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추분, 가을에 읽기 좋은 책 추천
올가을을 위한 '거둠'... 동화로 만나는 세상
'집콕' 활동 추천, 올해는 '독서' 어떠세요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바야흐로 '거둠의 계절'이다.

"우렛소리가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던 추분이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이 시기에 조상들은 가을걷이를 시작하고 노인성제를 지냈다. 추분은 '거두는' 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잃어버린 2020년'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다사다난했던 한 해. 올해 '가을걷이'는 책으로 해보면 어떨까.

2020년 '거둠'을 위한 올가을 추천 도서
문화뉴스 DB 

MHN 책 시리즈에서는 올가을 '거둠'을 위한 추천 도서를 짚어본다. 부담 없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들로 올가을을 맞아보자.

사자왕 형제의 모험 (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림 일론 비클란드. 창비)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
자료 제공 : 창비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두 손 꼭 잡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 '판타지 아동문학의 전형'이라 꼽히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다. "거침없는 환상, 다층적인 구조, 깊이 있는 상징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 그는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특히 유명하다. 빨간 머리에 짝짝이 스타킹을 신은 독특한 소녀 ‘삐삐’의 이야기는 전 세계 6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수백만 권이 팔렸고, 40여 편이 넘는 영화와 TV 시리즈로 제작됐다. 작가는 국제 안데르센상,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이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판타지 고전 동화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한다. 아동문학작품으로는 드물게 '죽음'을 깊이 있게 다룬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

'사자왕'이라 불리며 모두에게 인정받는 용감한 요나탄과 그런 형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칼 형제.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형제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이들은 '낭기열라'에서 만나는데, 이들의 진정한 '모험'은 여기서 펼쳐진다. 낭기열라에서 형제는 독재자 '텡일'에 맞서 억압과 상처,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치유, 그리고 '용기'를 선물하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아파 누워만 있던 칼이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용기를 발휘하며 내면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또 다른 용기와 도전정신을 선사하는 대목이다.

책을 읽으며 독자는 '낭기열라' 그리고 그다음 세계의 이야기가 현실인지, 동화 속 이야기인지 구분조차 안 될 만큼 푹 빠져들어 '용감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용감한' 형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상상 속 모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것'의 가치와 이를 누리기 위한 '용기'에 대해 곱씹어보기 좋은 작품.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 (글·그림 크리스 반 알스버그. 비룡소)

책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
자료 제공 : 비룡소

최근 미국 '디즈니'사가 판권을 사며 영화화를 예고한 작품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삽화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더한다. '환상 미스터리' 장르로 유명한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미국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 ‘쥬만지’나 ‘북극으로 가는 기차 The Polar Express’는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은 부탁을 받고 하루 동안 강아지를 돌보게 된 아이가 마법사의 정원에 들어가며 겪는 내용을 다룬다. 마법사 압둘의 정원에는 '절대, 절대로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지만, 강아지는 오히려 목줄까지 끊고 정원으로 달아나버린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아이가 겪는 일들을 독특한 세계에서 그려낸다.

작품 속 아이는 물론 독자도 어디까지 환상이고 어디까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작품을 여러 차례 읽으며 다리 그림, 토끼, 조각상 등 배경의 '숨은 복선'을 찾는 것도 묘미다. 모험과 환상의 경계에 녹아들어 '도전'과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작품.

 

책과 노니는 집 (글 이영서, 그림 김동성. 문학동네)

책 '책과 노니는 집'
자료 제공 : 문학동네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천주학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잃은 한 아이가 책방 주인의 심부름꾼 생활을 하며 펼쳐지는 일들을 다룬 내용. 지체 높은 관리인부터 기생까지, '책 읽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아이는 스스로 성장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와 맞물려 자신의 아버지를 잃은 아이가 세상과 책에 눈을 뜨며 자라는 모습은 '성장'이 무엇인지, 그 가치는 어디서 오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작가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라는 역사적 사건과 당대 사회상을 어린 심부름꾼의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다. 아이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장면은 지금 누리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대목.

'필사쟁이'라는 직업이 대를 이어 전해지는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의미에 집중하며 감상하면 좋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 생활 용어를 확인하며 읽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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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시리즈] 가을에 읽기 좋은 책 - 동화 속 "용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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