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천금 가수협회장 인터뷰, '새로운 가수협회' 기대
트로트 후배들에 조언 "인기 말고 개성을 찾아라"
임영웅과의 특별 인연 밝히기도 "김호중 특히 기대"
수익 배부 문제 해결해야 ... 대중 가요계 '좋은 날' 이끌까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자미(滋味)',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음. 또는 그런 음식.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재미'는 이 단어에서 탄생했다. 지금도 재미를 '자미'라 표현하는 곳이 존재한다고.

여기, '재미'를 논하는 사람이 있다. 윤천금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장(68) 이야기다. 뭘 하든 "재미있게 하자"던 그.

상반기에만 취임식이 세 번 미뤄질 만큼 모든 것이 원활하지 않은 이 '코로나 시국'에 그가 이야기하는 재미는 그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의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협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자양분'을 만들어낼까. 어떤 '자미'로 대중음악을 끌어가고자 하는 걸까.

최근의 '트로트 붐'부터 음원수익 배부 문제까지 윤천금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 협회장이 만들 '새로운 가수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천금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 제 21대 협회장
사진 : 문화뉴스 DB

취임 축하드립니다. 올 1월 가수협회장으로 선출되셨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이달 초에야 취임식을 하셨죠.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코로나로 대중문화 사업이 위축됐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만날 수가 없으니 취임식은 물론, 일반 공연이나 행사도 진행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가수 협회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일반적으로 ‘가수 협회’ 하면 이런저런 다른 단체들이 떠오릅니다. 먼저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맞습니다. 가수 협회는 유사 단체가 많습니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는 한국 연예 예술인총연합회 산하 가수 분과입니다. 63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비 납부 기준 3,2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가수 협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저희는 가수들의 권리 신장 및 보호를 위해 일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윤천금 가수 협회장은 가수들의 복지를 위한 협회 차원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했다.
사진 : 문화뉴스 DB

취임하시면서 방송출연료 현실화와 대중 무대 확보 등 가수들의 복지 및 권익 향상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있을까요?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명도 있는 가수와 지명도 없는 가수 가리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가수의 자질은 물론, 가수로서의 활동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음반을 낸다 한들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신청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협회 차원에서 체계적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정부 문화 정책을 찾아 회원들에게 안내할 방침입니다. 대중 무대 확보와 관련해서는 전체 세미나 및 워크숍 진행, 가요 무대 등을 통해 규모 상관없이 가수들이 꾸준히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협회 차원에서 무언가 찾아서 나서야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 때문에 대한민국의 대중가수들이 실업자가 됐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현재 대중음악 산업이 ‘난관’에 부딪혔는데 가수협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조처를 하셨는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 자체가 진행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가수들의 수익이 많이 줄었습니다. 협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가수들의 생활 지원을 우선에 두고 힘썼습니다. 대표적 예로, 식료품 나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올 초, 감자와 송이버섯, 고추장 등을 총 2회에 걸쳐 원로 가수 및 전 임원진에 배송했고 이번 여름에도 옥수수 등의 농산물을 추가 지원할 예정입니다. 비록 크진 않지만, 협회가 늘 함께한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무대를 마련하고 추가 보조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찾으며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트로트 붐'이 이어지기 위해 가수 각자의 개성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윤 협회장
사진 : 문화뉴스 DB

최근 이른바 트로트 ‘붐’이 일고 있습니다. 한동안 ‘옛날 문화’라고 소외당하던 트로트가 다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온 듯 보이는데, 이처럼 여러 장르가 사랑받으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우선, 가수로서 요즘의 ‘트로트 붐’은 매우 반갑고도 고마운 일입니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 트롯’은 특히, 침체한 트로트를 부활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되려면 변화가 생겨야 합니다. 한 장르가 인기를 끌면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상업적인 ‘분야’가 돼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장르의 음악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힘듭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 전체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우선 가수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트로트 후배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갖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은 ‘유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똑같은 음악이 너무 많습니다. 각자가 개성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결국은 대중들도 이를 인정하고 관심 갖게 될 겁니다. 요즘은 전문가보다 시청자가 오히려 더 잘 아는 시대니까요.

‘트로트 후배’의 역할을 언급하셨는데요, 현재도 활동하는 가수로서, 트로트 붐을 맞은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가수는 가수의 기본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끝까지 밀고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대한민국에서 자기 분야 나름의 독보적 가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누구나 인기를 먹고 살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자기 속도에 맞춰 나가야 합니다. 가수는 누구나 고생길을 걷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혹시 어려움이 찾아와도 꾸준히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꽃길’이 열릴 거예요. 게다가 요즘은 방송 무대 뿐 아니라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길이 많으니 개성을 잃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행운이 찾아올 겁니다. 너무 어려울 땐 혼자 하려고 애쓰지 말고 협회에 찾아오세요.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자기만의 노래를 갖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중국 공연을 함께 갔던 가수 ‘임영웅’을 비롯해, 요즘은 ‘미스터 트롯’ 출신 ‘김호중’, ‘영탁’ 등 노래 잘하는 후배가 참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수로 살다 보니 결국 끝까지 남는 건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도 좋지만, 자기 노래를 찾고자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분명 더 크게, 더 멋지게 성장하는 가수들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윤천금 가수 협회장이 만들 대중 음악계의 '좋은 날'이 기대된다.
사진 : 문화뉴스 DB

음원 사이트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최근 주요 음원 사이트를 중심으로 사재기나 음원 수익 분배 등에 있어 논란이 일었는데요, 가수협회장으로서 어떻게 보시는지, 또 이 부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대중문화계의 전반적인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우선,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다소 기형적입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저작권 수익의 1/4도 채 가져가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수 간 ‘빈부격차’는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노래는 ‘그림’입니다. 작사가와 작곡가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나면 이를 멋있게 전달하는 건 가수의 몫입니다. 가수가 저작권 분배에 있어 지금처럼 과도하게 배제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 측면의 변화가 있어야 사재기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 부분에서는 협회 차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본인 노래 ‘백 년도 못살면서’ 중에는 “좋은 날 있으니 … 노력한 만큼 되겠죠”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가수협회장으로서 앞으로 대중문화 산업에 있어 ‘좋은 날’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건지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도, 일도 가수들은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이건 협회의 신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원로 선배님 효도 관광을 추진하는 것도, 워크숍을 가는 것도 모두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감자 수백 킬로그램을 나눌 때도 저희는 웃으며 즐겁게 했습니다. 나누는 그 자체가 좋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하는 게 진짜 음악입니다. 음악을 재미있게 하는 날들이 대중음악, 나아가 대중문화에 있어서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협회에 나와 동료 가수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함께 하니까요. 저는 가수들이 ‘재미있게’ 노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윤천금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 협회장 (68)
자료 제공 :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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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인터뷰] 윤천금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가수협회장, 그가 만들 '좋은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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