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윤희에게. 야구소녀
여성의 꿈·사랑·희망…찬란한 여성영화 기획전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여성 서사의 영화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게 만들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을 들리게 만드는 따뜻한 섬세함이 있다. 관객들은 영화에 비춰 자신의 경험과 유년시절, 혹은 폭력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말할 용기를 얻는다. 이는 곧 새로운 정치가 실혐됨을 의미하는 한편, 우리네 삶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로 작동된다. 

오늘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은 국내 여성 서사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우리네 삶을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고 따뜻하게 담았다.

 

영화 메기 포스터,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제공

 

메기
 이옥섭 감독이 선보이는 믿음에 관한 가장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메기'는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를 표방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부터 제작해 온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열네 번째 작품이자 이옥섭 감독의 장편 데뷔 작품이다. 

영화는 병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성관계를 하다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발견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병원 사람들이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가운데, 윤영(이주영)과 그의 애인 성원(구교환)은 그게 자신들일 거라고 짐작한다. 다음날 윤영은 사직서를 들고 이경진 병원 부원장(문소리)을 찾아간다. 이경진 부원장은 엑스레이가 윤영의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실은 편집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편집되고 만들어진 진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메기' 속 윤영은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며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싸이더스 제공

 

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약자와 소수자에게 위로 됐으면”

'야구소녀'의 주인공 '주수인’은 최고구속 134km, 볼 회전력의 강점으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아 왔다. 고교 졸업 후 오로지 프로팀에 입단해 계속해서 야구를 하는 것을 꿈꾸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도 기회도 잡지 못한다. 그러던 중 수인은 야구부에 새로운 코치 진태(이준혁)가 부임한 이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프로 선수나 지도자 경력도 없이 지인의 소개로 부임한 진태는 처음에는 수인에게 프로 입단을 포기하라고 권하지만, 수인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진태는 수인의 꿈과 강점을 발견해 내고 가르침을 준다.

‘야구소녀’는 친숙한 소재인 야구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는 남성 위주 사회의 벽에 도전하는 한 여성의 도전기이자 취업이란 현실을 앞에 둔 여고생의 성장담이고, 한편으론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윤태 감독은 인터뷰에서 “10대부터 50대까지,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의 결말에서 주수인이 손에 쥐는 작은 성취는, 세상 모든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감독이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다.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노바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희에게

첫사랑에게서 편지를 받은 윤희가 딸과 함께 첫사랑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윤희에게'는 한국 여성 ‘윤희’와 오타루에 사는 일본 여성 ‘쥰’의 사랑을 그린 '퀴어 중년 여성' 영화다. 윤희의 고등학생 딸 새봄은 우연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윤희에게 온 편지를 읽고 어머니가 평생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비록 너무 늦었지만, 딸은 지금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한다. 딸의 권유로 인생의 첫 단추를 다시 꿰기 위해 오타루로 향하며 모녀의 아름다운 여정이 시작된다. 하얀 눈이 내린 조용한 마을 오타루에서는 모녀가 화해의 길을 걷으며 신나는 추억을 쌓는다.

배우 김희애는 눈빛만으로도 서사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첫사랑에 담겨있는 그녀의 마음이 저릿한 사연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와 짙은 울림을 준다. 영화에 직접적인 묘사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김희애는 짧은 순간에도 깊은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해낸다. 

임대형 감독은 일본 여성과 한국 여성의 멜로를 그린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 모두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 영화를 통해 동아시아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찬란 제공. 

한편, 여성의 꿈과 사랑, 희망을 그린 여성 영화 6편('찬실이는 복도 많지', '야구소녀', '윤희에게' 애프터 웨딩 인 뉴욕', '나는보리', '치어리딩클럽')을 상영하는 특별 기획전이 마련된다. 

영화사 찬란은 8월 1일부터 9월 29일까지 전국 25개 중소 극장에서 '2020 찬란한 여성영화 기획전'을 진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하는 특별 기획전이다.

기획전은 CGV 김해율하·김포한강·청라·통영·익산·산본·인천논현·화성봉담·대전가수원·광교상현·보령·주안역, 롯데시네마 엠비씨네·프리미엄 진주·충주, 메가박스 용인테크노밸리·검단·첨단·전대·강남대로·제주·양주, 씨네Q 성신여대, 인천 애관극장, 천안 낭만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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