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과학] 유령같은 입자를 찾아서, 1988, 1995, 2015 노벨 물리학상 : 중성미자
  • 권성준 기자
  • 승인 2020.06.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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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들을 통과하는 유령 같은 입자, 4회 노벨상
슈퍼 카미오칸데 실험, 중성미자의 질량 밝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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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수많은 SF에서 신비한 입자로 다뤄지는 중성미자는 물리학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이 되고 무려 4번이나 되는 노벨상을 만들어낸 입자다. 왜 이렇게 중성미자에 대한 말이 많을까? 그 이유는 중성미자의 특별한 성질에서 기인한다.

중성미자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예측한 과학자는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였다. 1930년 파울리는 중성자가 전자를 방출하고 양성자가 되는 베타 붕괴를 연구했다.

1914년 중성자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물리학자인 제임스 채드윅(James Chadwick, 1891~1974)는 베타 붕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 세 가지는 물리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존된다고 생각하는 물리량이다.

출처: Nobelprzie, 볼프강 파울리
출처: Nobelprzie, 볼프강 파울리

이 말도 안 되는 실험 결과를 두고 오랜 시간 동안 논쟁이 있었다. 가령 닐스 보어(Neils Bohr, 1885~1962)는 양자역학이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의 보존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고 세 물리량의 보존법칙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파울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파울리는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은 보존되어야 하므로 질량을 가지지 않는 어떤 입자를 가정해 베타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 물리량이 보존될 수 있게 만들고 질량이 없어 검출되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파울리는 자신이 가정한 질량이 없는 입자에 중성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채드윅이 원자핵에서 발견한 입자를 중성자고 불렀다. 그래서 베타 붕괴 이론을 만든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는 파울리의 가상 입자에 중성미자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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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파울리의 중성미자 이론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질량이 없는 입자라는 점이다.

질량이 없는 입자는 중성미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빛 또한 질량이 없는 입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은 인간의 눈과 정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빛이 존재함은 물리학이 등장하기 전부터 인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빛과는 상황이 달랐다. 중성미자는 어떠한 물질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빛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질량이 0이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충돌하면 그냥 통과해 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에서 방출된 중성미자의 비가 지구를 통과하고 있지만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파울리는 자신이 검출할 수 없는 입자의 존재를 가정한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유령 같은 입자를 어떻게 관측할 수 있었을까? 최초로 중성미자의 검출은 1956년 '카윈-라이너스 중성미자 실험'이었다.

출처: Nobelprzie, 프레더릭 라이네스
출처: Nobelprzie, 프레더릭 라이네스

이들이 중성미자를 방출하는데 사용된 원리는 양성자가 양전자를 방출하고 중성자가 되는 역 베타 붕괴 현상이다. 이들은 중성미자가 양성자와 충돌해 자극하면 역 베타 붕괴가 일어나고, 이때 방출된 양전자가 전자와 만나 쌍소멸을 일으키면 감마선이 방출되므로 이 감마선을 관측해 중성미자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중성미자를 검출하는데 방해가 되는 우주선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클라이드 카윈(Clyde Cowan, 1919~1974)와 프레더릭 라이네스(Frederick Reines, 1918~1998)는 지하 12m 아래에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원자로에서는 수시로 베타 붕괴가 일어나므로 다량의 중성미자가 방출된다. 카윈과 라이네스는 중성미자가 방출될 방향에 물을 가득 담아둔 물탱크를 갖다 두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시간당 3개 정도의 중성미자가 검출되었다. 라이네스는 중성미자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9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카윈은 1976년에 사망하여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였다.

출처: CERN
출처: CERN

1962년에는 중성미자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 한 가지 더 이루어졌다. 발견의 주인공은 리언 레더먼(Leon Lederman, 1922~2018), 멜빈 슈워츠(Melvin Schwartz, 1932~2006), 잭 슈타인버거(Jack Steinberger, 1921~) 세 명이다.

이들은 뮤온의 상호작용을 통해 뮤온과 쌍을 이루는 중성미자의 존재를 발견하였고 이 입자를 뮤온 중성미자라고 불렀으며 카윈과 라이네스가 발견한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로 불리게 되었다. 이들의 발견은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출처: Nobelprzie리언 레더먼, 멜빈 슈워츠, 잭 슈타인버거
출처: Nobelprzie
리언 레더먼, 멜빈 슈워츠, 잭 슈타인버거

한편 뮤온 중성미자는 21세기 들어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바로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CERN에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 실험 결과를 발표한 사건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광속보다 빠를 수 없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성미자는 질량이 0일 것으로 생각되었고 실제로 항상 광속과 아주 비슷한 속도로 검출되었다. 물리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가상의 입자를 타키온이라 명명하였었고 CERN은 뮤온 중성미자가 타키온이라고 주장하였다.

2011년 이 믿을 수 없는 실험 결과를 검출한 검출기의 이름은 'OPERA'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2년 다른 검출기에서 오페라의 시험 결과와 모순되는 결과가 검출되었고 결국 오페라의 광섬유 시스템의 오류로 생긴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출처: Nobelprize, 타카아키 카지타, 아서 맥도날드
출처: Nobelprize
타카아키 카지타, 아서 맥도날드

중성미자는 정말로 질량이 없는 유령 같은 입자일까? 이에 대한 답은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타카아키 카지타(Takaaki Kajita, 1959~)와 아서 맥도날드(Arthur MacDonald, 1943~)의 발견이 준다.

이들은 '중성미자 진동'이라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중성미자 진동'은 중성미자가 시간에 따라 종류가 바뀌는 걸 의미한다. 즉, 전자 중성미자가 날아가면서 갑자기 뮤온 중성미자로 바뀌는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이는 이론적으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실제로 둘의 실험은 큰 화제가 되었다.

출처: 슈퍼 카미오칸데
출처: 슈퍼 카미오칸데

현대에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데는 '체렌코프 현상'을 이용한다. '체렌코프 현상'은 입자가 물과 같은 매질 속을 지나갈 때 입자의 위상 속도가 빛의 위상 속도보다 빠를 경우 발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중성미자 관측기들은 전부 우주선이 도달하지 못하는 지하에 물을 떠다 놓고 중성미자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슈퍼 카미오칸데로 알려진 이 실험 장치는 일본의 가미오카 광산에서 지하 1천 m 아래에 100% 순수한 물을 담은 물탱크를 두고 중성미자가 통과할 때 일어나는 체렌코프 현상을 관측하는 실험 장치다. 장치의 바닥과 옆면에는 빛 감지기로 둘러싸여 있다.

슈퍼 카미오칸데 실험은 태양에서 날아온 전자 중성미자와 뮤온 중성미자의 비율을 통해 전자 중성미자가 뮤온 중성미자로 변한 것을 알아내었고 중성미자 진동의 강력한 증거로 자리 잡았다.

결국 중성미자는 질량이 0인 입자가 아닌 0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는 입자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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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카미오칸데 실험, 중성미자의 질량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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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준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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