감옥 안의 남편에게 거의 매일 손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남편에게 사소한 일상사까지 공유하며 늘 함께라는 생각을 줬고, 말린 꽃잎을 편지지에 붙이거나 시나 노랫말 등을 적어 보내는 등 편지에는 정성을 가득 담았다. 이렇게 박 여사가 문 목사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3천통이나 된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9년 황해도 수안면에서 태어난 박 여사는 서울 경성 공립여고(현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1937년 일본 요코하마공립여자신학대에 다니는 동안 조선인 신학생 모임에서 반려자였던 문 목사를 만난다.

1944년 문 목사와 결혼한 그녀는 중국으로 이주했다가 1955년 국내에 정착했고, 고교 동창 등과 함께 구호활동을 벌였다. 교회 여성운동에 더해 문 목사가 투옥생활에 들어가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과 평화 시위를 벌였다.

그녀는 1994년 문 목사가 세상을 떠난 뒤 통일맞이칠천만겨레모임을 설립해 통일운동을 이어갔다. 이듬해 김일성 주석 1주기 조문을 위해 북한 땅을 밟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93세로 눈을 감은 그는 문 목사가 먼저 잠든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 함께 안장됐다.

그의 호인 '봄길'을 붙인 '봄길 박용길' 전기에는 박 여사가 문 목사에게 보낸 편지와 기도문 일부가 실렸다. 글과 함께 고인의 생전 모습 등이 담긴 60장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씨와 함께 찍은 사진도 눈에 띈다.

책을 펴낸 '봄길 박용길 전기 편집위원회'는 "박용길은 교회 여성 지도자요, 여성 신학자로서 많은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문익환과 관련된 일들만 부각돼 왔다"라며 "민주화운동 시대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한 투사로서, 통일의 여성 사도로서 박용길의 독자적 위상을 발굴하고 자리매김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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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문익환의 평생 동지이자 투사…'봄길 박용길' 전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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