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의 4분 33초'(이서수) , '어떤 물질의 사랑'(천선란)

[문화뉴스 MHN 최지원 기자] 국내 순수문학은 점점 독자로부터 멀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순수문학계에 등장하는 신인 중에서는 새로운 변화도 감지된다. 새 감각으로 무장하고 '독창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작가들이 조금씩 등장하는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

 

'당신의 4분 33초' / 제공: 은행나무

신간으로 나온 이서수의 첫 장편 단행본 '당신의 4분 33초'와 천선란의 첫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은행나무출판사에서 펴낸 '당신의 4분 33초'는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소설가 박범신, 김인숙, 이기호 등으로부터 "한국 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무정형 음악'으로 유명한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연주곡 '4분 33초'에서 4분 33초간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 대목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천재' 케이지와 주인공인 '루저' 이기동의 삶을 병치해 이야기하면서 극적 효과를 끌어올린 서사가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이서수는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이 당선돼 문단에 들어섰지만, 원고 청탁이 없어 소설을 포기한 적이 있었을 만큼 오랫동안 '무음(無音)의 연주'를 해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기동은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다"면서 "이젠 안다. 우리 인생에서 대다수의 음악은 침묵 속에서 연주된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어떤 물질의 사랑' / 제공: 아작

도서출판 아작이 펴낸 '어떤 물질의 사랑'은 올해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천선란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천선란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단어는 '작가'이다. 딸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작가"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천선란은 '작가'라는 단어를 현실로 만들고자 지난 몇 년 동안 매일 병실을 지키며 하루 4시간씩 소설을 썼다.

이렇게 생산해 낸 상상력의 산물들을 소설집으로 묶었다.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렸다.

단편 '사막으로'는 자전적 이야기에 가깝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막에 관해 글을 써보라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우주비행사가 된 딸이 나온다.

'레시'는 바다 생물 멸종을 막고자 토성의 얼음 위성으로 날아간 탐험대가 외계 생명체와 극적으로 조우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표제작 '어떤 물질의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하면 그 존재가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천선란은 단편 하나마다 '감정'을 담았다. 분함과 억울함, 쓸쓸함과 서러움, 외로움과 기괴함을 하나씩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어렵고 즐겁다. 무섭고 설렌다. 언제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언제까지나 하고 싶다"면서 "내가 만든 세계에 단 한 명이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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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신간] 새로운 감각을 선보이다...이서수·천선란의 첫 장편과 소설집

신간 '당신의 4분 33초'(이서수) , '어떤 물질의 사랑'(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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