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추경을 로또로 인식하나?

[이동형의 문화예술 현장 속으로] 옛날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씀 중 종종 듣는 게 “오래 살다보니 별 일 다 본다”란 말이었다. 코로나 19 위기로 ‘처음 겪어 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그런지 필자도 “오래 살다 보니 별 일 다 본다.”

서울문화재단이 코로나19로 인한 추경 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예술인과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온-택트 수다’의 지원 과정을 보면 ‘참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술인과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온-택트 수다’ 포스터

‘예술인과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온-택트 수다’는 각종 재난 상황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지속하며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인의 작은 모임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지금, 그리고 미래. 예술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지지한다.’는 부제처럼 언택트(비대면)를 넘어선 온택트(비대면+연결)를 함께 고민하고 실현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 문학 등 장르에 제한 없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예술기획자라면 누구나 5~9인 이하의 소규모 모임을 구성해 참여가 가능하며, 선정된 모임에는 모임비로 각 100만 원씩 지원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서울문화재단은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예술지원 사업과는 다르게 경력, 심사, 정산 등의 제약을 없앤 실험적인 예술지원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실제 진행도 그렇게 되었을까? 지난 15일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추첨과정과 결과 발표는 실험적인 예술지원 방식이 로또 방식과 유사한 ‘공뽑기’였음을 보여 주었다.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총 715건을 접수, 이중 중복 신청을 제외하고 650팀 중 총 30팀을 뽑는데 추첨으로 선정한 것이다.

별도의 전문가 심의 절차를 생략한 것이 실험적인 방식인가? 공뽑기로 30팀을 선정한 게 실험적인 방식인가?

얼른 보면 손쉽게 나눠주기가 취지인 걸로 착각할 일이다. ‘부제처럼 고민하고 기획했다’는데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유튜브 방송의 댓글에는 ‘로또 당첨 발표 보는 기분’ ‘ 그래도 공공기관인데 일을 어찌 이렇게…’ ‘이거 안 되면 로또 사러 가야 되나’ 등등 비판이 잇달았다.

나랏돈 지원을 이렇게 제비뽑기로 해도 되나. 떨어진 팀은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봐야 하나.  

문화예술 지원은 그 나라의 문화예술지원정책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울문화재단도 나랏돈을 쓰는 기관이다. 실험적인 예술지원도 소규모 단체 우선, 사회취약계층 대상 단체 우선 등의 기준을 두고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기준과 원칙이 없이 누구나 대상이라고 하고 준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이 맞다. 예산이 적어서 몇팀만 선별해서 준다고 하면 떨어진 팀에게는 뭐라고 해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울문화재단이 밝힌 바와 같이 이번 사업은 코로나 19로 인한 추경 예술지원사업의 일환이라고 했는데 추경 사업을 ‘공뽑기’로 집행한 것은 ‘추경’의 취지를 완전 무시한 처사다.

‘추경(추가경정예산)’은 부득이하게 필요하고 불가결한 경비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예산을 추가 변경하여 국회에 제출하고 의결을 거쳐 집행하는 예산이다. 제비뽑기로 나눠주는 예산이 아니란 말이다.

공정성을 위해 공 뽑는 사람들이 자리를 바꾸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코미디 프로를 무색하게 할 정도 아닌가. 공뽑기로 공정성만 갖추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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