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백인 지식인의 위선적 태도 비판
추천작 '동물로 산다는 것': 21년 전 제기된 동물권 문제

[문화뉴스 MHN 노만영 기자] 2003년 노벨문학상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생의 네덜란드계 백인 작가인 존 맥스웰 쿳시(John Maxwell Coetzee)에게 돌아갔다.

 

존 맥스웰 쿳시/제공 노벨상 공식페이지

 

2003년 수상자: 존 맥스웰 쿳시

존 맥스웰 쿳시는 인종차별이 법제화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지식인으로 살아갔던 자신의 위치를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백인 지식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고백적 어조로 전개되며 인종차별이 행해지는 남아공 사회를 알레고리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가 줄곧 다루어 온 주제는 백인 지식인의 위선에 대한 폭로이다. 백인 지식인은 인종차별이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동임을 알기에 차별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보여주는 흑인에 대한 온건적 태도는 차별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유화정책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대표작인 '추락'은 성추문으로 대학에서 쫓겨난 백인 남성 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저지르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 설정을 통해 백인 지식인의 위선을 극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반려견과 소녀/제공 픽사베이

 

추천작: '동물로 산다는 것' 

존 맥스웰 쿳시는 인종차별과 같은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위력자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비판의식은 인간사회를 넘어 생태계 차원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9년에 발표한 '동물로 산다는 것(The Lives of Animals)'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윤리의식 부재를 지적한다. 작가는 동물을 집단적으로 도살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학살에 비유하고 있다. 당시 수용소 근처에 살면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대해 알지만 침묵한 사람들을 언급하며 동물학살을 묵인하는 인류를 비판한다.

이 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진 않지만 동물권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인류와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구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최근 한국 사회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세대가 풀어야할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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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 다시보는 노벨문학상 2003년 수상자, 존 맥스웰 쿳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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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작 '동물로 산다는 것': 21년 전 제기된 동물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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