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극단 유목민

 

극단 유목민이 역사의 상처를 되새기는 데 특출한 정경진 작가와 함께 1905년 ‘묵서가(멕시코의 한자음역어) 이민사건’을 다룬 창작극 '돈데보이 Donde voy'를 소월아트홀에서 8월 11일부터 선보인다.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애니깽>과 김영하의 소설 <검은꽃>의 소재가 된 ‘멕시코 계약 노동이민’ 사건은 참으로 아프고 슬픈 역사이다. 20세기 초 ‘멕시코 드림’을 안고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간 한인 디아스포라[재외동포]의 모습은 빈부격차와 사회불공평이라는 자본주의 모순이 깊어지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파장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1905년 제물포항에서 멕시코이민선에 오른 1033명의 한인들은 목숨 걸고 노예 같은 생활을 견뎌내지만 막상 계약이 끝난 후에는 갈 곳이 없어진다. 한일합방으로 국적을 잃고, 멕시코 혁명으로 신분증마저 빼앗긴 그들의 선택은 현지인으로 귀화하거나 쿠바로 건너가는 것뿐. 노래가사로 잘 알려진 스페인어 ‘Donde voy'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뜻으로, 고국, 가족,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해 준다. 

반목과 대립의 시대, 차범석희곡상 당선작 <푸르른 날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정경진 작가가 고통의 역사를 무대 위에 재현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 소환하여 전 세대와의 화해를 도모하고 연대감을 회복하고자 한다. 연출은 극단 유목민 대표인 손정우 경기대 교수가 맡았다. 손 연출은 2012년•2013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제3회 셰익스피어어워드 연출상, 2019년 루마니아 바벨 페스티벌 베스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무대언어와 연출역량을 인정받은 손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도 치밀한 원작 해석과 시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감각적인 무대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특히 한민족 이민 수난사를 심도 깊게 표현한 <돈데보이>는 정보가 빈약했던 시절, 원작의 노고와 고증에 충실한 스토리의 힘, 이태훈, 이화영을 비롯해 폭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 중남미 선율이 담긴 라이브 연주로 연극의 묘미와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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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보이 Donde voy'를 소월아트홀에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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