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설가가 쓴 여성 이야기. 문학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여성주의 서사의 강세
'쇼코의 미소' 최은영,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전통적으로 문학 출판계를 여성이 지배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이 쓰이고 있다. 책을 단순히 상품이나 취미 수단이라 생각하지 않고 여성 연대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 여성의 삶을 그리며, 섬세하고 잔잔하면서도 냉철한 현실감각을 보여주는 젊은 여성 작가의 작품들이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의 소설은 단순히 가부장제 하의 여성 혐오와 성 차별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선다.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여성의 삶 전반을 고찰하고, 정교하면서도 명쾌하게 문제 원인을 분석해낸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쇼코의 미소' 최은영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는 2016년에 출간된 뒤 해를 거듭해도 판매량이 떨어지지 않고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읽고 있다. '쇼코의 미소'는 담담한 문체와 섬세한 자아로 요약되는 작가의 강점이 가장 잘 살아난 작품이다. 

책에서는 주인공과 쇼코를 통해 누구나 겪는 인생의 굴곡을 각각 다른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엔 쉽게 눈길을 잡아끌지 않지만,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작가가 그려낸 인간의 내면 풍경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마음 속의 어떤 부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관계에 있어서 소통하며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쇼코의 미소'가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의 소설엔 다른 신인 작가와 같은 기발한 상상력이나 실험적인 시도, 화려한 기교는 없다. 대신 젊은 작가답지 않게 묵직한 진실함을 갖추고 있다. 혹자는 작가의 얼굴뿐 아니라 글에 흐르는 따뜻함이 마치 박완서 작가와 닮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허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소설집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 7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공동수상한 바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흥미로운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의 과정을 그려 낸 독특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 냈다"고 말했다. 

작가의 첫 단행본임에도 불구하고 1년간 17쇄 10만부를 돌파하며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내용과 장르, 구성과 시도 모든 면에서 뚜렷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비롯해 그들 사이의 관계 회복과 연대를 중점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질적이고 먼,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각과 세계를 그려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들면서 소설 속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 공감하게 된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84년생 여성 소설가 정세랑의 장편 소설이다. 출간 열흘 만에 3만2000부를 찍었다. 아무도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편견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물량이다. 책을 만든 문학동네 김영수 편집자는 “다른 출판사 어떤 책과 비교해도 초기 반응이 뜨겁다. 10만 부 안 팔리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은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를 찾은 어느 가족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제사의 주인공은 가족의 할머니인 심시선 씨다. 하와이에 도착한 그의 가족들은 각자 기일까지 뿔뿔이 흩어져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제사 때 풀어놓기로 한다. 

일가가 하와이에서 각자 찾아 온 보물은 결국 작가가 꼬집은 ‘유해한 남성성’에 반대되는 것들이었다. “유해한 남성성”은 이 책을 꿰뚫는 주제이기도 하다. 가부장제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이 가장이 되었을 때 어떤 가족의 결이 드러나게 될지 작가는 편애 없이 따뜻하게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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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 2030 젊은 여성 작가들

여성 소설가가 쓴 여성 이야기. 문학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여성주의 서사의 강세
'쇼코의 미소' 최은영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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