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인간의 삶과 선택을 다루는 인생영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철학적인 해외영화(외국영화) 추천

'보이후드', '미스터 노바디' 포스터

[문화뉴스 MHN 배상현 기자] 2020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속절없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그러나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아침 회사로 다시 출근하면 시간은 마치 그대로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쯤 되면 분명히 점심시간이어야 하는데 아직 출근한지 30분도 안 지났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참 신기하다. 폭포처럼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거북이처럼 매우 천천히 지나가니까.

자, 여기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두 가지의 영화를 준비했다. 두 영화 모두 한 인간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해 시간과 함께 성장해 나가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영화는 인간의 시간을 흘러가는 그대로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한 영화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인간이 내리는 선택의 의미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이 두 영화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시간이 갖는 의미와 그 시간의 흐름속에서 마주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관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 영화들을 통해서 당신의 "시간"에 대해 한 번 깊게 생각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보이후드(Boyhood, 2014)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보이후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보이후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촬영한 영화다. 그렇다. 한 편의 영화를 찍는데 12년이 걸렸다. 이 영화는 6살의 '메이슨'이 18살까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실제 12년 동안의 촬영을 통해 보여준다. '메이슨'의 역의 엘라 콜트레인을 비롯해 에단 호크와 패트리샤 아퀘트 등이 출연한다. 참고로 작품 속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감독의 실제 딸이다. 이 모든 배우진들은 교체 없이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보이후드'를 촬영했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이 영화는 2014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각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각본상 등에 노미네이트 되고, 어머니의 역할로 출연한 패트리샤 아퀘트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보이후드'

오로지 단 하나의 영화를 위해서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투자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목표는 바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성장'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이후드'는 영화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한 인간의 성장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또한 감독은 세부적인 각본 없이 기본적인 틀만 가지고 영화제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2년간 영화에 참여했던 같은 배우진들이 이 영화속에 완전히 스며들 수 있도록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영화각본에 포함하는 등 보다 더 현실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보이후드'

6살 '메이슨'은 18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하는 과정까지 사소하면서 동시에 중요한 많은 인생의 순간들을 겪는다. 이사때문에 친한 친구들과 이별을 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혼한 부모님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기도 하며,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가정 형편이 안좋아져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져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하면서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법한 현실적인 일들을 다루는 이 영화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과 나 그리고 이 지구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2009)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미스터 노바디'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미스터 노바디'는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SF영화로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자레드 레토를 비롯해 다이앤 크루거와 주노 템플 등이 출연한다. 영화 애호가들에게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 영화는 앞에서 보았던 '보이후드'와 다르게 영화 속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 '니모 노바디'의 시간과 삶의 층위가 계속해서 뒤바뀐다. 막 태어난 갓난 아이였다가 118살의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노숙하는 가난한 청년이었다가 수영장이 딸린 집에서 사는 엄청난 부자로 변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23회 유럽영화상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20회 스톡홀름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촬영상을 그리고 42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오피셜 판타스틱-FX작업상을 거머쥐었다.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미스터 노바디'

'미스터 노바디'의 핵심 이야기는 바로 주인공 '니모 노바디'의 삶이다. 영화에서 주로 묘사되는 '니모'의 시간층위는 각각 9살, 15살, 34살의 '니모'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속에서 영화의 스토리는 다시 각기 다른 세 가지 버전의 '니모'의 삶을 보여준다. 이렇게 여러가지의 시간대와 이야기가 함께 뒤섞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솔직히 이해하기 좀 어려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감독이 이 난해한 조합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간단히 요약하면 "그 때 만약 내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지금 과연 어떻게 됐을까?" 쯤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다들 살면서 한 번쯤은 했을 법한 이런 아이디어를 영화의 메인 스토리로 구현해 낸 것이 바로 영화 '미스터 노바디'다.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미스터 노바디'

영화 속 '니모'의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생은 '니모'가 만나는 세 명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그 여성들은 '니모'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성장해가는 '니모'는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순간들과 사소한 순간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또 거기서 '니모'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부모님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를 따라갈지 혹은 아버지를 따라갈지 결정하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할지 혹은 거짓말을 해야 할지 결정하고… 그리고 그러한 선택들의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의 세 가지 인생이 '니모' 앞에 펼쳐진다.

 

 

(좌)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보이후드'
(우)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미스터 노바디'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과거와 현재가 모여서 다시 미래가 된다. 따라서 이 모든것들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시간 층위에서 유일하게 지금 내 의지로,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재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지들 역시 결국 지금 현재에 충실해서 골라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영화 속 '메이슨'의 삶이나 '니모'의 삶처럼 우리의 삶 또한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시간과 현재의 선택지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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