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세 편
세인트주디, 에린브로코비치, 허스토리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한 사람의 끈기로 세상을 바꾼 놀라운 실화 바탕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인권과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할 뿐만 묵직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세인트 주디

여성을 망명법의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은 기존 판례를 뒤집다

 

영화 '세인트주디' 포스터, ㈜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이민 변호사 주디(미셸 모나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아세파(림 루바니)의 변호를 맡는다. 아세파는 한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학교를 만들어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아프카니스탄은 여성들의 배움을 거세했기 때문에 소녀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려 한 아세파의 행동은 목숨을 건 저항 행위와 다름 없었다.

아세파는 결국 탈레반에 의해 투옥돼 성폭행을 당한다. 미국의 망명 제도를 통해 신변을 보호받고자 하지만 성차별에 의한 위협이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박해일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미국은 이를 기각한다.

아세파에게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명예살인'(부정한 행동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을 아버지 혹은 남자 형제들이 죽이는 관습)이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었던 주디는 전 세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었던 변론을 결심한다. 

영화 '세인트주디' 스틸컷, ㈜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주디는 미국 내 망명 제도가 시작되었던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망명 제도 아래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정하게 만든다. 약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수천, 수만 여성의 목숨을 구해낸 것이다. 그는 이후로도 L.A. 이민 전문 변호사로서 미국 인권 단체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은 물론, 미국 전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가 이민항소위원회(BIA)의 판결을 뒤집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망명을 불허한 사건에 목소리를 내는 등 인권 보호와 관련된 여러 사건에 30년이 넘는 세월을 바치고 있다.

한편, 영화 '세인트 주디'는 지난 7월 29일 개봉했다.

에린 브로코비치

평범한 한 여성이 부도덕한 대기업과 법정소송을 벌이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유니버설, 컬럼비아픽처스 제공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는 두 번의 이혼 후 아이 셋을 어렵게 키우는 싱글맘이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은행 잔고는 16달러 뿐인 와중에 교통사고까지 당한다. 직업소개소에도 가보고,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보지만 고졸에다 뚜렷한 자격증도, 경력도 없는 그를 오라는 곳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에린은 차 사고로 알게 된 변호사 에드를 무턱대고 찾아가 어떤 잡무라도 닥치는대로 하겠다며 눌러 앉는다. 에드는 하는 수 없이 에린에게 장부 정리 일을 시키지만 학벌도 빽도 없는 그녀의 버릇없고 거친 태도와 속옷이 다 드러나는 차림새를 두고 달가워하지 않는 동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에린은 남의 시선일랑 무시한 채 당당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린은 수북히 쌓인 서류더미 속에서 이상한 의료기록을 발견한다. 진상을 조사해보니 그 마을에 들어서 있는 대기업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크롬 성분이 수질을 오염시켜 힝클리 마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에린은 에드의 도움을 받아 치밀한 조사를 벌이고 마을주민 600명 이상의 고소인 서명을 받아낸 후, 거대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전쟁을 시작한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유니버설, 컬럼비아픽처스 제공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라 더 흥미진진하다. 한 영화제작자의 아내가 척추교정을 받다가 물리치료사로부터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실제 인물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자신의 실화를 유니버설사(社)에 10만 달러에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2001년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각본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줄리아 로버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영화에서 웨이트리스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하였고 이후 한 케이블방송의 진행자로도 일했다.

 

허스토리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관부재판 이야기

 

영화 ‘허 스토리’ 포스터. NEW 제공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문정숙(김희애) 사장은 자신의 여행사 사무실에 위안부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6년간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배정길(김해숙)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알게 된다. 

신고센터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문 사장은 열 명의 원고로 구성된 원고단을 조직한다. 또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김준환)의 도움을 받아 일본 정부에 소송을 내는 데 앞장서고, 소송비용을 대며 원고단을 물심양면 돕는다. 평생 피해 사실을 숨기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할머니들은 재판 과정에서 연대하며 당당함을 되찾는다. 

영화 ‘허 스토리’ 스틸 이미지. NEW 제공

'허스토리'는 통념적인 피해자 서사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법정 드라마의 형식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증언을 부각시키며 ‘위안부’ 문제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법정 드라마의 관습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둘러싼 극의 반전을 형성하는 동시에 증언대에 선 ‘위안부’ 여성이 ‘집단적 피해자’가 아니라 각각 고유한 스토리와 개성을 지닌 여성들임을 보여준다. 

'허스토리'는 제27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김희애)·여우조연상(김선영) 등을 수상했으며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1선,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특별언급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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