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민의 차별 민감성이 높아져
인권위, 차별금지법'에서 '평등법'으로 이름 바꿔 입법 추진
정의당,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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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 영역에서 개인의 특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위가 출범 초기부터 줄곧 추진해온 숙원사업으로,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려 입법을 추진해왔고, 2006년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에게 정부입법을 권고했다. 

하지만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보수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등 사회적 반발이 거셌고, 이듬해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끝내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로도 차별금지법은 17∼19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됐다.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하는 정의당, 출처: 연합뉴스

정의당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예정'

지난 6년간 국회가 외면해온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다시 들고 나온 장본인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14일 모든 원내 정당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복주 정의당 젠더폭력 근절 및 차별금지법 추진위원장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외면해왔던 차별금지법 입법과제를 21대 국회의원들이 책임 있게 참여하도록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배 위원장은 "정의당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21대 국회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도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혐오를 처벌로써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고, 인권에서 물러설 수 없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의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장 의원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정의당 전원 의원이 공감해주고 있고, 타당 의원들과도 개별적으로 대화하는데 긍정적으로 말하는 분이 이미 존재한다. 누구나 동의할 안으로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21대 국회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오늘(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출처: 연합뉴스

인권위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국민의 차별 민감성이 높아져

한편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열 명 중 아홉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신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고, 이는 지난해 3월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2.9%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데 견줘 15.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성적 지향·정체성’ 항목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국민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공감대를 넓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차별 대상 집단,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응답자의 91.1%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차별·혐오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이들(69.3%)에게 차별·혐오 대상이 된 집단을 묻자 종교인(48.3%), 외국인·이주민(14.4%), 특정 지역 출신(13.6%)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한국 사회가 차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였다.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성별, 나이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인권위 의뢰를 받아 올해 4월 22∼27일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차별금지법'에서 '평등법'으로 이름 바꿔 입법 추진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평등법'이라는 새 명칭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차별 행위 금지와 예방, 피해 구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명칭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꿔 정하고, 약칭을 '평등법'으로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차별 행위를 정의하고 시정조치 등을 규정한 차별금지법은 '금지'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인의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법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이에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을 법안명에 사용해 이 법안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차별금지법'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었다며 법률명으로부터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명칭 변경을 논의해왔다"며 "법률명이 '평등법'으로 바뀐다면 헌법상 평등권을 증진하는 법률로 이해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하면 손해액 3∼5배 배상, 신고 불이익 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

국회에 의견표명을 준비 중인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인권위가 준비 중인 평등법 시안에는 성별이나 장애, 성적지향 등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과 함께 국가의 차별시정 의무, 차별 구제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악의적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에 따른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오는 3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평등법 시안과 함께 국회에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표명' 안건을 심의해 의결할 예정이다. 인권위가 법안 명칭을 변경함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온 기독교계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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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쏘아올린 평등법? 바뀐 국민 인식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정의당과 인권위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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