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시작과 행보 고찰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어나니머스
/ 출처=어나니머스 유튜브

[문화뉴스 MHN 한진리 기자] 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대 강경 진압에 반기를 들며 부패와 폭력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SNS에 "어나니머스가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영상을 올리고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폭력과 부패에 대한 끔찍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너희 부패한 조직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경찰의 많은 범죄를 세상에 폭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는 빙산의 일각이며 우리는 폭력과 부패에 맞서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고, 이날 하루 동안 미니애폴리스 경찰서 웹사이트를 다운시켰다. 이어 시카고 경찰의 무전을 해킹해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래 'Fuck the Police' 라는 곡을 재생하기도 했다. 

출처=어나니머스 SNS

이러한 어나니머스의 행보는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에 이어 1일에는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관성이 담긴 문서도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엡스타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도 연루돼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서에 등장하는 제프리 엡스타인은 지난 2008년 미성년자 36명을 성매매한 혐의로 1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백만장자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자 지난해 8월 10일 수감된 상태에서 자살했다.

어나니머스는 "우리는 미국 정부와 인터폴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엡스타인의 아동 밀매 조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여전히 활발하다"고 주장했다.

어나니머스를 나타내는 표지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해커들의 집단이다. '익명'이라는 이름처럼 전 세계에 점조직 형태로 퍼져 있으며 회원은 3,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컴퓨터 해킹을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행동주의자들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을 가하는 핵티비스트(hacktivist:hacking+activist)로 간주된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4챈(4chan)에서 시작되었으며 사욕을 채우거나 사기 행각을 벌이는 블랙 해커(black hacker)와 달리 표현의 자유, 사회 정의를 추구하며 부패와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나니머스가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낸 최초의 사건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IS를 향한 선전포고를 발표한 어나니머스
/ 출처=어나니머스 유튜브

미국 알라바마의 한 테마파크 내 수영장에서 2살 아이를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쫓아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분개한 어나니머스는 소셜네트워크 게임 '하보 호텔'에 접속해 '에이즈를 이유로 수영장 출입금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네트워크 폭주로 접속을 마비시켰다. 

2009년 이란 국민에 가해지는 지독한 정보 검열에 분개해 이란 정부의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시도했고,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자 아랍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

2010년 말에는 미국 정부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한 위키리크스(최고 책임자: 줄리안 어산지)를 지지하는 선언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이 위키리크스에 기부금 결제를 차단하자 각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도 감행했다. 

이 같은 어나니머스의 '이유 있는 해킹'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국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해커 조직으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어나니머스를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0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스틸컷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4월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가입자 1만 5천여 명의 정보를 공개하며 크게 주목 받았다. 

당시 사이트 가입자의 아이디, 성별, 이름, 전화번호, 비밀번호 등의 정보와 함께 네이버, 다음, 네이트를 비롯한 포탈 메일 계정 및 언론사, 대학과 관련된 이메일 계정이 다수 공개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왔다. 

2015년에는 파리 테러의 주범인 IS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 IS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약 5000개를 해킹해 차단시키고, IS대원들의 IP를 추적해 주소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어나니머스를 상징하는 가면은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 '가이 포크스'(Guy Fawkes)를 형상화 한 것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가톨릭 탄압에 대항해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키고자 '화약 음모 사건'을 일으킨 주동자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가이 포크스는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어나니머스를 비롯한 다양한 시위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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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포커스] 트럼프 대통령에 전면전 선포한 '어나니머스'(Anonymous) 시작과 북한 해킹, 가이포크스 가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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