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 "이달 중 스포츠 댓글 중단하겠다"
체육계 '악성 댓글과의 전쟁' 선포 "법적 대응 할 것"
누리꾼 "잘한 결정, 사람 상대로 아무 말 뱉으면 안 돼"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네이버가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7일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스포츠 뉴스의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뉴스 댓글 폐지는 지난 3월 연예 뉴스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체육계는 악성 댓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댓글 폐지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네이버 스포츠 댓글 폐지의 배경과 의의를 알아본다.

 

네이버 "이달 중 스포츠 뉴스 댓글 중단하겠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
자료 : 네이버 다이어리 갈무리

7일, 네이버는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명예 훼손 및 비방성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술을 강화했음에도 댓글 수위가 간과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사실 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는 어느 정도 예정된 상황이었다. 최근 스포츠 선수는 물론 주변인을 향한 악성 댓글이 도를 지나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

이에 따라 네이버는 우선 이달 중 스포츠 뉴스 댓글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의 라이브 톡 댓글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이 역시 악성 댓글을 거르는 'AI 클린봇 2.0' 등의 기술을 적용해 별도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다만 스포츠 뉴스 댓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지를 남겼다. 네이버는 "스포츠 뉴스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 유형을 분석해 악성 댓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스포츠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정말 잘한 일이다.", "왜 악성 댓글을 다는 지 모르겠다. 폐지 잘한 것 같다.", "사람을 상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 안 된다. 악성 댓글 달지 말라"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에 대한 목소리

여자 프로배구 선수 출신 고(故) 고유민 선수의 인터뷰 영상. 그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자료 :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 영상 갈무리

한편 이런 조치는 최근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이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자 프로배구 선수 출신 고(故)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앞서 고유민 선수는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의 포지션 변경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이에 대해 누리꾼의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자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가 지난 3일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고유민 선수는 "(선수 시절) '네가 배구 선수냐' '내가 발로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와 같은 악성 댓글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라며 "왜 내가 노력해보지도 않은 포지션을 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리베로(포지션)가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지?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평소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을 통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체육계의 대처 "법적 대응하겠다."

체육계도 악성 댓글 근절에 나섰다.
자료 : 리코 스포츠 에이전시 게시글 갈무리

고유민 선수의 안타까운 소식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은 포털사이트 내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 요청, 선수 고충 처리센터 역할 강화, 선수단 대상 심리치료 및 멘탈 코칭 교육 강화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와 SNS상 악성 댓글, 인격 모독 및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선수로부터 제출받아 이에 대한 법률 자문과 검토를 진행한 후 연맹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내야수 오지환 선수는 '악플러'들에게 법적 대응을 선포하며 "(피고소인이) 너무 많아 1,000명 단위로 잘라 넣을 예정이다."라고 말했고 NC 다이노스 양의지 선수와 LG 트윈스 김현수 선수의 소속사 리코스포츠도 "앞으로 소속 선수들에 대한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 명예 훼손 등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라며 "특히 선수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 및 명예 훼손 등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역시 지난 3일 "(포털사이트에서) 연예 뉴스의 댓글 금지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뉴스에서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줄 것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님들께 요청한다."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또 선수들이 받은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연맹 차원에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계가 이른바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잇따른 '댓글 폐지'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은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 폐지'는 더는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지난해 가수 설리가 악성 댓글로 세상을 떠난 후 '악플 근절'의 일환으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올해 3월 각각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트도 지난 7월 연예 댓글난을 폐지했다.

네이버가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
자료 : 픽사베이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까지 폐지된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누리꾼은 소리높여 주장한다.

"선수들을 포함해 지도자들도 인간입니다. 심각한 악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그의 누리소통망 계정에서 호소했다.

연예인도, 스포츠 선수도, 혹은 그 주변 누군가도 모니터 너머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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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포츠 댓글 폐지의 배경과 의의... '권리와 존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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