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특별편 '2017 아카데미 시상식'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

[문화뉴스] 26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 기준) 미국 로스엔젤레스 헐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가졌던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 지난 연결고리 프리뷰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이 흘러갔다. 그렇기에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로부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소감을 듣고자 한다.

아카데미를 본 소감을 말해달라. 이번에는 어땠는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키워드는 '다양성'과 '극적(Dramatic)'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영화에 치중하여 상을 주기보단,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이 나온 만큼 골고루 나눠주려는 모습이 매우 짙었다. 물론, 지난해에 개봉한 영화 중 정말 봐야만 하는 영화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래서 14개 후보로 오른 '라라랜드'가 6관왕에 그쳤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사실 6관왕 한 자체도 대단한 것이지만).

   
▲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라라랜드')

그 외 인상 깊었던 것은, 헐리우드를 관광하는 관광객들이 시상식을 진행하는 돌비극장 내부를 기습 방문(?)한 것이었다. 여태껏 아카데미 시상식을 많이 보면서 다양한 이벤트들을 보았지만, 일반인과 헐리우드 톱스타들과 공식 석상에서 초밀착 거리로 교감하는 건 처음 봤다. 덴젤 워싱턴의 주례 하에 결혼식(?)을 올린 커플, 라이언 고슬링과 악수하면서 그가 준 선물을 얼떨결에 받은 관광객, 그 외 자신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을 실물로 봤으니 TV 스크린으로 보는 입장에선 참 부러웠다. 나도 엠마 스톤이랑 악수할 줄 아는데 말이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이라크 전쟁' 당시, 야유와 박수가 공존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소감이 등장한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정치적으로 진행됐다. 몇 분에 한 번씩 트럼프 대통령을 디스하는 내용이 등장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회자 지미 키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멘션으로 공격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리고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이란 영화 '세일즈맨'의 아쉬가르 파르하디가 불참하며, 대리 수상 소감을 통해 "내가 이 자리에 참석하면, 우리 국민께 실례가 될 것 같다"며 "미국 이민국의 결정에 따른 내 의견을 표시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전해, 그 열기는 불타올랐다.

   
▲ '세일즈맨'

그리고 아마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받은 순간에 일어난, '수상작 변경' 사태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이미 수상작과 수상자 정리를 다한 상태에서 바로 기사를 올렸다면, 나는 '오보를 낸 기자'가 될 뻔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냥 '공동 수상'을 하자는 여론이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언론들은 '문라이트'가 '라라랜드'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은 것 자체를 '이변', 혹은 '기적'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두 사람이 봤을 때, '문라이트'가 작품상 받은 게 어땠는가?
ㄴ석 : 우리가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문라이트'가 '라라랜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라고 입을 모아왔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에서도 이미 저력을 과시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현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더 깊게 와 닿았던 작품이 '라라랜드'보다 '문라이트'였을 것이다.

'라라랜드'도 환상 같은 겉면에 감춰진 냉소적인 현실이 반영되어 있었지만, '문라이트'는 다인종 국가 미국사회에 걸맞는 소재(유색인종 감독이 다룬 유색인종의 성장기), 극적 요소를 가미시키기보단 잔잔하고 담담하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것이 모든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게 결코 이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들이 원했던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 '문라이트'

양 : '문라이트'보다 '라라랜드'를 관람한 관객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변이라고 부른 것이 아닐까? 영화적 기법으로 놓고 본다면, '문라이트'는 이변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각색상을 받을 만큼 탁월한 시나리오가 있다.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된 한 인물의 '3연 서정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라라랜드'의 오프닝 고속도로 장면과 롱테이크 탭댄스 장면 등에 밀려 수상을 못했지만, 촬영 기법 역시 인상 깊었다. '문라이트'의 영상은 그야말로 영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리틀', '샤이론', '블랙'을 담을 때의 카메라의 촛점, 조명, 구도가 매우 좋다. 마이애미를 보여주는 질감이나 색채도 중요 관람 포인트였다. 특히 바다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

두 사람이 생각했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변은?
ㄴ석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변보다는 논란거리가 제법 많이 발생한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수상 번복 이외에 진행자로 참석한 지미 키멜도 큰 논란이었다. 그가 진행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인종차별자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는 시상식이 진행되는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작년에 오스카상이 상당히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는 사라졌다. 모두 트럼프 덕분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정작 본인이 생방송 중에 인종차별자인 것을 인증했다.

   
▲ ⓒ 지미 키멜 트위터

앞서 언급했던 헐리우드 관광객들이 돌비 극장을 깜짝 방문했던 당시, 지미 키멜은 한 동양계 미국인 여성(후에 한국계 여성으로 밝혀졌다)의 이름을 가지고 이상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그녀의 이름이 이름 맞냐며 조롱했다(미국 현지 칼럼에서도 그의 이런 태도를 지적하면서 인종차별자라고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평소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비롯하여 유색인종들에게 '인종차별자'라고 낙인찍힌 사람이 시상식 진행을 맡았으니, 트럼프를 거론한다는 자체부터 아카데미는 자폭해버린 셈이었다.

양 : 수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두 부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진짜 이변이고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은 분장상이 아닐까? 당연히 LGBT와 인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스타트렉 비욘드'의 수상을 예견한 이들이 많았을 텐데,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각본상'과 '최악의 남우조연상(자레드 레토)' 후보에 이름을 올린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받았다. 혹자는 "LGBT 영화 '캐롤'보다 '오스카 트로피'가 더 많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분장팀은 '할리 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 '수어사이드 스쿼드'

의상상 역시 재클린 케네디가 실제 입은 옷을 고증한 '재키'와 약 50벌 이상의 의상이 등장하는 '라라랜드'의 공방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에디 레드메인의 힘일까?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받지 못한 오스카 트로피를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처음 획득했다. 잠깐 '해리 포터' 시리즈를 언급해본다면, '마법사의 돌'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 '아즈카반의 죄수' 시각효과상, 음악상, '불의 잔' 미술상, '혼혈 왕자' 촬영상, '죽음의 성물 1부' 미술상, 시각효과상, '죽음의 성물 2부'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적은 있었으나 수상은 없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