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시간', 독특한 주제로 화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이야기 흐름과 근거는 글쎄 ... 18일 개봉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의식에 있는 불필요한 기억의 소각’

영화 ‘사라진 시간’은 '꿈'을 이렇게 표현한다. 주인공 ‘박형구’(조진웅 분)의 세계가 바뀌며 혼란스러워하자 ‘정해균’(정해균 분)이 데려간 정신의학과에서 의사가 형구에게 한 말이다.

이 작품은 정진영 감독의 말대로 범위를 한정할 수도, 장르를 콕 집어 이야기할 수도 없다.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다룬다.”라고 했지만, 단순히 개인의 내면적 갈등이라고 보기엔 다소 비약이 있다.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관습’을 빼고 나니 그저 ‘꿈’과 같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상영 시간 내내 영화는 소위 말해 ‘떡밥’을 던진다. 하지만 여기저기 풀어놓은 떡밥을 회수하기는커녕 마지막까지 떡밥을 던지는 ‘도중에’ 끝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 앞선 이야기들의 근거와 연결고리를 찾으려 하지만 이 작품엔 그 어떤 ‘관습’도 통하질 않는다. 앞서 정진영 감독의 말처럼 “해석은 관객의 권리”일 수 있지만, 영화는 관객이 그 ‘권리’를 찾을 만큼 친절하거나 짜임새 있지는 않다.

영화 '사라진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객도 '생각의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은 질문의 연속이다. 독특한 주제 때문만은 아닐 터. 분명 두 세계의 만남이라고 했는데 소위 말하는 ‘주인공 버프’(주인공이 누리는 혜택이나 이익)라도 받은 듯 그가 저지른 범죄는 없던 일이 되고 불태운 그 무언가는 한 마리 짐승으로 변한다. 부부에게 생긴 ‘불’과 내면의 혼란을 상징하는 ‘불’의 두 사건을 기준으로 영화는 흐름이 나뉘지만, 극에서 큰 ‘변화’의 계기가 되는 불도 일관성 없이 적용된다. 자신에게 ‘사라진 옛날’이 있다는 말로 씁쓸하게 웃어 보이는 형구의 말도 관객에게는 그저 혼란일 뿐이다.

그가 이전 세계를 정말 ‘옛날’로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그 시간을 ‘사라졌다’고 보는 건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그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기엔 형구는 두고 온 것이 많다. 본인 말대로 ‘몇 년 동안’이나 공부해 이룬 ‘경찰’이라는 직업뿐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다. 아이의 그림만 보고도 한참을 기뻐하고, 자는 것만 봐도 행복한 그. 세계가 바뀌었을 때도 자신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이의 학교와 집에 가며 잘살고 있는지부터 걱정한다. 자기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아빠’로 불려도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그 세계를 잊고 새롭게 주어진 현실을 수용한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배우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출연진들은 작품에 대해 하나같이 “어려웠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덧붙이기도.

'사라진 시간'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주인공 '형구'의 정체성을 뒤흔든다. 그러다보면 관객은 자연스레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
자료 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형구의 ‘사라진 시간’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불필요한 기억을 소각’하는 꿈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불필요한 기억은 이전 세계인가 이후 세계인가? 꿈이 아니라면 아내가 조심하라던 ‘소설’인가? ‘새롭게’ 사는 형구의 직업부터 취미까지 모든 것이 이전 세계 부부와 닮아있다면 그 부부는 상상 속 인물인가? 아니면 사실은 형구가 상상 속 인물이었나?

관객으로서 ‘혼란의 시간’을 겪으며 해석의 ‘권리’를 누리다 보면 결국 ‘형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까지 도달하게 된다. 영화가 ‘생각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던 정진영 감독의 바람대로일까. “처음엔 이해가 안 되지만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나면 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는 출연진의 말대로일까. 물론 이야기를 흩뿌린다고 관객이 생각하게 되는 것일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개봉은 6월 18일
자료 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리의 만남을 아름답게 맺어주는 말, 참 좋다.” 영화에는 “참 좋다.”는 말이 세 번이나 나온다.

이제 '사라진 시간'의 시간이다. ‘생각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던 ‘사라진 시간’이 관객과의 만남을 아름답게 맺고 ‘참 좋다’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앉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6월 18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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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영화 '사라진 시간', 관객에겐 '생각의 시간'이 필요해

영화 '사라진 시간', 독특한 주제로 화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이야기 흐름과 근거는 글쎄 ...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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