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극의 대가...대표작 '관리인'
작품세계: '집'이라는 삶의 기본조건, '호의'에 대한 의심

[문화뉴스 MHN 노만영 기자] 2005년 노벨문학상은 부조리극으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에게 돌아갔다.

 

해럴드 핀터 / 제공 노벨상 공식페이지

2005년 수상자: 해럴드 핀터

1930년에 런던에서 출생한 해럴드 핀터는 극작가 이전에 배우로서 활동했다. 그는 센트럴 연극학교를 거쳐 맥매스터 극단에 들어갔다. 이후 극작가로 전향해 1957년에 희곡 '방'을 통해 데뷔를 한다. 1958년에 발표한 '생일파티'에 이어 2년 뒤 '관리인'이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관리인을 시작으로 60년대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는데 '귀향', '풍경', '침묵'등을 발표했다. 해럴드 핀터는 결국 200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식도암 투병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2008년에 타계한다.  

1960년에 발표한 대표작 '관리인'은 런던 예술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이래로 브로드웨이에서 16회나 공연된 히트작이다. 이 작품은 직업을 잃은 부랑자 '데이비스'가 '애스턴'이라는 남자의 호의로 그의 집에서 생활하지만 데이비스의 탐욕으로 집에서 쫓겨나는 내용이다. 집을 얻기 위한 데이비스의 야망은 물거품으로 끝이나며 목적의식을 가진 인간의 삶이 허황됨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호의라는 인간성 역시 무가치함을 드러내고 있다. 애스턴의 호의는 데이비스에게 집이라는 공간을 제공한다. 집이라는 공간에 안락함을 느낀 데이비스는 집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지만 이로 인해 쫓겨나게 되면서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집이 익숙해진 데이비스는 부랑자라는 원래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애스턴에게 애원하는 장면은 부조리의 공포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생일파티 / 제공 픽사베이

추천작: 생일파티

주거지라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은 해럴드 핀터가 자주 사용해왔다. 핀터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유럽 본토와 달리 영국은 당시 나치의 치하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핀터는 집 안에서도 불안감을 느꼈다. 나치가 집에 급습해 부모님을 데려갈 것이라는 불안에 사로잡혀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관리인의 전작인 생일파티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있다. 하숙인 스탠리는 누군가에게 끌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결국 스탠리는 알 수 없는 기관에서 파견된 남자들에 의해 끌려가는데 이는 유년시절 그를 사로잡았던 불안과 일치하는 장면이다.

생일파티는 메그와 피티의 집에 하숙하는 스탠리가 그들의 질투로 인해 결국 쫓겨나는 내용이다. 알 수 없는 기관에서 파견된 골드버그와 맥켄는 스탠리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며 호의를 베풀며 접근하지만 결국은 스탠리는 이들에 의해 납치된다. 재밌는 점은 스탠리의 생일도 아닌데 생일파티를 열어 그를 초대한 것이다. 스탠리는 거절을 하지만 원치않는 호의가 거듭되자 결국 파티에 응하게 되고 파멸로 이어진다. 이 장면 역시 호의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부조리극은 이처럼 염세적인 세계관으로 인간성이 상실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을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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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 다시보는 노벨문학상 2005년 수상자, 해럴드 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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