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줌시험은 빈곤층 학생의 교육권 박탈한다"
학교 "줌 시험을 의무로 부과한 적이 없다" 
한양대, 연세대 학생들도 '학교는 소통하라' 혈서 공개
원격수업과 원격시험의 근본적 한계 인식했다면 학생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때

한양대 학생이 온라인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혈서.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중앙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중앙대는 소통하라'는 내용의 혈서가 올라왔다. 학생들이 혈서를 쓰게 된 이유는 중앙대학교 교육본부가 기말시험에 '줌(Zoom)'을 활용할 것을 의무화하였기 때문이다.

'줌'은 미국의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코로나 사태 동안 대학에서 원격수업을 위해 활용되었다. '줌'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줌'을 시험에도 활용한다고 통보하자 학생들이 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사항은 학생들이 전혀 모른 채 교수들에게만 공지됐고, 시험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시험 방식이 바뀌자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대학생이 쓴 혈서. [사진 =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학생들 "줌시험은 빈곤층 학생의 교육권 박탈한다"

학생들이 '줌' 시험을 보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빈곤층 학생들의 교육권 박탈이다. 학교의 권고에 따라 '줌'으로 시험을 보고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려면 컴퓨터와 휴대폰을 구비해야 한다.

교수자용 기말고사 가이드 라인의 '교수자의 판단에 따라 촬영 각도를 조율하여 온라인 감독 진행'을 하라는 내용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할 휴대폰 삼각대도 필요하다. 이러한 장비들을 소지하지 않은 빈곤층 학생들은 시험을 볼 수 없고 교육권 자체를 박탈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비들을 갖추었더라도 네트워크가 불안정해 '줌'프로그램이 꺼지게 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문제와 시험보는 모습을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학교 "줌 시험을 의무로 부과한 적이 없다" 

학생들이 줌 시험 의무화에 대해 대학본부에 항의한 결과, 중앙대학교 측은 학생들이 당연히 최신형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줌'시험을 의무로 부과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예시차원'에서 Zoom 시험 감독형태를 안내 가이드에 포함했지만, 권고 또는 지시사항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 교수 일부는 학교에서 '줌'시험을 의무화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는 공지를 이미 내린 상황이다. 줌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학교가 줌으로 실시간 화상 감독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이라고 공지해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교수에게 재량권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학교와 '학교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줌시험을 본다'는 교수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양대, 연세대 학생들도 '학교는 소통하라' 혈서 공개

줌시험에 항의하며 혈서를 공개한 중앙대 외에도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들이 익명 커뮤니티에 '혈서'를 공개했다. 

17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한양대 커뮤니티에는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등록금 반환', '대면 시험 반대' 혈서가 적힌 사진이 첨부됐다. 한양대 재학생으로 알려진 이 학생은 "지금이라도 학교는 각성하고 대안을 세워라. 무책임, 무소통 반성하고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6일 한양대 본관 앞에서 간이 농성하며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해당 학교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치르고 싶다면 학생들에게 혈서라도 받아오라"고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에도 혈서가 등장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 학생은 '연세대 10만 원'이라고 적은 혈서를 올리며 "(학교는) 소통해야 한다"고 비판 글을 게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에서 국회까지 5박6일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부실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원격 수업 대책, 학생안전, 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출처: 연합뉴스

원격수업과 원격시험의 근본적 한계 인식했다면 학생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때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실망해 등록금 환불 시위를 벌이는 것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시카고대학을 비롯한 몇몇 미국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피켓을 든 채 등록금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격수업의 질이 학습효과와 효율성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은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수들 역시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원격 수업도 여러 한계에 봉착하는 상황에서 원격으로 지식을 평가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전체적 지식을 느슨하게 측정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나, 엄밀한 시험으로 세부 지식을 평가하려면 일단 평면 화면에 손톱만하게 뜨는 사방에 흩어진 개인의 '현지 상황'을 살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는 원격수업과 원격시험의 근본적 한계를 인식하는 한편 그 모든 피해를 학생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 해결책은 아무 것도 해결해 줄 수 없고 갈등만 깊어지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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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어쩌다 혈써까지 쓰게 되었나? 등록금 문제에 이어 시험 방식도 논란

학생들 "줌시험은 빈곤층 학생의 교육권 박탈한다"
학교 "줌 시험을 의무로 부과한 적이 없다" 
한양대, 연세대 학생들도 '학교는 소통하라' 혈서 공개
원격수업과 원격시험의 근본적 한계 인식했다면 학생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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