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습권 침해 받았다. 시설 이용료도 돌려 줘라"
대학 "방역과 온라인 수업에 등록금 쓰였다."
대학 등록금 환불 논의 2학기도 계속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코로나 사태로 대학들의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되자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성적 평가 방식과 관련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대학도 늘고 있다. 오늘은 코로나19로 이슈화된 학생들과 대학의 등록금 관련 문제를 각 주체의 입장 별로 짚어본다.

'대학 등록금 환불',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에서 국회까지 5박6일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학생 "학습권 침해 받았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하라"

먼저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졌고, 도서관이나 실험실 등 대학교 시설들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금을 돌려줘야 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성적 평가 방식으로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선택적 패스제'란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을 통해 집단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소통하라'를 입력하면 '연세대는 소통하라', '국민대는 소통하라' 등 'OO대는 소통하라'는 내용의 연관 검색어가 여럿 제시된다. 지난주부터 여러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에는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OO대는 소통하라'는 검색어를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검색해 실검으로 띄우자는 주장이 나와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건국대학교, 출처: 연합뉴스

건대 제외 대학 "못 돌려준다. 방역과 온라인 수업에 등록금 쓰였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못 돌려준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역 비용과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데에 많은 돈이 쓰였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국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일부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첫 환불 사례이다. 건국대는 지난 4월부터 총학생회와 함께 8차례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학은 ‘못 돌려준다’는 입장이었는데, 건국대의 결정이 다른 학교들로 번져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있어서는, 현재까지 서울 시내에서 서강대와 홍익대 두 곳만 도입을 결정했다.

 

전문가들 "대학들, 등록금 반환 법적 책임 없어"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반환 소송을 하더라도 등록금을 돌려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을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고, 법적으로 대학은 등록금을 물어줄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천재지변이나 수업을 안 한 경우에 등록금을 돌려줄 책임이 있는데, 코로나19는 천재지변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수업도 비대면으로  지속해왔기 때문에 대학은 등록금을 돌려줄 법적 책임이 없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출처: 연합뉴스

교육부 "대학 재정 지원 대책 마련해보겠다. 직접적 환불은 불가"

교육부는 처음에는 “등록금에 대한 결정은 각 대학에 있다”며 선을 그었다.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일이며 교육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온 것이다. 학생들이 계속 항의하자 3차 추경에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위한 1,95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이견으로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3차 추경안에서 등록금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등록금 반환 요구는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 속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대학별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총리의 지시가 있자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한 방침을 수정했다.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고 대학은 이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학생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한 것이다. 

한편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등록금 반환은 반환 또는 장학금 지급 등의 형식으로 학교가 하는 것이지 교육부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학교에 대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직접환불 조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해외 대학은 등록금 돌려주었나?

몇몇 해외 대학들은 일부 돌려주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등록금 반환 서명 활동이 있었고, 한 대학은 시설비 대부분을 돌려주기로 했다. 홍콩 등 다른 나라에서도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운동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학부생들이 50곳이 넘는 대학에 대해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환불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제기된 대학 중에는 캘리포니아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 소위 '명문대'도 상당수 포함된다. 학생들은 주로 온라인 강의와 현장 강의가 주는 경험의 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대학교육사업자연합회(NACUBO) 부회장인 짐 훈드리저에 따르면 학생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형 대학의 경우 많게는 2천만 달러(약 245억원)를 환불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일부 학교는 미사용 기숙사 비용을 환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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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환불 받을 수 있을까? 깊어지는 대학가 갈등...학생-학교-전문가-정부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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