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

[문화뉴스]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 51회 게스트는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김인희이다. 서울발레시어터 초대단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1월부터 모교인 선화예술중, 고등학교의 발레부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51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플스 51회 게스트_발레STP협동조합 김인희 이사장

Q. 발레 STP협동조합은 무엇인가?

ㄴ Sharing Talent Program의 이니셜이다. 말 그대로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자 결성되었다. 발레단들이 각각 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발레 시장이 작으므로 함께 모여서 활성화 시켜보자는 의도로 뭉쳤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우리끼리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과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여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Q. 언제 결성하였나?

ㄴ 2011년부터 민간발레단 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여,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함께 모여서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왔고 2012년부터 공연을 함께 올리며 본격적으로 출발하였다. 조합원인 단체는 유니버설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와이즈발레단, 서발레단이 서울·경기지역에 있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옥련발레단이 2년 전부터 참여하게 되어 총 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주요프로그램은 <발레. 아름다운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발레 갈라 공연을 개최하여 올해 5회째를 맞았다. 1~3회까지는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하였고 작년부터는 마포아트센터로 옮겨 공연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 발레축제를 주관하고 있다.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데 700명 정도가 와도 비를 맞지 않고 관람할 수 있고 그 외에는 잔디에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한 운치 있는 장소이다. 올해 3회째이며 무료 관람이다.

 

 

   
발레갈라 더 마스터피스 포스터

Q. 발레라는 장르가 단체의 개성이 강하여 협동조합으로 어울리자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단 한 번의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단체들이 모였을 때 각자 자기 단체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오직 협동조합에 관련된 얘기만 집중했기 때문에 갈등이나 흐트러짐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특정한 목적으로 사업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 단체에선 다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각 단장님이 한 번도 그 손해나 어려움에 대해서 내색한 적이 없다. 단장님 한분 한분이 우리가 모인 목적을 명확히 알고 있고 같은 곳을 보고 함께 간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발레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끈기가 있는 편이고 프로젝트 하나를 실행하더라도 멀리 보는 마음으로 추진한다. 이렇듯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덤비지 않는 것도 조합이 지속할 수 있는 이유라고 본다.

 

Q. 이번 3월부터 하는 발레 갈라 공연에 대해 소개해 달라.

ㄴ <발레. 아름다운 나눔> 다섯 번째 시리즈 [발레 갈라 더 마스터피스]라는 제목으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3월 22일(수), 5월 24일(수), 7월 28일(금) 두 달 간격, 각각 다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단체별 대표작을 공연하면서 단장님들이 다른 단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이 갈라 공연의 특징인데 이번엔 단체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발레의 역사, 장르, 발레 마임이나 의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할 예정이어서 발레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5개 발레단이 참여하여 각 단체의 대표작 중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것이니 감동도 클 것이고 발레관람의 입문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Q.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진행해온 이유는?

ㄴ 마포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님이 발레를 좋아한다. 그분께서 강동아트센터에 재직할 때 이 기획공연을 추진한 것이 시초가 되었고 마포문화재단으로 오면서 우리의 프로그램도 옮겨오게 되었다. 3년간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면서 지역의 발레 관객이 늘게 되어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했을 때도 역시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경험했다. 수원 발레축제도 수원시장님이 발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최초로 야외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발레축제를 추진할 수 있었다.

이렇듯 행정기관 대표자의 의지가 우리에겐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술가들은 행정에 대해서 잘 모른다. 오로지 연습실에서 연습만 전념하다 보니 이런 판을 기획하기가 쉽지 않다. 행정관계자들이 발레공연을 자주 보고 관심 가져주었으면 한다. 최근 들어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발레STP협동조합 공연사진 (상단부터) 서발레단, 서울발레씨어터, 와이즈발레단

Q.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하여 오랫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다. 간단한 내력을 부탁한다.

ㄴ 1995년에 설립된 민간 전문프로발레단이다. 이렇게 수식어가 긴 이유는 이름만 내걸고 공연 끝나면 없어지는 발레단이 아닌 전문집단으로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늘 고민했던 것이 국·공립의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민간발레단임에도 단원들의 기본급여와 4대 보험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나와 내 남편인 제임스 전이 창단하여 나는 단장으로 남편은 예술감독을 맡아서 지난 20여 년간 100여 편의 창작 발레를 레퍼토리로 제작했고 국내외 창작 발레 활성화와 발레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했다.

창단하기 전에 우리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현역무용수로 활동했고 그때 이미 <김인희 & 제임스 전 발레>라는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발레단을 창단하였는데 창단 전에 고민했던 것이 바로 단체의 지속성이었다. 세계적인 발레단도 창단자가 죽거나 은퇴를 하면 단체가 쇠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공기관처럼 몇 년에 한 번씩 단체장이 바뀌는 것도 단체를 육성하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했다. 민간단체지만 오래갈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시스템을 결합하기로 생각했고 처음 창단할 때부터 남편과 나는 딱 20년만 하고 후배들에게 물려주자는 약속을 했다. 국립발레단이 있어서 코리아라는 명칭을 쓸 순 없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는 영구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단체명을 서울발레시어터로 지었다. 22년 만에 우리 둘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조금 더 넉넉한 상황을 만들어서 물려주지 못해 후배들이 단체운영에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다.

