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것이라, 누가 정한단 말이냐
조선의 천재 시인 '허난설헌'이 남긴 의미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난설'이다.

경사진 무대 위 매섭게 허균을 쫓는 검은 그림자가 무대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곤 들리는 그를 추궁하는 의문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절규하는 허균. 공연의 시작부터 의문을 갖게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윽고 등장한 한 남자의 물음은 허균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출처 콘텐츠그라운드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의 시를 안다는 것. 그 사람의 시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아는 것.

뮤지컬 '난설'은 조선 중기의 천재시인 ‘허난설헌(허초희/1563~1589)’의 시(詩)와 삶을 현대적인 국악으로 재편성한 아름다운 음악인 매력적인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이다. 조선 중기, 허초희는 우연히 도적대의 공격을 받던 한 남자를 구하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달빛에 취해, 술에 취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남자의 거문고 소리에 젖어들 때쯤. 허초희는 글을 배우기 위해 스승이 되어줄 '이달'을 찾으러 간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이달의 글 솜씨에 비관하지만, 허초희의 말에 함께 이달을 찾으러 떠나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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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을 소개해 주겠다던 남자는 다름 아닌 허초희가 찾던 '이달'이었다.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허초희는 제자 삼아줄 것을 부탁하고 동생 허균과 함께 그에게 글을 배우게 된다.

누구의 것이라, 누가 정한단 말이냐.

‘허초희’의 두 지음(知音)인 ‘이달’과 ‘허균’, 두 사람의 대립되는 관점에서 바라본 당대 시대상과 그 안에서 구축된 ‘허난설헌’의 시 세계를 동시에 표현하여 조선시대 여성이자 시인으로서 삶을 그려내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글을 쓰고 싶던 허초희의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은 동생인 허균이었다. 허균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엄마의 빈자리 마저 채워주는 누이 허초희는 허균의 세상의 전부였다. 누이의 행복을 위해 글을 쓰게 도와야 하지만, 점점 위험에 빠지는 허초희의 모습을 본 허균은 더 이상 누이의 행복을 응원해 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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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내 무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검은 붓 자국과 시의 글귀는 관객들에게 들리는 청각적 시가 아닌 시각적 시를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시에 집중하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인물과 관객의 공감이 이뤄낸 것이다. 또한 좁은 무대 공간을 영상 장치와 배치로 시각적 지루함을 덜어냈다.

굳게 닫힌 세상의 문을 오직 붓 하나로 열고자 한 천재 시인, 허초희. 세상의 밤을 먹으로 갈아 그들이 그린 세상과 시. 

눈처럼 흩어져 비로소 이 세상에 닾은 뮤지컬 '난설'은 9월 6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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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시인이고 싶었던 '허초희', 그녀가 남긴 시 뮤지컬'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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