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생각 안했어. 그냥 싫은 거는 안 했어" … '해야할 것'에 대한 청년들의 고찰
7포세대 속에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삶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문화뉴스 MHN 송진영기자]

타이틀 곡 '나는요'이 수록된 정규앨범 '보이는 것들'/사진제공=지니뮤직

 

난 과학자가 아니야 엄마

난 선생님도 아니고 아빠

친구야 난 잘 나가는 직장인도 아니고

자기야 난 면허증도 없어

야 너는 지금껏 뭐 하고 살아 왔냐고

혹시 내게 물어보면

야 내가 지금껏 뭐 하고 살아 왔냐면

나는 아무 생각 안 했어 

그냥 싫은 거는 안 했어

이시대 청년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나는요'의 가사이다. 부모님의 기대,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화자의 대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누군가는 직장을 다니고, 또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꿈을 이룬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을 향해 지금도 발버둥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누군가는 꿈을 찾기에도 버거운 사람들도 있다.

'3포세대'를 시작으로 '5포세대'를 거쳐 '꿈과 희망' 또한 포기한 '7포세대'는 요즘 시대 청년들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청년고용률은 떨어지고 구직포기로 인해 증가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청년들의 막막한 상황을 보여준다. 설상가상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신규채용의 연기 및 인력의 구조조정으로 청년들은 취업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홍갑-나는요'의 가사처럼 정말 화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이 노래 가사를 읽는 많은 청년들은 가사 속에 숨겨진 더 깊은 의미를 발견했을 것이다. 꿈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찾지 못했고 꿈을 이루기 이해 시도했으나 그 시도들은 높은 벽 앞에서 좌절했다. 

저마다 방식으로 꿈을 쫒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보지 못한 그들에게 또 한번의 도전은 두려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을 이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향해 대답한다. "나는 아무 생각 안했어. 그냥 싫은 거는 안 했어"

가사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자칫 게으른 사람의 당당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글자에 가려진 깊은 내면에는 꿈 앞에서 무력하게 좌절한 청년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다.

나는 백수예요

나는 노래해요

조금 조금 모아서 가지고 싶은 물건들을 사고요

노래를 만들고 혼자 기뻐하다가

며칠 지난 다음 다시 꺼내보면 어떡하지 합니다.

집을 사고 가정을 이루는 평범한 삶이 더이상 평범하지 않은 현실에서 많은 청년들은 꿈에서 눈을 돌려 소확행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상을 살아가고 수중에 돈이 넉넉하지 않지만 소확행을 위해 과감히 지출하는 소비비하는 것, 이 것들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난 시간이 흐르는게 있죠

그렇게 두렵지는 않아요 사실

제일로 하고 싶은 게 뭐가 있냐면은

기다란 여행을 하고 싶어

아 저 곳에 가면 어떤 공기가 있을까

생각해도 설레고요

그냥 다 그만두고 떠나볼까도 했지만

아직 그러지 못했어요

생각대로 되지 않아요

이윽고 가사의 화자는 용기를 내어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바로 기나긴 '여행'이다. 현재의 걱정을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 즉 일상의 단절에서 화자는 벅찬 설렘을 느낀다. 결과값이 측정되지 않는 여행길에서 모든 새로운 시도는 용납될 수 있다. 

타자와 자신을 비교하는 경쟁사회에서 지쳐버린 현대인은 매일 행복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 행복을 쫓기에는 현실이 두렵고 현실을 따라 살기에는 자신의 청춘이 너무도 아깝다.

나는 갈 거에요 언제가 갈 거예요

그동안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부디 건강하게 재밌는 일 많이 하시길 바래요

그렇다면 주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나름대로의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방식이다.

싱어송라이터 '홍갑'/사진 제공=지니뮤직

홍갑은 이 가사에 대해 "제가 언젠가 쉼을 갖게 되거나 혹은 무언가를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또는 어딘가로 떠나게 된다면 삶의 힘듦 속에서 내리는 결정이 아닌, 도피가 아닌, 좋은 마음으로 평온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는 뜻으로 썼어요"라고 말한다.

현실에 치이고 좌절했다면 잠시 쉬었다 일어나면 될 것이다. 지금의 나를 떠나 한 단계 성장해있을 자신을 기대하며 내딛는 모든 시도들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들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혼자 존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을지라도 사람의 존재는 사회 안에 있을 때 온전해 지는 법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갑-나는요'에서 말하고 있는 화자는 결국 우리 모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약속한다.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라고.

한편, 타이틀곡 '나는요'는 2019년 싱어송라이터 홍갑의 4번째 발매된 정규앨범 '보이는 것들'에 수록되어 있다. 정규 앨범' 보이는 것들'은 솔직한 삶의 순간과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밝은 기운과 아이러니하게 매치하여 개성 있는 음악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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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홍갑'이 말하는 요즘 청년들의 시대상 

"나는 아무 생각 안했어. 그냥 싫은 거는 안 했어" … '해야할 것'에 대한 청년들의 고찰

7포세대 속에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삶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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