 

Q. 그러한 마인드는 어떻게 갖게 되었나?

ㄴ 나와 남편이 운이 좋게도 외국의 실력 있는 예술가들에게 많이 배웠다. 비단 발레교육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세계도 학습하였다. 가장 중요하게 배운 마인드는 예술은 절대 고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Q. 서울발레시어터는 과천시민회관에 상주하면서 상주단체 지원사업의 모델이 된 거로 알고 있다.

ㄴ 2000년도에 예술의전당에 입주했다가 2년 뒤에 여러 가지 이유로 연습실을 옮겨야만 했다. 발레단의 문을 닫아야 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지만 우선 이사 갈 곳을 생각해봤다. 우리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했을 때 우리 공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공연장이 어디였다 생각하다 떠올린 곳이 바로 과천시민회관이었다.

과천시민회관은 재단도 아니고 시설관리공단 소속이다. 하지만 그곳의 문화사업팀 담당자부터 모든 스태프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입주도 기꺼이 허락했다. 그렇게 입주하여 우리가 잘 지내는 것을 보고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가 찾아와서 세 번 정도 미팅을 했다. 우리가 상주하고 있는 조건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보았고 그것이 모델이 되어 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이 탄생한 거로 알고 있다. 당시엔 상주단체라는 개념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많은 예술단체가 공간을 누리고 있지만, 연간 재심사를 해야 하는 시스템 때문에 불안한 요소들이 많다. 지금 현재 우리 협동조합에 소속된 발레단들도 상주단체 지원을 이어 가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을 이해해주어 1~2년 단위가 아닌 최소 몇 년간은 안정된 작업공간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

 

 

   
발레STP협동조합 공연사진 (상단부터) 유니버설발레단, 이원국발레단

Q. 한국의 무용수들이 해외발레단의 수석으로 활동하거나 각종 콩쿠르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수준이 어떤가?

ㄴ 파리오페라단발레단의 박세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서희,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효정,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 등 스타급 무용수들이 다 국내에서 키워서 수출했다고도 할 수 있는 무용수들이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후배들이며 우리 발레 STP조합 발레단 선생님들이 어릴 때 가르쳤던 무용수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고 실제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없는 무용수들이다. 이점에서는 한국만의 유전자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무용수는 같은 동양인 중국과 일본 무용수들이 가지는 장점을 둘 다 적절하게 섞어서 가지고 있는듯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서양에서도 우리 한국 무용수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을 배출한 우리나라의 발레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미국의 예를 든다면 뉴욕시 안에만 급여를 주며 운영하는 발레단이 27개 정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립발레단과 광주 시립발레단이 유일한 국공립 단체이다. 발레 단체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이 와중에 세계적인 스타들이 나오는 걸 보면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Q. 발레는 다른 장르에 비해 애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가?

ㄴ 4~5년 전만 해도 서울·경기지역 발레공연의 유료관객이 연간 총 2만 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가 발레를 직접 즐기는 동호회의 증가가 관객을 늘리는데 큰 작용을 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건강이나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일반인, 직장인 동호회 늘어나면서 발레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더 많은 직업발레단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우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립, 시립단체라도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각 지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 발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해외에 소개할 때 국악이나 전통장르에만 의지하기보단 발레같이 외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르에 우리 전통스토리를 담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ㄴ 5년 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인식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데리고 '사랑의 캠프'라는 이름으로 1박 2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을 본 관계자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서울·경기지역에서 장애인 어린이 10명과 비장애인 어린이 10명이 모여서 총 20명이 매주 토요일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한 두 주 수업을 끝내고 나서 모든 강사가 넋이 나갈 정도로 지쳤고 사업을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거울만 보면 소리를 지르거나 각자의 다른 이상한 반응을 보이며 연습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비장애인 아이들이 장애인들의 그런 반응을 못 견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6주 정도 지나니 자신의 파트너인 장애인 친구를 비장애인이 챙기고 서로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연준비를 할 수 있었고 정말 이 사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기 때부터는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대전, 충청지역 20명까지 더해져서 매년 총 40명의 어린이가 참여해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또한, 졸업한 기수들이 다음 기수에 찬조출연을 하므로 작년 11월 공연 때는 극장이 꽉 찼다.

이 사업은 장애인들에게 발레를 가르친다는 목적도 있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비장애인이 '저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더불어 매주 빠짐없이 함께하는 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공연이 끝나고 졸업하면 발레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 중에 비장애인일 경우 사설학원으로 가면 되지만 장애인들은 그러기가 어려워서 다음 기수 수업 때 한편에서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꿈 꾸는 발레단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런 사업들이 매년 지속하고 전국으로 퍼지기를 바란다.

 

 

   
 

Q. 발레를 관람하는 Tip이 있다면?

ㄴ 클래식발레나 스토리가 있는 발레는 발레 마임을 조금 공부하고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반면 창작 발레는 안무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미술의 추상화를 감상한다고 생각하라. 날씨나 기분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것처럼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느끼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이 보는 것이다. 또 공연이 임박해서 입장하기보단 조금 미리 와서 공연 전단이라도 읽으면서 내용을 조금 파악하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Q. STP협동조합의 향후 계획은?

ㄴ 수원 발레축제를 준비하고 있고 9월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개관 10주년 기념 발레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5일 동안 진행되는 공연이고 발레를 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플스 51회 방송을 마치고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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