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트론, 국내 전시 최초 사용

출처: 두산갤러리 서울, 사적인 노래 포스터

[문화뉴스 MHN 윤자현 기자] 기획자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여 작가 선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목홍균은 기획자가 작가 선정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사적인 노래Ⅰ'가 그렇게 출발한 전시다.

영상과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 작품 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작가를 선정한 과정과 방식이다. 전시엔 작가 8명이 참여했는데, 기획자 목홍균이 직접 뽑은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인공지능(AI)이 직접 작가를 뽑거나 크게 개입했다는 부분이다. 스웨덴에서 알고리즘 딥러닝을 활용해 개발한 프로그램 큐라트론(curatron)을 이용했다.

제임스 클락슨, 드롭박스, 2020, 레이저 커팅된 강철

공모에 지원한 작가 350명은 자신의 작업 내용을 소개하고, 지원자 중 함께 전시하고 싶은 작가를 뽑았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안 골렉과 캐나다 작가 알렉시아 라페르테 쿠투, 영국 작가 제임스 클락슨 등 작가 3명을 선정했다.

두 번째로는 AI 기술 큐라트론으로 협력 기획자 2명을 선정했고, 세 번째로는 블라인드 방식 공모로 협력 기획자 3명을 추가로 뽑았다. 협력 기획자 5명은 작가 후보군을 추렸고, 다른 기획자가 추천한 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아나 월드, 에드아르도 레옹, 유비호, 장진승, 정재희 등 작가 5명의 참여가 결정됐다. 큐라트론 개발자인 카메론 맥레오드 등 5명은 연구자로 함께 했다. 결국 전체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은 물론, 협력 기획자들도 직접 작가를 선정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참가자를 선정하는 알고리즘은 ‘자가 결합성(self cohesion)’과 ‘집단 결합성(group cohesion)’ 두 결과값을 바탕으로 짜여진다. 자가 결합성의 값은 특정한 사람과 함께 전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 사이에 생성된다. 반대로 집단 결합성의 값은 한 집단에서 함께 전시를 하려고 선택한 여러 사람 사이에 생성된다. 자가 결합성 또는 집단 결합성 두 수치 중에서 원하는 대로 비중을 높여 둘 수 있다.

한 참여자가 전시를 함께 하고 싶어하는 그룹을 선택할 때마다, 그룹에서 중복되어 선택된 사람 사이의 조화 값(coherence value)이 상승한다. 모든 참여자의 선택이 끝난 뒤에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의 그룹의 조화값을 계산하며 가장 높은 조화 값을 가진 그룹이 선정된다.

이 이외에도 서로 다른 크기의 그룹에서 함께 전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에는 집단의 크기와 조화 값의 비례를 계산하여 한 집단에서 한 사용자를 추출하고 다른 집단에서 두 명의 사용자를 추출하여 새로운 결과를 조합하여 최종 결과를 산출한다.

목홍균 큐레이터는 "기획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이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전시에 도움이 된다면 기획자가 빠질 수도 있죠"라고 밝혔다. 

목홍균은 "인간을 학습한 알고리즘이 인간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라며 "다만 나와 전혀 접점이 닿지 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작가에게만 기회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에 의한 작가 선정을 극복하고 더 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립큐레이터 목홍균은 2018년부터 기술이 어떻게 큐레이터의 실천적 도구로서 전시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모임 알앤디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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