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사회문제까지 폭넓은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생존자의 회고록':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문화뉴스 MHN 노만영 기자] 2007년은 역대 최고령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해이다.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 88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도리스 레싱 / 제공 노벨상 공식페이지

2007년 수상자: 도리스 레싱

영국인 부모를 둔 도리스 레싱은 30살이 되기 전까지 타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출생한 그녀는 유년시절을 이란에서 생활했으며 7살이 되던 해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로디지아, 현재의 짐바브웨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한다. 

오랜 시간 로디지아에서 생활했던 경험은 레싱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녀는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아래 처절한 삶을 살아가던 원주민들의 삶을 목격하며 성장했다. 반인권적인 영국의 식민지배은 오히려 레싱에게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표작 '풀잎은 노래한다'에는 원주민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는 제도권 교육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 15살의 나이에 학교를 중퇴한 레싱은 간호조무사, 전화교환원, 속기사로 일했고 그 무렵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49년 런던에 정착한 레싱은 이듬해 첫 장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했으며, 1962년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실험작 '황금 노트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다방면에서 지난 20세기를 되돌아보고 있다. 가부장제 등 관습화된 행동 양식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제기했으며, 여성, 피식민지민과 같은 소수자들의 삶의 조건에 깊이 천착했다. 핵전쟁으로 상징되는 인류의 폭력적인 역사발전의 양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시각을 견지해왔다.

한편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외에도 서머싯몸상(1954), 메디치상(1976), 셰익스피어상(1982) 등을 수상했으며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가운데 '동물농장'의 조지 오웰,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등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스 누출이 발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생존자의 회고록' / 제공 픽사베이

추천작: 생존자의 회고록

1974년에 발표된 '생존자의 회고록'은 도리스 레싱의 문제의식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 사회전반의 문제들이 모두 다뤄지고 있다. 이 책은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사유 속의 공간에서 안식을 찾는 화자가 갑자기 등장한 고아를 보살피게 되면서 인간과의 상호유대를 회복해가는 내용이다.

이 작품 속의 화자는 오늘날 코로나 블루에 빠진 우리들의 처지와 매우 닮아있다. 작품 속 화자는 가스 누출로 인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자는 집 한 쪽의 벽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 곳에서 만족을 찾는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에 온라인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폭력과 혼란으로 가득한 집 밖의 세계 역시 오늘날의 국제정세와 오버랩된다. 

'생존자의 회고록'은 미래의 대재앙을 통해 이 세계의 내제된 문제들을 표면화시킨다. 화자는 디스토피아가 되버린 현실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시도를 한다. 버려진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아간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또 도리스 레싱이 꿈꾸는 이상향은 어떤 곳일지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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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 다시보는 노벨문학상 2007년 수상자, 도리스 레싱

일상생활에서 사회문제까지 폭넓은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생존자의 회고록':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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